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토끼가 연이어 복제동물 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국 텍사스 A&M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 고양이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지난 2월 15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불과 한달 보름 후인 지난 3월 29일에는 프랑스 농학연구소(INRA)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 토끼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한편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2월 북한의 국가과학원 생물분원 실험생물학연구소에서 토끼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실을 4월 12일자로 보도했다. 현재로선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북한의 생명공학계에 대한 흥미로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복제동물원에 입성하는 동물들
이번에 탄생한 복제 고양이와 토끼에 사용된 방법은 체세포복제술이다. 즉 암컷에서 난자를 뽑아 핵을 제거한 후, 몸에서 채취한 체세포와 융합시켜 수정란을 만든다. 이 수정란은 대리모에 이식돼 정상적인 임신과정을 거쳐 복제동물이 태어난다.
체세포복제술은 1996년 최초로 복제 양 ‘돌리’에 적용된 후 생명공학계의 중심 자리를 차지했다. 이 방법에 의해 1998년 일본에서 복제 소, 미국에서 복제 쥐가 태어났고, 2000년에는 영국과 일본에서 거의 동시에 복제 돼지가 태어났다. 그리고 올해 초에 한꺼번에 고양이와 토끼가 복제동물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왜 이처럼 다양한 동물을 복제하는 것일까.
사실 복제동물의 탄생에는 모두 그 나름의 배경을 갖고 있다. 다양한 동물을 복제하는 공통된 이유는 바로 인간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인간을 위해 동물이 하나씩 복제동물원에 입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체세포복제는 핵의 유전자가 부모와 똑같다. 따라서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에 체세포복제를 사용하면 그대로 복제해낼 수 있다. 복제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복제된 동물들은 어떤 장점을 갖고 있길래 대량생산을 하려고 한 것일까. 최초로 복제된 동물 양은 양털과 고기, 젖을 제공하기 때문에 서양에서 중요한 가축이다. 동양에서 소는 양과 마찬가지로 고기와 젖을 제공하는 중요한 가축이다. 쥐는 실험실에서 질병 연구에 사용되는 역시 중요한 동물이다. 한편 돼지는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장기를 갖고 있어 부족한 장기의 공급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애완용에서 약물공장까지
이번에 탄생한 고양이와 토끼는 여러 면에서 복제동물 중 눈에 띈다. 지금까지 복제된 동물과 달리 대량생산할 이유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중요한 가축도 아니고 실험실에 많이 쓰는 동물이라 보기도 힘들다.
고양이 복제의 경우는 고양이가 대표적인 애완동물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만하다. 할리우드 영화 ‘여섯번째 날’처럼 가족같이 지내던 애완동물을 잃을 경우 이를 복제하려는 수요는 상당하리라 짐작된다.
한편 토끼 복제를 주도한 장 폴 레나드 박사는 토끼가 인간 질병의 원인을 탐구하는데 유용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목적으로 쥐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토끼가 생리학적으로 사람과 더 가깝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을 탐구하는데 더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토끼의 젖을 통해 유용한 단백질을 생산할 수도 있다. 물론 유전자가 조작된 박테리아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경우는 간단한 종류만 가능하다. 포유류를 이용해 생산할 수밖에 없는 복잡한 분자들도 상당수 된다. 토끼 암컷은 매년 10L의 젖을 생산하기 때문에 약물을 생산하는 ‘드럭 팩토리’(drug factory)로 유용하다는 의미다.
다양한 복제동물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동물 복제 방법은 아직 효율적이지 못하다. 동물별로 기본 과정은 똑같지만 수정란을 만들기 위한 조건 등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다. 복제 과정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도 치명적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복제전문가인 마리아병원 기초의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복제 기술은 지금까지 필요한 동물에 주로 적용됐다”며“사실 토끼나 고양이는 그 활용성이 적어 복제 대상으로 관심받는 동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생리적 특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복제가 더 어려운 동물이기도 하다. 박소장은“북한이 토끼 복제에 성공했다면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이라면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중국의 생명공학기술이 북한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완전히 허황된 얘기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