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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흘만에 10m 교량 뚝딱

대형 건축물에 도전하는 고분자 복합재

골프채, 테니스라켓, 항공기, 우주왕복선 등에 다양한 복합재료가 많이 쓰인다. 섬유와 플라스틱의 복합재료는 이제 대형 건축물에 도전하고 있다. 기존의 방법으로 한두달 걸릴 교량도 복합재료를 사용하면 2-3일만에 완성된다.

 

복합재료는 기지재료에 따라 고분자 복합재료(1), 금속 복합재료(2), 세라믹 복합재료(3)로 분류될 수 있다. 보강재료는 섬유 (1, 3), 입자, 플레이크(2) 등의 형태다.



섬유가 플라스틱과 만나 강철보다 강해진다? 다름아닌 고분자 복합재료 얘기다. 실제로 탄소섬유와 고분자수지의 복합재료는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볍기 때문에 항공기에 많이 사용된다. 복합재료는 과연 무엇일까.

복합재료는 성질이 서로 다른 재료 두가지 이상이 거시적으로 혼합돼 각 재료에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성질을 갖는 유용한 재료다. 고대 이집트에서 밀짚을 섞은 진흙으로 빚은 벽돌이 인공적으로 제조된 최초의 복합재료라 할 수 있다.

복합재료는 크게 보강재료와 기지재료로 구성된다. 보강재료는 대부분의 힘을 감당하고, 기지재료는 보강재료 사이에 힘을 전달하고 보강재료를 둘러싸 외부환경이나 마모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탄소섬유와 고분자수지의 복합재료에서는 탄소섬유가 보강재료고, 고분자수지가 기지재료다.

복합재료에는 섬유 외에도 입자나 플레이크(얇은 조각) 등으로 특성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보강재료의 형태에 따라 섬유강화 복합재료, 입자강화 복합재료, 플레이크강화 복합재료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지재료에 따라서는 고분자 복합재료, 금속 복합재료, 세라믹 복합재료로 나누기도 한다.


강철의 1/3 무게면 충분

복합재료는 1965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후 복합재료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높은 성능을 가지는 원재료가 개발됐고 다양한 제조기술이 적용됐다. 덕분에 현재는 자동차, 항공우주, 선박, 생체의학, 건설,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재료를 이용한 고성능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복합재료가 다양하게 쓰이는데는 여러 좋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복합재료는 견딜 수 있는 힘인 강도가 강하고, 딱딱해 잘 휘지 않는 성질인 강성(탄성계수)이 좋다. 예를 들어 항공기에 많이 사용되는 탄소섬유와 고분자의 복합재료를 살펴보자. 섬유 길이 방향의 강성은 강철의 70%이며, 늘였을 때 끊어지지 않는 인장 강도는 강철보다 4배 이상 높다. 더욱이 무게(비중)를 고려해 강성과 강도를 비교하면 고분자 복합재료가 강철보다 각각 3배와 20배 이상 높다. 다시 말하면 복합재료에는 가벼운 재료가 사용되기 때문에 각각 강철의 1/3과 1/20 무게로도 같은 강성과 강도를 가진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복합재료는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피로강도가 높고 충격특성이 좋다. 유리섬유를 사용할 때는 전기절연성이나 단열성도 우수하다.

특히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섬유는 열을 가하면 줄어드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열을 가하면 늘어나는 성질이 있는 수지와 적당히 섞일 경우 온도에 따라 변형이 없는 복합재료로 탈바꿈할 수 있다. 그래서 우주구조물과 같이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에서 동시에 사용되는 구조재로 많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우주비행체의 경우에는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추진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추진비용을 절감하고, 구조물이 가벼워진 만큼 다른 측정장비를 추가할 수 있다.

우주왕복선의 경우 무게를 1kg 가볍게 하면 전체 비용을 4천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고, 민간 항공기의 경우에는 1kg 경량화에 1백만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때문에 항공·우주용 구조물이나 부품에 복합재료를 상당히 많이 적용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우리에게 친숙한 라팔 전투기는 전체 무게의 20%가 복합재료이며, 유로파이터의 경우는 35%, F-22의 경우는 25%가 복합재료로 이뤄져 있다. 또한 민간 항공기의 경우 보잉사의 B777은 7%, 에어버스사의 A340은 13%가 복합재료로 구성돼 있다. 복합재료의 적용비율은 새로운 항공기가 개발될 때마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다리에서 핵융합로까지

최근 복합재료는 특히 토목건축 분야에서 신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교량을 보수하거나 건설하는데 복합재료를 활용하고 있다. 교량에서 균열이 발생됐을 때 기존에는 강철로 된 스틸 재킷으로 덧씌워 보수했으나, 요즘에는 탄소섬유나 유리섬유가 들어간 복합재료를 균열이 발생된 부분에 벽지 바르듯이 발라 손쉽게 보강하고 있다.

복합재료는 교량 전체를 교체할 때 더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준다. 콘크리트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이전의 교량을 철거하고 나서야 새로운 교량을 건설하기 시작할 수 있고 콘크리트를 굳히는데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보통 교량을 교체하는데 한두달은 걸리기 때문에 빈번한 왕래가 있는 곳이라면 그 일대의 교통 혼잡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합재료를 이용해 교량을 교체한다면 문제는 훨씬 간단해진다. 한쪽에서는 이전의 교량을 뜯고 한쪽에서는 새로운 교량을 만들 수 있으며, 상온에서 굳을 수 있는 재료(상온 경화수지)를 사용하면 쉽게 굳어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길이가 10m 정도인 교량을 2-3일만에 교체한 적이 있다.

복합재료는 대형 건물을 건설하는데도 콘크리트 대신 사용될 수 있다. 복합재료는 강도가 콘크리트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보다 적은 양으로 하중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복합재료로 건물을 지은 사례가 없어 데이터베이스가 적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은 건물의 외벽에 복합재료를 도입하는 단계다.

앞으로 복합재료의 성능이 향상되면 가혹한 환경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러 방향에서 엄청난 힘이나 열을 받는 대형우주구조물, 초음속기, 고속철도, 핵융합로 등에 우선적으로 이용될 전망이다.
 

복합재료를 사용해 교량을 교체한다면 기존 방법보다 훨 씬 간단해진다. 상온에서 굳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면 쉽게 굳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길이 10m 정도인 교량을 2-3일만에 교체한 적도 있다.



용도에 따라 맞춤설계 가능

어떻게 하면 복합재료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을까. 복합재료에서 기계적인 강도를 좌우하는 요소는 보강섬유의 종류·포함량·배열방향 등이다. 우선 고분자 복합재료의 보강섬유로는 유리섬유, 탄소섬유, 아라미드 섬유 등이 주로 사용되며, 복합재료가 사용되는 조건이나 제조 조건, 또는 가격 등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된다. 유리섬유의 강도와 탄성계수를 각각 1이라고 할 때 탄소섬유는 약 3배, 1.7배이며, 아라미드 섬유는 2배, 1.5배 정도다.

복합재료의 기계적 특성은 보강섬유의 양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탄소섬유와 고분자수지의 복합재료에서 탄소섬유가 고분자수지보다 강도와 강성이 각각 50배 이상 크다. 따라서 복합재료에 들어가는 섬유량은 많을수록 좋다. 실제로는 고성능 복합재료의 경우 전체를 1이라 할 때 섬유가 차지하는 체적이 0.5-0.6 정도다. 그러나 섬유체적비율이 이보다 커지면 고분자 수지를 보강섬유 사이로 밀어 넣기 위해 굉장한 압력이 필요하고, 또 섬유가 너무 많아지면 기지재료가 갖는 중요한 특성의 하나인 힘을 분산·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복합재료의 파괴 양상이 매우 급작스럽게 일어나는 단점이 있다.

섬유방향도 복합재료의 강도를 좌우하는 큰 요인이다. 예를 들어 탄소섬유는 섬유 길이 방향의 강성이 폭 방향보다 10배 이상이다. 탄소섬유와 고분자수지의 복합재료에서도 강도나 강성의 경우 섬유 길이 방향이 폭 방향보다 각각 30배와 1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어떤 구조물이 외부의 힘을 받을 때 각 부위에 가해지는 힘의 방향과 크기를 알고 있으면, 적정한 양이나 두께의 복합재료를 필요한 부위에 배치하고, 힘이 주로 가해지는 방향과 섬유 방향을 일치시킨다면 최소의 재료로 가장 효과적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마치 양복점의 재봉사가 몸에 꼭 맞게 옷을 맞추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기포 없어야 고성능

그렇다면 고성능 복합재료를 값싸게 만들기 위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얼핏 보기에는 복합재료를 구성하는 재료 자체의 가격이 다른 재료에 비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이 요인이 전체 복합재료의 가격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복합재료의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의 70%는 생산공정에 있다. 빠른 시간에 복합재료를 생산하는 일이 가격을 낮추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복합재료를 제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보통 항공·우주용 판재 부품은 반고체상태의 고분자수지에 섬유가 한 방향으로 배열된 시트인 프리프레그를 쌓아올린 후 오토클레이브라는 압력용기에서 떡을 지듯이 압력과 온도를 가해 고체화(경화)시키는 성형법에 의해 제조된다. 이 오토클레이브 성형법은 기포를 거의 완벽하게(2-3% 이내) 제거할 수 있어 고성능 복합재료를 제조할 수 있다. 재료 내부의 기포는 외부에서 어떤 힘 이상이 가해지면 파괴가 일어나기 시작되는 지점이라 기포가 적을수록 성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료인 프리프레그와 장비인 오토클레이브가 비싼데다, 장비의 크기에 따라 제품의 크기가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대형 복합재료 구조물의 제조법으로 가장 널리 사용해온 방법은 수적층(hand layup) 작업이다. 이 방법은 마치 벽지를 바를 때 벽지에 풀을 먹여 한장씩 바르듯이, 직물형태의 보강재에 수지를 묻혀 한장씩 두껍게 쌓아나가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포가 많이 생길 수 있고 다량의 휘발성 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 나빠진다. 특히 최근 들어 환경보호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증가하면서 환경에 큰 해를 주지 않는 새로운 성형기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제품의 크기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생산비가 저렴한 수지충전 성형법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방법은 보강재로 원하는 모양을 만든 다음, 금형 내부에 넣고 수지를 주입하거나 진공에 의해 수지를 빨아들이게 만드는 성형법이다. 진공압이나 4-5기압 정도로 그다지 높은 압력이 필요없어 금형이 간단하고 큰 시설비가 들지 않는다. 이 성형법에서 중요한 것은 보강재에 수지가 차지 않는 부분이 없어야 하고 기포가 거의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강재의 섬유 구조에 따라 수지 흐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수지가 금형 내부를 모두 채우는지, 아니면 어디에 기포가 생기는지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선박의 동체 아랫부분에도 3차원 섬유배열 복합재료 가 사용될 수 있다.



3차원 섬유배열이 필요한 이유

육상교통, 토목건축, 선박해양 분야의 산업계는 복합재료 전체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 분야에서 고성능 복합재료의 대형구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성능이 더욱 향상된 대형구조물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섬유배열이다. 섬유배열은 복합재료가 받는 힘에 따라 달라진다.

복합재료가 받는 힘이 주로 평면 방향이면 적층 형태가 좋다. 즉 한 방향의 섬유로 구성된 층을 여러 각도로 쌓아 올라가는 적층 구조의 형태는 평면 내에서 강도가 우수하다. 하지만 두께 방향으로는 층과 층 사이를 보강하는 섬유가 없기 때문에 두께 방향의 힘이 가해질 때 층과 층이 갈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만약 두께 방향의 힘도 중요하면 가로와 세로로 섬유가 배열된 구조에다 높이 방향의 섬유까지 들어간 3차원 직물 복합재료가 바람직하다. 섬유가 3차원적으로 배열되기 때문에 층간 분리가 일어나지 않으며, 구조의 두께와 폭 방향의 강도와 강성이 모두 증가한다. 또한 제품의 크기와 거의 같도록 짜여진 3차원 직물로부터 복합 재료가 제조되기 때문에 기계 가공이나 볼트나 너트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재료 손실이 적고 무게가 가벼워지며, 생산시간이 단축되고 결합부위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없다. 아울러 직조에서 복합재료 제조까지의 전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 원가가 낮아질 수 있다.

3차원 복합재료는 반드시 대형 구조물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크기가 작더라도 다양한 방향으로 힘이 작용되는 중요한 부품 이라면 3차원 섬유배열 구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항공기 날개의 보강빔과 평판에 사용 되며, 유도무기의 분사구나 맨앞 덮개부분에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단을 중심으로 미사일 레이돔, 교량, 빔 구조물, 헬기와 장갑차 동체 등을 고성능 3차원 복합재료로 개발·생산할 계획이다.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변준형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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