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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이 지배하는 정보의 우주

거미줄 네트워크와 입는 컴퓨터 유행

2010년에 접하게 될 정보통신 인프라의 가장 큰 특징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는 휴대폰 하나로 내 주변환경을 원격 제어할 수 있고,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새로운 인터페이스 기기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동통신이 지배하는 정보의 우주



정보통신 관련업체에 근무하는 김지영 팀장은 수요일이 즐겁다. 재택근무와 잦은 출장으로 자주 볼 수 없는 팀원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점심 식사를 하는 날이기 때문. 모이는 장소는 서울이지만, 김 팀장과 각 팀원들은 광주나 부산 등으로 파견 나가있다. 그래도 초고속열차를 타면 30분도 채 안 걸린다. 김 팀장은 무선 인터넷으로 예약한 초고속열차에 올라탄 후 선글라스 형태의 안경을 끼고 PDA를 조작했다. 눈앞에 나타난 3차원 디스플레이엔 하루 일정과 예약 가능한 식당이 표시된다.

김 팀장이 팔목에 두른 센서를 눌러 탁자에 빛을 쏘이자 커다란 키보드 자판이 그림자처럼 생겨난다. 예전엔 PDA의 작은 버튼을 누르느라 불편했지만 빛 키보드를 사용한 후 그런 불편을 덜게 됐다.

퇴근 후 김 팀장은 집에 들어가기 전 여느 때처럼 손목에 찬 휴대폰 버튼을 간단하게 몇번 조작한다. 집안의 각종 가전제품을 원하는 대로 미리 맞춰놓기 위해서다. 우선 하루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적당한 온도의 목욕물을 받아놓고, 냉장고를 검색해 필요한 식품을 주문한 후 안방 오디오엔 내 기분에 맞는 음악을 세팅했다.

집에 들어가 욕실로 향하니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가 김 팀장을 반기고 있다. 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다. 목욕을 마치고 거실로 나와 ‘뉴스’라고 말하니 TV가 켜진다. 통신용 신발과 손목시계가 출시되자마자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온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우유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다. 물론 사러나가지 않아도 된다. 냉장고와 슈퍼마켓이 원격통신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어 우유나 오렌지 주스가 바닥이 날 즈음엔 자동으로 주문이 되도록 설정해놨기 때문. 안방에 들어서니 오디오에선 내 기분에 맞는 테마 곡이 흘러나온다.


기계와 기계의 커뮤니케이션

휴대폰뿐만 아니라 가전기기, 사무용 기기, 심지어 패션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무선통신으로 연결된 세상.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지속적인 연결성을 갖는 2010년의 정보통신 미래상이다.

최근 일본의 NTT기술예측연구회가 내놓은 ‘2015년 정보통신기술’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약 8년 후인 2010년의 정보통신 환경은 ‘유비쿼터스’(Ubiquitous)로 자리잡게 된다. ‘모든 곳에 있다’라는 뜻의 유비쿼터스는 다양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지 손쉽고 안전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블루투스 등 근거리 무선통신은 물론, 인터넷 인프라에 의해 다른 네트워크와 연결돼 모든 곳에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는 제록스가 제창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원조이지만, MIT 등에서 예견한 ‘입는 컴퓨팅’(Wearable computing)과 함께 그 이전부터 화두에 오른 개념이기도 하다.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의 관계자는 “유럽의 IST 프로젝트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세계 이동통신서비스 사용자의 수가 4억명을 넘어섰다”면서 “지난 10여년간 이동통신의 성장을 볼 때 2005년쯤 인터넷 이동 접속 건수가 고정 접속 건수를 앞지를 것이며, 2010년 이동통신서비스 사용자의 수는 약 17억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관계자는 “2010년경 정보를 교환하는 상대는 지금의 사람과 사람 중심에서 사람과 기계 중심, 더 나아가 기계와 기계간 이뤄지는 인터넷 통신도 발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똑똑한 냉장고

이런 변화는 경제활동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가정에서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가정 내 네트워크 통신은 어떻게 이뤄질까. 전문가들은 2010년이 되면 1Gbps 이상의 가정 내 LAN을 가진 집이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또한 지금처럼 설치된 전용 배선을 이용한 유선 홈 네트워크 시스템은 사라지고 전화선과 전력선을 이용하는 방식, 블루투스 같은 무선데이터 통신 방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가정에서 집안 전체의 시스템을 통제해주는 홈서버에 연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말기는 현재 사용되는 PC나 비디오폰 등 고정식 단말기와 휴대폰, 웹패드 등의 이동식 단말기로 나눌 수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관계자들은 미래의 통신에는 이동식 단말기인 휴대폰이 가장 각광받는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휴대폰 원격검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LG텔레콤도 올 하반기부터 휴대폰을 이용해 각종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홈 오토메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가정 내 통신 시스템의 구축이 활발해짐에 따라 각종 인터넷 가전이 가전제품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일본의 마쓰시타는 1999년 전화로 원격 제어가 가능한 냉장고와 에어컨을 개발한 바 있으며, 샤프도 최근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즉시 다운로드 받아 요리에 참고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를 출시했다.

국내 디지털 가전 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은 가정 내 네트워크 시스템과 관련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하기로 했으며, LG전자도 현재의 인터넷 가전제품 외에 전기 밥솥, 청소기 등에도 인터넷 기능을 추가키로 했다. 특히 LG전자는 냉장고에 식료품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가까운 유통업체에 메시지를 보내 식품을 보충하는 네트워크 냉장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인터넷 가전의 시장규모가 2003년 4백억달러가 될 것이며, 2010년이 되면 모든 가전제품이 인터넷 가전으로 바뀔 것이라고 낙관했다.
 

거미줄 네트워크와 입는 컴퓨터 유행



손가락 센서가 키보드 대체

2010년을 빛낼 통신계의 또하나의 기술로는 ‘신체 착용’을 전제로 한 로컬 통신수단을 일컫는 PAN(Personal Area Network)을 손꼽을 수 있다. PAN은 각종 휴대용 기기들을 작동시키는 전원과 기기간 통신용 전선을 인체가 대신한다는 개념으로, MIT 미디어 연구소와 IBM에서 공동 개발했다. 신체와 닿지 않으면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없으므로 보안성이 높고 생체 정보를 이용한 인증도 쉽다. 발을 내딛는 충격으로 전원을 공급해 통신할 수 있는 신발이나 팔의 움직임을 이용해 통신이 가능한 손목시계, 인간의 체온과 외부 온도 차이를 이용해 발전하는 기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펼쳐진 ‘IT 엑스포 및 심포지엄’에서 2007년경 15-50세의 유럽연합과 미국 인구의 60% 이상, 2010년경에는 75% 이상이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무선 통신과 디바이스를 사용 또는 착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제품이 기존 키보드와 디스플레이 등의 형태를 갖춘 인터페이스 제품이라면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소형화를 지향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착을 전제로 한 새로운 인터페이스 구조가 고려돼야 한다. 2010년경엔 어떤 인터페이스 제품이 주를 이루게 될까. 한국정보통신연구원에서 내놓은 전망을 살펴보자.

먼저 키보드의 경우엔 지금처럼 키 스위치를 나열한 방식이 아니라 가속도 센서 등을 활용해 손가락 동작을 직접 포착하는 제품이 상용화될 전망이다. 일본의 NTT HI 연구소에서는 손가락 안쪽에 반지 모양의 가속도 센서를 장착해 문자를 입력하는 ‘FingeRing’과 손목에 찬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손가락 끝으로 키를 치는 동작을 포착해내는 명령어 입력기구인 ‘UbiButton’을 개발한 상태다. 이외에도 올림푸스와 MIT에서 손가락 끝 등에 장착한 가속도 센서를 사용해 손동작을 포착하는 기기 등을 연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엔 작은 패널로도 큰 시야각을 얻을 수 있는 HMD(Head Mount Display)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최근 일본의 미노루타사와 미국의 마이크로옵션사가 기존 안경 형태의 HMD를, 미국 워싱턴대에서는 눈의 망막에 직접 화상을 투영하는 VRD(Virtual Retinal Dispaly)를 제안했다. 2010년경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안경형 또는 콘텍트렌즈형 HMD를 착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한단계 더 발전한다면 체내이식형 정보화 기기나 인터페이스 칩이 새로운 통신 수단의 개념으로 탄생할 것이다.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가공해내는 나노기술로 개발된 각종 초소형 기기를 눈과 입, 귀와 손가락 등 신체의 각 부위에 이식하면 별도의 단말기를 휴대하지 않더라도 네트워크에 접속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므로 항상 무한한 정보를 휴대하고 다니는 셈이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발달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수많은 정보를 우리 품에 안겨준다. 그렇다면‘정보의 바다’가 아닌‘정보의 우주’속에서 생활해야 할 2010년 우리의 삶은 마냥 행복할까. 정답은 불투명하다. 내가 필요한 정보를 원하는 만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 결국 최종적인 정보 선택은 과학기술이 안겨다 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손가락 센서가 키보드 대체

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장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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