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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아복제 급물살

정부 허용 방향 입법 추진·한국인 복제인간 소식도

세계적으로 배아복제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 우리나라 정부는 배아복제 연구에 대해 허용하는 쪽에 더 많이 서 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배아복제’를 사실상 허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문제를 놓고 또다시 거센 태풍이 불고 있다.

‘배아복제’란 말이 워낙 신문과 방송에 많이 나와 또 듣는게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더 설명하자.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한 수정란의 14일까지의 상태를 말한다. 배아복제는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자신의 체세포 핵을 넣는 것이다. 복제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면 영화에 나오는 ‘복제인간’이 된다. 그래서 문제다.


치료용 복제 허용 방침

태풍의 발단은 외국에서 시작됐다. 복제인간을 탄생시키겠다며 끊임없이 주목을 끌던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박사는 마침내 얼마 전 “올해 안에 복제인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간복제 전문회사인 클로나이드 사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 대리모 3명이 복제인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시한폭탄을 터뜨렸다.

바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이 한국에서 복제인간이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에 ‘생명윤리법’을 하루 빨리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명윤리법을 준비하던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각자의 법률 시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처음에는 과기부와 복지부의 안이 서로 달라 보였다. 복지부는 ‘배아복제는 금지하며 3년 뒤 다시 논의하자’로, 과기부는 ‘사실상 허용’으로 방침을 발표했다. 과기부 안은 ‘배아 복제는 당장 법으로 규제하지 않고 새로 위원회를 만들어 방침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언론에 공개한 시안이 실제 법률안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역시 과기부의 안과 비슷한데 언론에는 금지한다고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일련의 해프닝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한국 정부는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쪽에 더 많이 서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배아복제에 대해 독일, 프랑스는 ‘금지’, 영국, 이스라엘은 ‘허용’이다. 미국은 현재 ‘금지’하는 쪽으로 입법 준비중이지만, 금지의 내용이 연구비를 주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묵인’에 가깝다.

정부의 방침은 배아를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종교계의 주장보다는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과학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과기부의 안에 대해 “과학자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됐다”며 환영했다. 이로써 현재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내 배아 줄기세포 연구도 급물결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9월 복제인간 금지 법률 제정

그러나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신의 섭리가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깨진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김환석 시민과학센터 소장(국민대 교수)은 “인권에 피해가 올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현재 정부의 입법안이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저항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배아 복제가 허용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한국에서 복제인간이 탄생할까.

적어도 합법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복제인간 금지’ 만큼은 올 9월 정기국회에서 법률로 만들 예정이다. 만일 법을 제정하지 못해 한국에서 복제인간이 탄생하면 정부는 국내외의 비난을 한몸에 받을 것이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주목받는 것은 클로나이드의 한국 자회사 쪽이다. 한국에서 첫 복제소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인간 복제 배아가 한국에서 자궁에 착상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해 클로나이드의 발표에 대해 반신반의한다”면서도 “외국에서 시도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복제인간은 중간에 기형아와 유산이 너무 많아 선뜻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모를 일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판도라가 제우스신이 선물한 상자를 열었을 때 온갖 나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연 배아복제라는 판도라의 상자는‘희망’을 안겨줄까 아니면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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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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