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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의 놀이터, 검색엔진 구글 이야기

● ● 어린이에게 놀이와 학습의 구분은 모호하다. 온몸으로 견문을 넓히는 놀이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자신이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 일상의 굴레와 생활의 한계를 인지해 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 ● 어린 시절 놀이에 의한 도취적 학습에 대한 무의식적인 아쉬움 탓일까. 마음껏 뛰어 놀고 이를 통해 배우며 성취하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 탓일까.

수십명의 박사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1만대가 넘는 컴퓨터로 20억장이 넘는 문서를 놀잇감인양 펄럭이고 있는 풍경이 있다. 검색엔진의 기린아 ‘구글’(Google.com) 이야기다.


● ● 왜 굳이 구글인가. 구글에 주목할 것은 정보의 산더미에서 옥석을 가려내 장난감으로 빚어내는 솜씨다. 옥을 추려 내는 구글의 경이로운 눈썰미 때문이다. 좋은 정보란 무엇일까.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갖는 정보가 아니겠는가. 남들이 링크를 많이 걸어준 정보일수록 ‘옥’일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인기 투표 순위에 따라 검색 결과를 나열하는 ‘페이지 랭크’(Page Rank)는 구글을 입소문에 태운 일차적인 비결이다.


● ● 그러나 박사님들이 광활한 정보의 놀이터에 마련한 것은 검색 성능뿐만이 아니었다. 정보를 갖고 노는 즐거움이었다. 놀이터 구글에 시선을 머물게 하는 것은 구글이라는 유쾌한 어감과 상쾌한 색동 로고다. 이 것이야말로 인터넷의 놀이 동산임을 선언하는 듯한 이미지. 이는 이들이 펼칠 놀이코스의 두근거리는 입구다.

구글연구소(labs.google.com)는 테크놀러지 놀이터(playground)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엔지니어와 사용자 사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공유되도록 조장하고 있고, 이러한 상호작용은 구글 전체에 지금껏 반영돼 왔다.


● ● 구글을 놀이터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 공간이 본디 지녀온 이런 혁신성 때문이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한참 홍보중인 차세대 기업용 아키텍처 표준 ‘웹 서비스’를 어느 대기업보다도 먼저 채택, 옥석이 가려진 검색 결과라는 자산을 컴퓨터 앞에 앉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기계도 유용할 수 있도록 오픈한 일에는 즐거운 놀라움이 뒤따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기계간 인터페이스를 통해 얼마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등장할지 전세계인과 실험해 보고자 구글 프로그래밍 컨테스트까지 열었으니, 물리고 물린 네트워크를 통해 즐거움과 효용을 분산하는 짜릿한 지식의 파티임을 자청한다.
 

구글 왜킹에 대한 정의와 정보가 담긴 사이트


● ● 1만 대 이상이 엮여 있는 구글 자신도 실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분산 컴퓨팅 시스템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이 분산 시스템의 공동체 의식을 구글 사용자들에게 전파하고자, 단백질 연구를 위한 스탠퍼드대의 프로젝트 ‘Folding@Home’에 구글 사용자들의 놀고 있는 CPU 타임을 할애할 방안을 소개했다. 브라우저에 탑재되는 일종의 검색 도우미 구글 툴바 사용자들의 잉여 CPU를 잠시 빌려 인류평화를 위한 연구에 공헌하자며 손을 내민다. 물론 이런 시도는 구글이 처음이 아니지만, 공짜 놀이터에 대한 자발적 답례 방식으로는 귀여운 아이디어다.


● ● 구글의 즐거움은 이 놀이 공간이 바로 시대의 목격자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데에서 증폭한다.

인터넷 공용 게시판인 뉴스그룹의 지난 족적을 구글이 인수해 확보한 것이다. 3만5천가지 주제의 20년 분량의 난상 토론이 7억장의 게시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느덧 클릭은 1981년 5월로 거슬러 올라 처음 AIDS가 화제가 되던 시절, 애플이 IT업계를 장악하던 무렵의 이야기를 엿듣게 한다. 역사의 생생한 목소리가 검색되는 것이다.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온몸으로 참여했던 이들의 살아있는 목소리가 들려 오는 것이다.


● ● 무심코 끄적거린 한마디 한마디의 포스팅이 20세기 현대사가 되어 돌아온다. 철없던 시절 인터넷에서 지지고 볶고 싸웠던 족적도 타임스탬프가 찍혀 고스란히 남아 있다니 경이로운 인터넷이다. 고작 한두권의 미미한 사료만 갖고도, 흥미진진한 사극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인간이거늘. 이 지난 20년 야사(野史)로의 생생한 타임머신 탐방은 구글이 제공하는 지적 놀이의 압권이다.


● ● 놀이터에서는 늘 계획되지 않는 새로운 놀이가 생겨나곤 하듯이, 구글에도 팬들에 의한 놀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google whacking’이라는 두뇌 스포츠는 일반적인 단어 두개로 검색 결과를 딱 하나만 뽑아내는 일을 겨루는 우스꽝스러운 놀이이지만 이미 상당한 마니아 층을 확보해 버렸다. 예를 들어 muon oxymoronic이라는 단어 두 개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관련 사이트는 하나가 검색된다.

어찌 정보의 폭풍 속에서 단 하나만 솎아 내는 일이 쉬울 리 있을까. 기발한 단어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정보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구글왜킹은 관련 사이트(http://www27. brinkster.com/b3tachthonic/googlewhack.asp)에서 해볼 수 있다.


● ● 그 시작점이 어디든 이 모든 놀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가지에 가지를 물고 파 들어가는 지식 탐색의 놀이라는 점이다. 추상적 이기만 했던 지식의 놀이를 극한까지 구체화시킨 구글은 지금, 머리로 즐기는 놀이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에게 그 전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국현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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