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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계탐사 전초기지 우주정거장 24시

최근 우주에서 콩 재배 최초 성공

사람에게 모든 것이 낯선 우주공간. 인류가 화성으로 가는 짧지 않은 기간에는 숨쉬고 먹고 마시고 자는 일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우주비행사가 우주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우주정거장에서는 어떤 연구를 할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의 모습. 중력의 당김이 없기 때문에 혈액이 전신에 골고루 퍼 져 얼굴이 호빵처럼 보인다.
 


인류는 달을 제외하면 지구를 박차고 나가 다른 천체를 방문한 적이 없다. 1969년 7월 20일 미국 아폴로 11호의 착륙선에서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달에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었던 일이 인류의 첫경험이었다. 이후 인류의 우주여행은 달을 벗어나지 못했고, 다만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탐사선이 태양계 내의 여러 천체를 방문했을 뿐이다.

사람이 화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화성에 다녀오는데 걸리는 오랜 기간이다. 아폴로 11호의 경우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하는데 8일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화성까지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가는 데만 4개월 정도가 걸린다. 사람이 지구에서 화성까지 감행하는 우주여행은 마치 자그마한 개미가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에 돌입하는 일에 비유될 수 있다. 그것도 공기와 중력이 없는 모진 상황에서.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16개국이 참여해 건설중인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사람이 장기간 우주에 머물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 대형버스 두대 정도의 공간에 살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에게는 지구에서와 다른 모든 환경이 낯설 수밖에 없다. 우주비행사가 숨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자는 모든 일이 불편하다. 때문에 우주공간에서 우주비행사가 잘 적응하며 살 수 있도록 과학자들은 활발히 연구중이다.


얼굴이 호빵 되는 이유

우주공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지구에서 느끼는 중력의 당김이 사라지는 일이다. 지구에서 무거운 짐을 들 때 느끼는 중력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만,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우주공간에서조차 사람에게는 또다른 아픔이 있다. 우주비행사가 오랫동안 우주에서 생활하고 돌아온 후에 때때로 들것에 실려가기도 한다.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중력은 힘일 뿐만 아니라 신체에게 어떻게 작용하라고 말해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한예로 근육과 뼈가 얼마나 강해야만 하는지를 말해준다. 또 자세를 유지하는 장딴지나 척추에 있는 근육은 중력과 싸우고 있다. 반면에 중력의 당김이 사라진 우주공간에서는 근육이 재빨리 약화된다. 신체가 근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근육의 질량은 일주일에 5% 정도의 비율로 사라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전체 질량의 20% 정도까지 잃을 수도 있다. 뼈의 경우는 더 심하다. 뼈는 한달에 약 1%씩 약화되고, 전체의 40-60%까지 사라질 수도 있다.

혈액도 중력을 느낀다. 지구에서는 혈액이 발에 몰리기 때문에 서있을 경우 발의 혈압은 2백mmHg(수은주의 높이에 따른 압력의 단위) 정도로 높은데 비해 뇌의 혈압은 60-80mmHg에 불과하다. 우주공간에서는 중력의 당김이 사라지므로 머리와 발 사이의 혈압 차도 사라진다. 혈압은 몸 전체에 걸쳐 약 1백mmHg로 같아진다. 우주선 안에 있는 우주비행사의 얼굴이 호빵처럼 부풀어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다리는 각각 1L씩 혈액이 줄어 가늘어진다. 이같은 혈압의 변화는 혈압의 차이를 예상하던 신체에 피가 너무 많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우주공간에서 2-3일 정도 지나면 우주비행사는 혈액 총부피의 20%까지 잃을 수 있다. 또 혈액이 줄면 심장에서의 펌프질이 약해지고 심장이 약화된다.

물론 우주공간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지구로 복귀하면 얼마간 지나 회복된다. 혈액은 물을 많이 마시면 며칠 후 정상으로 돌아오고, 근육은 한달 정도면 회복된다. 뼈의 경우는 3-6개월 우주비행을 했다면 회복하는데 2-3년이 필요하다. 열심히 운동해야만 한다.

미래의 언젠가 6개월 정도의 우주비행을 마치고 화성에 도달한다면 어떨까. 우주비행사는 우주공간에서 중력을 느끼지 못하다가 화성에서 지구 중력의 38%를 경험하게 된다. 우주비행사의 건강이 양호하지 않다면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화성에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해결책은 바로 운동이다. 물론 우주공간에서의 운동은 지구에서와 다르다. 지구에서 중력의 당김이 자연스럽게 근육과 뼈를 유지하는 저항력으로 작용하지만, 우주공간에서는 똑같은 양의 운동을 해도 효과가 떨어진다. 그래서 다양한 운동기구가 개발되고 있다. 트레드밀(폭넓은 벨트로 된 바닥을 모터로 회전시키고, 그 위를 회전방향과 반대로 걷거나 뛰는 장치. 러닝머신이라고 부르는 운동기구)에서 가볍게 뛰는 우주비행사의 몸에 끈을 묶어 저항을 증가시킨 기구도 있고, 보통 진공청소기의 흡인력을 갖는 원통에 트레드밀을 설치한 LBNP 기구도 있다. LBNP의 경우 하체에 아래쪽으로 압력을 가해 중력을 흉내낸 것으로 근육과 뼈, 그리고 심장혈관 기능의 손실을 막아준다고 한다.
 

하체에 아래쪽으로 압력을 가해 중력을 흉내낸 상태 에서 우주비행사의 운동에 사용되는 LBNP 기구를 실 험하는 모습.



소변에서 한숨까지 재활용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 느끼는 중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숨을 쉬고 물을 마시는 일에는 큰 불편이 없다. 우주선의 환경을 제어하고 우주비행사의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ECLSS)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소와 물의 절대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껴 쓰고 재활용한다. 이같은 원칙은 화성으로 가는 탐사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화물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그만큼 연료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숨쉬고 소변보고 샤워하고 물 마시는 일이 모두 연결된다. 산소와 물에 관한 한 웬만해서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사람이 숨을 쉬는데 필요한 산소는 물에서 만들어진다. 태양전지판에서 발생시킨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가 얻어지기 때문이다. 우주정거장에서는 물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샤워하고 나서 더러워진 물도 그냥 버리지 않고 다시 정화해 재활용한다. 심지어 우주비행사의 땀과 소변도 재활용한다.

산소를 들이마신 사람은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 현재 이산화탄소는 제올라이트라는 물질에 바탕을 둔 장비로 걸러진 후 우주공간으로 배출된다. 또 산소를 얻기 위해 물을 전기분해한 후 남은 수소도 버려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들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재활용될 전망이다.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반응시키면 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온 메탄가스는 기본적으로 버려지지만, NASA의 과학자들은 메탄가스까지 재활용할 방안을 검토중이다. 예를 들어 우주정거장의 궤도 유지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메탄가스를 배출시키는 방법이다.


산소와 음식 동시에 얻는 식물

우주여행중 빼놓을 수 없는 사항이 바로 음식이다. 우주비행사가 먹지 않고는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지구에서 음식을 운반하는 것이다.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건조식품이 제격이다. 실제로 아폴로 7호에는 다른 아폴로 우주선과 비교해 전체 음식 가운데 가장 많은 건조식품이 실렸다고 한다. 하루치 음식의 무게는 8백72g, 부피는 2천5백58㎤였다. 그러나 건조식품은 원하는 만큼 영양이 보충되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진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와 가장 비슷한 음식을 먹고 있다. 과일 같은 형태는 자연상태로 먹고, 스파게티 같은 음식에는 물을 첨가해 먹으며, 고기 같은 음식은 오븐에 적당히 구워 먹는다. 커피, 차, 오렌지주스 같은 후식도 즐길 수 있다. 물론 전에 피해 음식의 무게나 부피가 늘었지만, 우주비행사들에게 영양과 함께 심리적인 안정을 주기 위한 목적이다.

화성까지의 여행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음식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한 답이 없다. 물론 장기간의 우주여행에서 음식 섭취량과 음식 운반량을 잘못 계산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또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음식과 관련된 연구 중에는 식물을 재배하는 방법이 있다. 우주선에서 식물을 키울 경우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제거되고 산소가 발생한다. 산소는 사람이 섭취할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음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탄수화물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콩을 재배하면 콩을 먹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1일에는 그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재배됐던 콩이 꽃을 피우고 꼬투리가 열린 모습이 공개됐다. 우주공간에서 콩을 키우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인류가 처음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안에서는 어떤 식물을 키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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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만화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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