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대만에서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 정도면 원자탄 8개가 동시에 터진 위력과 맞먹는다. 그런데 인명피해는 사망자 5명에 3백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한편 이보다 앞선 3월 25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사망자수는 무려 3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명피해 자릿수부터 달라
대만은 건물에 내진설계를 도입하는 등 지진을 대비했다. 최근 지진은 그 결과를 대변해준다. KAIST 건설환경공학과 김동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을 대비한 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지진은 일본과 같이 빈번히 발생하는 나라들의 얘기이지 우리나라는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김교수는“지진을 대비한 연구는 보험과 같다”면서“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인명피해의 자릿수가 다를 정도로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는 지진 활동이 활발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43회가 발생하더니 올해에만 벌써 18회를 넘겼다. 리히터 규모로는 2-3 정도로 일부 사람만 느끼는 정도였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대지진은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에는 피해가 너무 뼈아프기 때문이다.
김교수가 이끄는 지반동역학 연구실은 현재 구조물이 서있는 부지에 관한 연구를 집중 수행하고 있다. 구조물의 기초가 되는 땅을 제대로 알아야 내진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진의 충격을 일으키는 지진파도 지반을 통해 전달되고, 지진이 발생 했을 때 구조물의 움직임 역시 지반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1985년 멕시코시티 지진 때 유독 10층 정도 건물이 무너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공진현상이라 불리는 지반증폭 현상 때문이었다. 토사와 같은 연약한 층으로 구성된 지반일 경우 지진파는 암반과 지표 사이에서 계속 반사될 수 있다. 그러면 지반의 흔들림은 일정한 주기성을 가지면서 상당히 증폭된다. 이 주기에 따라 특정 높이의 상부 구조물은 더욱 큰 피해를 입는다.
지반동역학 연구실에서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발생 하는 다양한 지반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지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연구중이다. 현장에서 땅 속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지진파와 특성이 같은 탄성파를 사용한다. 두개의 시추공을 판 후, 한쪽 시추공에는 탄성파를 내보내는 가진원을, 다른 시추공에는 이를 감지하는 감지기를 설치해 탄성파의 변화를 측정한다(cross hole). 시추공을 하나만 이용해 지상에서 발생시킨 탄성파를 지하에서 분석하거나(down hole), 땅 속에서 발생시킨 탄성파를 지상에서 분석하는 방법(uphole)도 가능하다. 시추공 없이 지표면에서 바로 탄성파를 발생시켜 분석하는 표면파기법(SASW)도 연구하고 있다.
실험실에서는 땅 속에서 채취한 시료의 특성을 전문적인 방법으로 정밀하게 분석한다. 시료는 시추공을 통해 땅 속 상태에서 변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추출한 것이다. 현장과 실험실에서 얻어진 지반 자료들은 컴퓨터 모델로 해석된다.
최근 김교수는 탄성파를 이용한 부지평가 방법으로 경주와 홍성 지역이 얼마나 지진에 민감한지를 조사 했다. 가로 세로 각각 10km인 조사 지역을 선정해 지반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해석된 결과는 GIS(지리정보시스템)를 이용해 ‘지진민감도’로 작성됐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지진 충격이 발생할지 그려진 지도가 완성된 것이다. 체계적인 지진 대비책을 세우는데 필요한 기본 자료가 갖춰진 셈이다.
구조물 속을 들여다보는 비법
지반동역학 연구실에서는 탄성파를 이용한 구조물의 비파괴시험에 대한 연구도 심도있게 진행하고 있다. 비파괴시험이란 구조물이 얼마나 안전하고 건전한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구조물에 손상을 주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비파괴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과 같은 대형 구조물의 붕괴사고로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는 기술이다.
비파괴시험은 완공 후 유지관리 단계뿐 아니라시공할 때부터 적용된다. 전 과정에 걸쳐 구조물의 상태를 알아야 결함에 대한 대책을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는 이를 위해 충격으로 탄성파를 만든 후 되돌아오는 반사파를 분석하는 충격반향기법(Impact-Echo Method)과 표면에서 탄성파의 전달을 분석하는 표면파기법, 또 이 둘을 결합한 충격반향-표면파기법(IE-SASW)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제5회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김동수 교수가 이끄는 지반동역학 연구실에서는 현재 박사과정생 9명과 석사과정생 4명이 땀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