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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시력 얼마나 뛰어날까

경기 흐름 잡는 시간 20% 짧아

전세계 축구팬의 눈이 한국과 일본으로 쏠리는 월드컵시즌이다. 경기장의 선수도 눈으로 목표물을 좇고, 수만 관중의 눈도 한곳에 집중된다. 때론 기막힌 장면에 우리의 눈을 의심하기도 한다. 운동선수의 눈이 어떻게 다른지 눈여겨보자.

 

우수한 축구선수일수록 공이나 선수에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 이, 숙달되지 않은 선수에 비 해 약 20% 짧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반응한다. 감각기관에는 눈, 귀, 코, 피부, 혀가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기관이 바로 눈이다. 눈을 통해 얻는 외부의 정보는 인간이 취득하는 모든 정보의 87%에 해당한다. 나머지 감각기관이 나머지 13% 내에서 정보를 나눠 취득할 뿐이다.

스포츠에서도 눈과 시력이 중요하다. 과녁의 한가운데를 뚫기 위해 사격선수가 눈으로 조준하고,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치기 위해 타자는 눈을 부릅뜨고 쳐다봐야 하며, 초록색 그라운드를 누비며 달리기 위해서는 축구선수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먼저 시력을 비롯한 운동선수의 감각능력을 알려주는 반응시간(반응속도)을 살펴보자. 운동경기에서 반응시간은 선수들의 절대적인 능력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반응시간(reaction time)이란 외부의 일정한 자극에서부터 우리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기까지의 시간적 간격을 말한다.


반응시간의 상당한 편차

청각적인 신호를 일례로 들어보자. 출발선에서 스타트를 준비하고 있는 1백m 달리기 선수가 있다. 이 상황에서 반응시간은 총소리가 난 순간부터 선수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까지의 시간이 된다. 또는 자기 쪽으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반응시간을 따져볼 수 있다.

사람의 반응시간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반응시간은 인간이 극복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수마다 반응시간이 다를 수는 있을지언정, 아무리 준비하고 예견한다 하더라도 반응시간이 없을 수 없다는 말이다. 누구나 시각적 또는 청각적으로 감지한 후에 움직이기까지 일정한 시간을 소비해야만 한다.

둘째로는 사람마다 반응시간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일까. 만일 일정한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능력을 계속적으로 측정하는데, 그 평균 반응시간이 0.2초, 이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시간의 편차는 약 0.1초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한번 테스트할 때 0.1초가 나올 수 있고 똑같은 테스트를 바로 다음에 하면 이번에는 0.3초가 나올 수 있다. 보통 평균 반응시간은 일반인이 0.3초, 운동선수가 0.25초 내외이고, 편차는 0.1초 정도다. 즉 운동선수도 컨디션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상당 수준의 변화 폭은 마치 인체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뇌에서 무작위로 실험하는 상황과도 유사하다. 실제로는 달리기와 같은 경우 너무 일찍 몸을 움직이면, 무효 내지는 실격 처리가 될 것이며,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한다면 1백분의 1초를 다투는 경기에서 당연히 뒤쳐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반응시간의 변화 폭이 크다 하더라도, 한가지 운동에서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은 그 운동에서만큼은 빠르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골대 앞에서 순간의 발놀림으로 공의 방향을 바꿔 골을 넣는 것처럼 말이다.
 

속도가 느리고 크기가 큰 공이라 면 공에서 눈을 떼지 않는 습관이 좋다. 하지만 빠른 공에 대해서는 이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빠른 공에서 눈을 떼라

그러면 운동선수는 보통사람에 비해 눈으로 보는 감각에 대한 반응이 우수할까. 만일 우수하다면 무엇이 얼마나 우수할까.

처음 테니스와 같은 구기종목을 배울 때 귀가 따갑도록 듣던 말을 기억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공통적으로 ‘공에서 눈을 떼지 말아라’라는 코치의 말을 상기할 것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구기종목에서 코치나 지도자가 흔히 사용하는 훈련어구이기도 하다. 최고 기량을 보유하고 있는 골든 글러브의 유격수도 이 어구를 항시 자신의 뇌에 각인해두고 있을 것이다. 공이 느리거나 비교적 크다면, 이 말은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공에도 이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최소한 한 연구에 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쳐다보는 상황에서는 눈동자가 공을 쫓아가지 못한 채 빠르게 움직인다고 한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눈의 단속성 운동(saccadic eye movement)이라고 한다. 눈이 물체를 바라보는 동안 물체가 움직이면, 망막에 정확한 초점을 맞추기 위해 단계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는 공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이 빠를수록 이 공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더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공이 지나갈 것이라고 예상되는 길목으로 눈의 초점을 옮기고 기다리는 것이다. 공을 계속 따라갈수록 눈이 더욱 흔들리기 때문이다.

야구경기에서 투수의 공을 치는 타자의 경우를 설명하면, 날아오는 공에서 빨리 눈을 떼고 공이 지나갈 것이라고 예상되는 길목으로 초점을 빨리 옮길수록 타자는 더 확실하게 공을 때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선수는 사실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빠른 공을 잘 친다는 것은 단지 눈의 반사적 기능을 어떻게 빠르게 작동시키는가 하는 점 외에도, 어디에 눈의 초점을 둘 것인가를 배우는 과정이다. 바로 운동선수가 통상적으로 감각을 익힌다고 표현하는 부분이다.
 

우수한 축구선수는 상대선수가 차기 전에 공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차기 전에 축구공의 방향 안다

그러나 빠른 물체를 바라보는 일만이 스포츠의 모든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느린 공이나 상대방의 움직임을 빠르게 감지하고 대처해야 하는 경기가 오히려 더 많다. 그래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눈의 감지능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 의도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보통 눈의 능력은 최고 수준에 이르러 있지 않다. 그만큼 발달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운동선수를 대상으로 눈의 기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특히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넓은 그라운드에서 선수와 공의 거리와 속도에 대한 변화를 정확하게 간파해야 하는 경기의 특성 때문이다.

숙달된 축구선수는 다른 선수가 찬 공이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 것인가를 잘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공을 차기 직전에 이미 그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발달한다고 한다. 이런 연구결과는 공 자체의 방향뿐 아니라 눈으로 얻어진 정보를 뇌에서 분석하는데 훨씬 더 효율적으로 훈련됐다는 점을 말한다. 반면 숙달되지 않은 축구선수는 공을 찬 후에야 그 방향을 감지한다.

그뿐만 아니다. 숙달된 선수는 경기중에 선수의 움직임을 더욱 잘 분석한다고 한다.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한다는 것은 이미 경기의 패턴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경험이 많은 선수일수록 어떤 물체나 선수에 시선을 고정하는 시간이, 숙달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약 20%나 짧다. 즉 짧은 시간 동안에 더 많은 것을 보면서도 더 구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한다. 축구에 숙달될수록 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위치,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봄으로써 경기를 읽는다는 얘기다. 분명 우수한 선수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른눈 주시에 오른손잡이 선 수는 오른쪽 공에 비해 왼쪽 공 을 처리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 진다.



주로 쓰는 눈이 있다

그렇다면 선수의 눈은 보통사람의 눈과 어떻게 다를까. 우선 시력이 좋다. 그리고 시야가 넓다. 선수의 눈에는 더 넓은 영역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동시에 눈에 들어온 영역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더욱 잘 인식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깊이에 대한 인식도 보통사람에 비해 정확하며, 눈자위의 움직임도 우수하다. 한마디로 운동선수의 경우 눈의 고유기능과 대뇌에서 인식하는 능력 거의 모두가 보통사람에 비해 우수하다는 말이다. 또 이런 모든 시각기능이 훈련 가능하다.

한편 눈에는 주시라는 또다른 특성이 있다. 사물을 볼 때 두 눈으로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한 눈이 중심이 되고 다른 눈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이때 주기능을 담당하는 눈이 바로 주시다. 왼발잡이와 오른발잡이가 있듯이 왼눈 주시와 오른눈 주시가 있다. 주시와 잘 쓰는 손발이 같은 경우가 전체의 82%, 다른 경우가 18%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주시에 따라 운동능력이 달라진다. 왼눈 주시에 오른손잡이인 테니스선수는 오른눈 주시에 오른손잡이인 선수에 비하면, 오른쪽 공을 처리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왼쪽 공은 매우 잘 처리한다. 축구의 경우는 어떨까. 오른눈 주시에 오른발잡이인 수비수인 경우 공격수가 오른쪽으로 속임수를 쓰려 한다 해도 잘 속지 않는다. 주시 쪽의 인식과 반응이 빠르기 때문이다. 만일 상대선수의 주시를 알아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 선수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선수를 수비수로 배치하면 효과적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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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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