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 그 제조 공정에는 모든 공학 분야가 동원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자동차 공학은 흔히 '종합 기술 과학'이라 불리기도 한다. 또한 국 내외의 전례(前例)를 보더라도 자동차 분야는 학문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고용 창출과 경제성장 기여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번 국책공대 선정에서 자동차분야 특성 대학으로 전남대가 선정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다 할 산업기반을 갖지 못하고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성을 면치 못한 호남 지역에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환경을 만들 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권의 산업구조가 점차 1차산업에서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등 기계공업으로 개편되고 있는 데다 최대 시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으로의 진출이 용이한 지리적 조건 등으로 기업체들이 이곳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신축하거나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형편.
전남대는 이전에 여천화학단지를 염두에 두고 정부로부터 화공학과 특성대학으로 지정된 바 있다. 학교측은 이 지정으로 화공관련 분야의 학과들이 양적 질적으로 적지 않은 발전을 이루었음을 부인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화공분야가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무관하게 고용창출과 같은 파급효과를 거의 거두지 못했다는 데 있다. 발전할수록 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는 기계나 전자 분야와 달리 화공분야는 발전하면 할수록 자동화로 인해 필요 인원이 적어지기 때문. 이런 이유 등으로 학교 내에서의 신청 분야 선정과정에서 화공분야와 경합을 벌이기도 했지만 국책공대 선정이 이후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과 가능성을 고려, 난상토론 끝에 자동차 분야를 신청하게 됐다고 학교측은 설명한다.
기계공학과를 중심으로 전기공학과 금속공학과 산업공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의 자동차 관련 5개 학과와 함께 고분자공학과 화학공학과 섬유공학과 무기재료공학과 환경공학과 등 인근학과(사실상 전체 공대 차원)들은 이번 국책공대 선정을 계기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우수학생과 교수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학교는 올해와 내년을 여건 조성단계, 96년부터 98년까지를 내실화 단계, 국책공대 지원이 끝나는 99년 이후를 자립단계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계획을 추진할 계획. 각 단계별로 진행될 일들을 살펴보면 먼저 외부 인사를 영입해 자동차 공학부 및 자동차 연구소(총장 직속)를 올해 12월까지 설립해 내년부터 시행하며 오는 96년에는 기전공학과와 자동차공학과(야간)를 신설한다. 이와 함께 95년부터는 자동차 계열 공통과목을 개설해 통합 계열내의 기존 학생에게도 새로운 교육 체계를 적용함으로써 산업체 인력공급 시기를 단축할 예정.
이에 따라오는 98년 기준 입학정원은 5백명선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학교측은 국책공대의 성공 여부가 결국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것에 있다고 보고 입학생들에게 편의시설이나 대규모의 장학혜택은 물론 병역특례 혜택을 강구하는 등의 계획을 짜놓았다. 또한 우수학부 및 대학원 학생에 대한 서류 특차전형을 실시하고 자동차 관련 산업체에 근무하는 기술자에 대해서는 대학원 과정을 서류전형으로만 선발, 고급 산업인력을 지역사회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자동차분야 학과의 교수인원을 현재의 30명에서 81명으로 확충하면서 산학협동교수로 98년까지 객원교수 50명 석좌교수 6명 겸임교수 20명을 확보, 실습교육을 강화할 예정.
전남대 국책공대 추진 모임의 간사를 담당했던 황연걸 교수(기계설계학과)는 "학교가 마련해야 할 대응투자액 4백30억원은 학교는 물론 지역의 중소기업체와 대기업체를 통해 무리 없이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한 교육 중심으로 이번 일을 추진, 지역 발전에 공헌하는 대학의 모습을 심겠다는 게 학교와 공대 교수들의 의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