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1. 첨단기술로 가는 다리 소재성형

국내산업 업그레이드 위한 5대 과제 추진중

한국의 주력산업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반도체와 자동차다. 이들 제품이 한국의 대표로 떠오르게 된데는 소재성형기술이라는 숨은 공로자가 있었다.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은 차세대 소재성형기술을 개발해 국내산업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계획이다.


“차세대 소재성형기술은 IT(정보통신기술),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등에 비하면 첨단기술이 아니지만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차세대소재성형기술개발사업단 한유동 단장이 소재성형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평소의 지론이다. 소재성형기술이 첨단기술에 못지 않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나노기술 중에서도 나노재료의 비중은 크다. 나노재료의 성질이 어떻고 반응은 어떻게 하는지 현상을 파악하는 일은 과학의 영역이지만, 나노재료를 활용해 제품으로 만드는 일은 공학의 영역이다. 나노재료가 완제품으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바로 중간 부품을 만드는 성형기술이다. 물론 나노세계의 법칙을 따라야 하겠지만 나노기술이라는 신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소재성형기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소재성형기술은 기존기술에서 신기술로 가는 길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소재를 성형해 부품을 만드는 기술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우리는 최신 휴대폰을 보고 크기가 얼마나 작아지고 기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관심을 갖지, 휴대폰 안을 뜯어보고 부품이 어떤 소재로 돼있고 그 부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컴퓨터나 자동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휴대폰 크기가 갈수록 작아짐에도 벨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버금가고 웬만한 곳에서도 잘 터지는 것은 여러 기능을 감당하는 소형 부품을 만들어낸 소재성형기술 덕분이다.


2조원 이상 수입 대체 효과

차세대소재성형기술개발사업단은 지난해 11월 현판식을 내걸며 과학기술부 산하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으로 정식 발족했다. 76개 기관에서 7백여명의 연구원이 10년 간의 연구대장정에 들어간 사업단의 총연구비는 1천6백91억원. 2001년-2003년의 1단계에만 4백2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단은 전자통신용 고정밀 핵심부품, 자동차부품을 비롯한 핵심 기계류 부품, 그리고 고분자 복합재료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제조 원가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성형공정을 단순화하거나 부품의 특성과 정밀도를 향상시키는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소재성형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30-4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복합재료 분야의 경우 정밀도가 높은 섬유 자동배열기술은 선진국 수준의 10%에 불과하다. 또 마그네슘 판재, 자성 판재 등의 기능성 정밀 금속판재도 대부분 수입품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관련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기능성 판재 분야의 경우 전세계 시장 규모는 5조원 규모,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시장 규모가 약 1/20이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기능성 판재만 국산화한다면 2천5백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업단의 계획이 끝나는 시점인 2010년에는 전세계 시장 규모가 1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관련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물론 일부를 수출한다면 더 큰 성과가 예상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사업단이 내건 과제는 크게 다섯가지. 적층형 세라믹 전자부품, 분말성형 정밀부품, 3차원 형상 고분자 복합재, 기능성 정밀 금속판재, 그리고 부품 일체화성형이 바로 그것들이다. 사업단은 이들 5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 10년 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형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따라서 2010년에는 2조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단의 5대 과제들을 잘 살펴보면 금속, 세라믹, 고분자라는 소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소재도 크게 금속, 세라믹, 고분자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소재 중에서 금속이 50%, 세라믹이 30%, 고분자가 20%를 차지한다.
 

차세대 소재성형 기술 2조원 이상 수입 대체 효과



가볍고 작게 만드는 비결 찾아라

용도를 보면 구조재료에는 금속이 많이 사용된다. 단순히 자동차를 보더라도 금속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자동차 조립에 들어가는 수많은 부품들을 한데 모아 단번에 만들 수 있다면, 생산 공정이 단축돼 생산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차체가 가벼워져 연료가 적게 들 것이다. 만일 연료전지나 전기를 이용한 새로운 엔진 시스템과 함께 적용된다면 배기가스가 줄어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한 과제가 바로 부품 일체화성형이다. 기존에 여러 조각으로 만들던 부품을 한조각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일체화성형기술에서는 필요한 재료를 개발하고, 금형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사업단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엔진을 얹는 부품인 엔진 크레이들을 일체화성형기술로 개발·제작중이다. 엔진 크레이들의 경우 하나의 얇은 튜브가 유압을 통해 정밀하게 제품으로 성형된다. 얇은 튜브는 포항제철에서 제작중이고, 5천기압을 가하기 위한 장비는 독일에 주문해놓은 상태다. 2004년이면 일체화성형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를 거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금속과 달리 세라믹은 구조재로 쓰이는 일이 매우 드물다. 한때 선진국에서는 엔진의 경우 온도가 높으면 성능이 좋기 때문에 고온에 잘 견디며 동시에 가벼운 세라믹으로 엔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세라믹 엔진에 대한 연구는 실패로 돌아갔다. 세라믹이 압축에는 강하지만 충격을 받으면 쉽게 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라믹은 기능성 재료로 컴퓨터, 휴대폰 등 IT 발달에 기여해 왔다. 최근 다양한 기능을 감당하는 얇은 세라믹 판을 수십층으로 쌓아 하나의 덩어리(모듈)로 만드는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과제가 적층형 세라믹 전자부품이다.

적층형 세라믹 전자부품이 적용되면 각종 전자통신제품이 가볍고 작아진다.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기본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휴대폰은 종이처럼 얇고 가볍게 제작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기와 협력해 송수신 신호를 분리시켜주는 스위치, 여러 주파수 중에서 필요한 주파수만을 선택해 걸러주는 필터, 신호를 송수신하는 안테나 등의 기능을 결합한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적층형 세라믹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주파수로 각종 전자제품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블루투스 모듈을 제작하는데 적용될 예정이다.
 

소재성형기술은 우리나라의 대표적‘미인’제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빚어낸 숨은 공로자다.



주력은 기본, 틈새시장도 노린다

반도체·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우리나라 대표 ‘미인’제품으로 빛을 발하는 뒤에는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미인 제품의 ‘아름다움’(부품)을 빚어내는 소재성형기술이다. 사업단에서 내세운 5대 과제 중에는 반도체, 자동차와 관련된 과제가 주를 이룬다. 적층형 세라믹 전자부품이 반도체, 부품 일체화성형과 분말성형 정밀부품이 자동차의 업그레이드에 기여할 것이다. 나머지 과제는 틈새시장을 노린다고 볼 수 있다.

기능성 정밀 금속판재는 마그네슘 판재, 자성 판재, 비정질 강판 등으로 기능성이 뛰어나고 부가가치가 높다. 마그네슘 판재는 노트북이나 휴대폰의 케이스에 쓰이고, 자성 판재는 오디오, 비디오, 전화기 등에 들어가는 변압기의 자석심에 들어간다. 또 비정질 강판은 독특한 탄성을 지녀 골프 헤드에 사용된다.

섬유와 수지의 고분자 복합재는 가볍고 강한 특성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우리나라는 고분자 복합재를 이용한 골프채, 낚싯대, 테니스 라켓을 만드는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중국의 성장으로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할 실정이다. 3차원으로 섬유를 짜 고분자 복합재를 만들면 건축물 빔, 장갑차 동체 등 부가가치가 높은 대형 부품에 적용될 수 있다.

소재성형기술의 결과는 어떤 완제품의 부품이기 때문에 자체로는 부각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곳에서 자동차, 휴대폰, 컴퓨터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사업단의 차세대 소재성형기술이 완성되면, 우리나라 제품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각종 기술력이 높아져 다른 산업에 커다란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작고 가볍게 만드는 비결을 찾아라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진로 추천

  • 신소재·재료공학
  • 기계공학
  • 전자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