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배설물이 바다 속의 산호를 멸종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일지 모른다.
미국 조지아대의 제임스 포터 교수팀은 카리브해의 산호를 병들게 하는 박테리아를 밝히는데 성공해 그 결과를 ‘미 과학학술원회보’(PNAS) 6월 17일자에 발표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구팀이 분리한 박테리아는 사람의 대장에 사는 종류였다.
연구팀은 카리브해에서 서식하는 엘크혼(Acropora palmata) 산호를 조사했다. 이 산호는 바다 속에서 다른 동식물이 살아갈 공간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카리브해에서만 90% 이상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1999년 멸종위기 종으로 선포해 보호하고 있다.
카리브해에서 엘크혼 산호가 급감한 이유는 백두(white pox)라는 병 때문이다. 백두는 산호의 표면 군데군데에 하얀 점 형태로 퍼지는 병이다. 섬유층을 파괴해 뼈대를 드러내게 하는데, 하루 최대 10㎠까지 병이 퍼진다.
연구팀은 백두에 걸린 산호에서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탐색했다. 결국 백두를 일으키는 원인인 박테리아(Serratia marcescens)를 찾아냈는데, 이 박테리아는 인간의 배설물 속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종류다. 포터 교수는 “인간의 배설물 속에 있는 박테리아가 수중 무척추생물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첫번째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산호 속에 들어있는 박테리아가 어디서 왔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가 산호 멸종에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카리브해에는 매년 4백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쓰레기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