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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의 맨몸 승부 - 첨단사이클의 질주

자동차에 맞먹는 시속 60km의 비밀

1백여년 전 탄생한 자전거. 현대 자전거는 최적의 조건만 갖추면 자동차 속도에도 맞먹는다는데…. 사람의 힘으로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자전거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자전거는 참으로 아름다운 기계다. 일단 에너지효율 면에서 으뜸이다. 같은 거리를 두고 보면 자전거는 사람이 걷는 것에 비해 5배나 경제적이다. 칼로리로 설명하면 더욱 확연하다. 1백cal로 자동차는 85m를 가는데 자전거는 4.8km를 갈 수 있다. 좀더 적은 에너지로 좀더 먼 거리를, 그것도 사람보다 더 빠르게 간다니 얼마나 신기하고 신나는 일인가.


초창기 앞바퀴 컸던 이유

자전거는 다양하다. 형태적으로 외발자전거에서 네발자전거까지 있으며, 용도로는 짐자전차에서 경기용 사이클까지 천차만별이다. 이 중에는 사이클전용경기장인 벨로드롬에서 볼 수 있는 휘황찬란한 색깔과 디자인을 지니며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최첨단사이클도 있다.

지금의 두발자전거까지의 변천사는 다 이유가 있다. 세계신기록을 향한 공기역학적 두발자전거가 나타난 과정도 우연은 아니다. 경험과 과학의 산물이다.

바퀴는 기원전 수천년 전부터 인류역사와 함께 해왔지만, 지금의 자전거 모습을 보인 때는 1870년에 이르러서다. 첫 모양새는 사람의 키만큼이나 큰 앞바퀴와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뒷바퀴를 가진 하이휠러(high-wheeler)라는 흑백사진 속의 자전거다.

왜 하필 하이휠러는 그런 모양새였을까? 아마도 효율성을 따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이휠러의 페달은 세발자전거와 같이 앞바퀴에 바로 붙어있었다. 페달을 한바퀴 돌리면 바퀴도 따라서 한바퀴 돌아 원둘레의 거리만큼 앞으로 전진하는 원리로 하이휠러는 움직였다. 바퀴가 크면 클수록 더 먼 거리를 훌쩍 이동한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하이휠러는 기록경신의 귀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퀴가 커지다 보니 올라타거나 내리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타면 균형을 유지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달릴 때는 페달을 누르는 힘에 의해 좌우로 바퀴가 흔들리기도 했으며, 고르지 않은 노면을 달리는 일은 고수들만이 가능했다. 또 갑자기 설 때는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려있기 때문에 뒷바퀴가 들려 앞으로 고꾸라지는 위험성이 많았다. 당장 사람의 안전과 편리를 보장할 방법이 필요했다.

문제는 안전뿐만 아니었다. 하이휠러는 언덕길에서 맥을 못추는 가장 큰 단점을 갖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야 했다. 언덕에서 적절한 힘을 분배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자전거의 각부분은 속도를 내는데 중요하다.
 

자전거의 각부분은 속도를 내는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단거리 경기용 자전거에는 시트 튜브(①)가 거의 서있고, 신체 조건에 따라 크랭크 길이(②)가 달라져야 한다. 또 페달의 체인휠(③)과 뒷바퀴의 휠(④)에 적용된 기어는 효율을 향상시켜 자동차 속도를 가능케 했다.



적용에 4백년 걸린 기어 아이디어

여기서 잠깐 하이휠러와 유사한 세발자전거를 생각해보자. 세발자전거에서 페달이 달린 앞바퀴의 지름을 40cm라고 하면 이 바퀴의 둘레는 1백26cm(지름×3.14)가 된다. 페달을 한바퀴 돌릴 때마다 1백26cm를 간다는 얘기다. 그럼 페달을 1분에 60번 회전시킨다면, 즉 일반적으로 자전거를 탈 때 페달을 돌리는 속도라면 분당 이동거리는 약 76m가 될 것이다. 시속 4.5km라는 얘기다. 보통 걷는 속도에 해당한다.

속도를 올리기 위해 페달을 분당 1백20회로 돌린다면, 물론 보통 사람은 거의 유지하기 힘든 회전속도인데, 이제야 비로소 시속 9km가 된다. 좀 빠르게 뛰는 속도 정도다. 그러니까 40cm의 바퀴로는 빠른 속도를 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계산에 의하면, 60회전을 유지하면서 시속 24km 정도를 내려면 바퀴의 지름은 약 2m가 족히 넘어야 한다.

적절한 힘의 배분은 무엇일까. 이를 감당하고 바퀴의 크기를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자전거에 기어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어와 톱니바퀴의 아이디어는 이미 15세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처음 소개됐지만, 자전거에 적용되기까지는 약 4백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기어는 사람의 힘을 뒷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사람이 지속적으로 페달을 돌릴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바퀴의 크기를 줄이는데도 공헌했다. 예를 들어 페달의 체인휠(chain wheel)이 42개의 톱니를 갖고 뒷바퀴의 휠이 14개의 톱니를 가진다면 그 비율은 3 : 1이 된다. 이는 페달을 한바퀴 돌리면 뒷바퀴는 세번 회전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2m가 넘는 바퀴를 약 71cm로 줄여도 같은 거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기어는 분명 시대적으로 금속제조술과 기술력, 그리고 엔지니어링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몇번의 변화를 거쳐 1900년에서 1910년 사이에 요즘 자전거와 같은 형태의 안전자전거(safety bicycle)가 나타났다. 똑같은 크기의 두바퀴, 바퀴 사이에 두개의 페달, 그리고 페달을 뒷바퀴와 연결하는 체인이 등장함으로써 안전과 편의, 그리고 힘의 배분과 속도를 모두 만족시켰던 것이다. 기어는 특히 맞바람이 불거나 오르막길에서도 아주 유용했으며, 속도 변화의 폭을 엄청나게 늘여줬다. 가장 낮은 기어를 예로 들어보자. 앞쪽의 체인휠 톱니가 22개, 뒷바퀴 휠의 톱니가 30개라면 그 비율은 0.73이다. 이때 자전거 바퀴 지름을 66cm로 가정하고 페달을 분당 60회로 돌린다면 시속 5.4km가 된다. 가장 높은 기어를 보자. 체인휠 톱니가 44개, 뒷바퀴 톱니가 11개일 때, 같은 바퀴를 갖고 시속 30km를 낼 수 있다. 만일 페달을 분당 1백20회로 돌릴 수만 있다면 시속 60km도 낼 수 있다. 언덕길에서 아주 천천히 오를 수도, 평지에서 자동차와 나란히 달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유선형 헬멧과 디스크 바퀴

기어의 등장으로 안전과 편의, 그리고 속도를 모두 함께 만족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어가 속도를 전적으로 결정짓지는 않는다. 속도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역학의 힘을 빌지 않고는 시속 30km 이상을 내기란 쉽지 않다. 바람의 속도와 방향, 사람의 자세와 체력, 자전거가 달리는 노면의 조건, 의자의 높이, 자전거의 재질과 디자인, 바퀴의 무게 등이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과학자들은 이들 방해요소를 극복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바람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공기의 무게를 밀고 나가야 한다. 불행히도 인간의 외모는 전혀 유선형이 아니라, 앞으로 빨리 가려 할수록 저항은 더 커진다. 그래서 사이클선수는 인체의 한계로 국한되는 파워를 키워야 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을 유선형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 핸들과 달리 앞바퀴 쪽에 더 가까운 드롭바(drop bars)를 이용해 상체를 최대한 앞으로 웅크리는 것이다. 같은 이유 때문에 헬멧도 유선형으로 개발된다.

공기흐름으로 인한 저항(drag)은 두가지에 의해 형성된다. 하나는 움직이는 물체 앞뒤에서 나타나는 공기 압력 차이에 의한 저항이다. 즉 움직이는 물체의 공기 압력은 앞에서 정지상태보다 커지고, 뒤에서 작아지기 때문에 압력이 큰 앞쪽에서 작은 뒤쪽으로 힘이 작용한다.

공기압에 의한 저항은 사이클선수를 뒤로 끈다. 평지를 질주하는 경우 공기압력에 의한 저항이 속도를 제한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이다. 그리고 페달을 돌릴 때 발생하는 저항의 약 70-90%가 바로 이 저항이다. 그래서 무릎을 모아 페달을 돌리는 것이 좋다.

다른 하나는 움직이는 물체의 표면에 의한 저항, 또는 표면마찰력이다. 표면저항은 자전거와 사람의 표면에 의해 발생한다. 그래서 사이클선수는 비닐처럼 몸에 짝 달라붙는 스킨수트(skinsuit)를 입는다.

공기저항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자전거를 디자인하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프레임(자전거의 골격)은 둥근 형태에서 유선형으로 바뀌었다. 단거리 경주에서 바큇살이 형성하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무겁기는 하지만 디스크 바퀴로 바꾸는 일 또한 이런 노력의 일부분이다.


험한 지역을 다니는 산악자전거는 견고 하게 무게를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에 바퀴가 넓고 거칠다.



엉덩이의 최적 위치 찾기

바퀴를 보자. 어떤 용도인가에 따라 타이어의 두께와 모양이 변한다. 편평하고 고른 아스팔트나 벨로드롬에서 사용되는 타이어는 아주 얇으며 고압의 공기를 넣는다. 표면과의 저항을 줄이고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반면에 험한 산악지역을 다니는 산악자전거(MTB)와 고도의 묘기를 부리는 트릭 바이크(BMX)는 견고하게 무게를 분산시켜야 하므로 넓고 거칠게 만들어져 있다.

속도는 자전거 이용 기술도 필요로 한다. 최근에는 페달에 연결된 부분인 크랭크의 길이와 페달을 돌리는 회수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의 일반적인 크랭크 길이, 즉 1백70mm(산악자전거의 경우 1백75mm)가 모든 자전거와 선수에게 적정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다리가 길다면 상대적으로 크랭크의 길이도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과학적으로 크랭크 길이와 경기력과의 관계가 확실히 증명된 상태는 아니다. 종목마다 타는 자세가 달라서이기도 하며 다리 길이에서도 허벅지와 장딴지의 길이 비율에 따라 역학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 사이클선수는 항상 의자에 앉아 페달을 돌리지는 않는다. 순간적인 추진력을 위해서나 경사로에서는 선 자세에서 페달을 밟는다. 이 측면은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미래형 자전거의 한 예. 바큇살이 만드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뒷바퀴는 디스크 형태로, 앞바퀴 의 바큇살은 납작하게 만들었다


크랭크 길이가 길면 그만큼 동작범위가 커지고 많은 근육이 사용되며 공기의 저항이 거세지는 단점도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앵클링(ankling)이라는 테크닉을 사용하기도 한다. 앵클링은 페달을 누를 때 발목을 굽히고 올릴 때 펴는 동작인데, 엉덩이와 무릎의 동작범위를 줄이면서 크랭크를 돌릴 수 있도록 해준다.

오르막에서 많은 선수가 엉덩이를 들고 서서 페달을 돌리는 이유는 체중을 페달 위에 얹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단거리 선수의 자전거는 시트 튜브(seat tube)가거의 서있으며, 이로써 페달 위쪽에 상체가 위치한다. 순간적으로 힘을 쏟기 위해서다. 그러나 모든 자전거를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엉덩이와 무릎과 발목의 각도 변화로 힘과 지구력이 달리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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