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이면 누구나 달나라로의 여행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사이버 상에서 실제와 똑같은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는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서다. 이외에도 다양한 테마파크와 몸으로 직접 느끼는 컴퓨터 게임도 성행할 것이다.
2010년 12월 25일 토요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에 사는 고교생 김영준군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러나 특별히 할 일이 없는 김군, 아침을 은 후 오늘은 무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할 일 없이 방바닥을 뒹굴기는 싫고, 뭔가 정말 재밌으면서 유익한 일은 없을까.
그때 우연히 10원짜리 동전에 그려진 다보탑이 김군의 눈에 들어온다. “그래, 결정했어. 국사시간에 배운 신라의 역사도 직접 느껴볼 겸 경주 불국사에 구경가야지!” 물론 고속철도를 타면 2시간도 안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하루만에 관광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날씨도 춥고 부모님 허락도 받지 않았으며 비용도 만만치 않을텐데, 김군은 어떻게 불국사를 구경한다는 얘기일까.
김군은 여행 짐을 싸는 대신 간편한 차림으로 동네에 위치한 사이버여행방을 찾아간다. 사이버여행방에 들어간 김군은 여러개의 방 중 하나로 안내된다. 그 다음 종업원에게 원하는 목적지를 말하고 나서 머리에 시각장치를 쓰자 모든 준비는 끝. 시간이 잠시 흐르자 김군의 눈앞에 드디어 불국사가 펼쳐진다.
사이버공간 속의 불국사에서 김군은 현실과 거의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3백60도 실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그윽한 풍경소리를 비롯한 음향과, 불상 앞의 향로에서 나는 냄새를 비롯한 향기가 현실감을 더욱 높인다.
수요 있으면 공급 만들어진다
인간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식사나 수면처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리적 필수시간이 있고, 학교나 회사에서 보내는 사회적 구속시간이 있다. 이런 시간을 빼면 전체의 3분의 1 가량이 남는데, 각자가 자유롭게 선택해 쓸 수 있는 자유시간이다. 이 자유시간에 인간이 하는 일을 ‘여가’라 한다.
여가는 어떤 필요나 의무에서 벗어나 스스로 만족을 얻기 위해 자유롭게 하는 활동으로, 활동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흔히 레저(Leisure)라 부르기도 하는데, ‘일이나 직업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허용된’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 리케레(Licere)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사람은 쉴 때 하는 일 1위가 TV 시청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제대로 여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여가는 의미 없이 논다는 개념이 아니라, 이를 통해 휴식, 기분전환, 자기계발과 사회적 성취를 거둘 수 있다. 가까운 미래이기는 하지만 2010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TV 앞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 것일까.
김군의 이야기에서 어느 정도 짐작했겠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여가가 획기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측한다. 여가의 특성상 변화의 이유는 주로 사회적인 수요에서 나오고, 과학기술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즉 주5일 근무제 때문에 자유시간이 크게 증가하면, 여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진다. 소득과 교육수준의 전반적인 향상 또한 좀더 다양한 여가를 즐기려는 수요를 낳는다. 이런 수요에 부흥하기 위해 여가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상현실기술로 우주여행 체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카피처럼 사람들이 여가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아이템은 관광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일에 억눌려 사는 사람에게, 관광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매력적인 일이다. 관광산업은 앞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계관광기구(WTO)는 현재 한해 7억명 정도인 전세계 관광객수가 2010년에는 10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에 우리는 어디로 떠날 수 있을까. 우선 부산 해운대처럼 현재도 사랑받는 국내외 관광지를 떠올릴 수 있다. 이들 관광지는 고속철도와 같은 교통수단의 발달 덕분에 심리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진다. 똑같은 시간이 생겨도 좀더 멀리 있는 관광지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관광상품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잠수함을 타고 바닷 속을 구경하는 ‘해저관광’과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하는 ‘우주관광’ 등이 모색되고 있다. 이들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경제적인 측면이 좌우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주관광의 경우 현재 비용이 무려 2천만달러(2백30억원)나 된다. 2010년에는 이보다는 적겠지만, 여전히 백만장자에게만 해당하는 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반인이 우주관광을 체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컴퓨터상의 사이버공간에서 실제와 똑같은 감각을 느끼는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 덕분에 사이버관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현실을 위해 시각을 담당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 등 구체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연구되고 있다. 2010년에는 90% 정도 흡사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관광은 직접 관광에 나서기 어려운 노약자나 환자, 장애인에게도 희망을 제시해 준다.
현실과 점점 닮아가는 게임
본격적인 관광을 하기에 모자란 하루 정도의 짬이 났을 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여가 아이템은 바로 ‘테마파크’다. 그래서 현재 앞다퉈 기존의 테마파크를 보완하거나 새로 개발하는 계획이 마련되는 상황이다. 2010년쯤이면 근사한 테마파크가 여럿 등장해 우릴 유혹할 것이다.
에버랜드, 롯데월드와 같은 어뮤징먼트파크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더욱 다양한 놀이시설로 무장해 변함없이 사랑받는다. 첨단과학기술의 사이버틱한 매력을 직접 볼 수 있는 첨단과학 테마파크도 등장한다. 이와 함께 역사나 게임, 만화 속의 세계를 현실에 그대로 재현한 테마파크가 우리나라에도 등장할 전망이다. 반대로 과학기술에 바탕한 첨단 산업사회로의 진행은 오히려 휴식을 취할 때만은 과학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려는 수요도 크게 만든다. 따라서 직접 자연을 체험하면서 감성을 자극받는 테마파크가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몇시간 정도의 틈새를 메우는 적당한 여가 아이템은 게임이다. 아직 젊은 층에 한정돼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을 즐기는 층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2010년에는 사실성에 바탕한 풍성한 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의 사실성은 2차원인 모니터를 떠나 3차원을 보여주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더욱 현실적으로 변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런 3D 디스플레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실과 똑같은 게임은 그 속으로 직접 들어와 즐기도록 유혹한다. 인간은 몸으로 직접하는 일에서 더 짜릿한 쾌락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경주 게임의 경우, 핸들을 조작하면서 기어를 변환하고 코너링을 돌 때 실제와 똑같은 중량감까지 느껴지는 인터페이스가 연구되고 있다. 격투기 게임의 경우에는 옷처럼 입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해 실제 자신의 동작으로 공격하고, 약하지만 충격을 직접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기술의 발달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최근 게임 속의 물건이 실제 물건인 양 고가로 거래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게임이 점점 현실을 닮아가면서 게임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은 더욱 모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의 자신과 컴퓨터게임 속의 자신의 아바타를 혼동하면서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나누는 섹스
좀더 심각한 사회문제도 예견되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흥미롭게도 결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 가족이나 자녀가 노는데 방해로 여겨져 결혼을 꺼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에 대한 욕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여가시간이 많이지면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성으로 흐른다.
결혼은 하지 않으면서도 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동거하는 형태가 증가한다. 이때 동거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가장 큰 기준은 성적인 매력이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가꾸기 위해 쉬지 않고 운동을 할 것이다. 쉬거나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신적으로 쫓기면서 강압적으로 여가에 매달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한편 성적 욕구의 해결책으로 섹스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만 지난해 인터넷 포르노 사이트에만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가 흘러갔을 정도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 GM,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 등 대기업들이 포르노 시장에 뛰어들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결국 돈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도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한 예로 원거리회의기술은 포르노업체에서 스트립쇼를 보여주기 위해 개발됐다.
과학기술과 섹스산업의 최고 접점은 실제와 똑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사이버 섹스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중추와 신경계에 대한 완변한 이해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행여 민감한 부분에 감전이라도 당하면 큰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