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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는 국가, 언어, 지리적 차이에 상관없이 전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이제 남은 것은‘따뜻한’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다.



네트워크는 국가, 언어, 지리적 차이에 상관없이 전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이제 남은 것은‘따뜻한’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다.



●● 1969년 알파넷이 4대의 컴퓨터로 네트워킹을 시작한 이래 지금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수는 9천만대가 넘는다. 또 5억명이 넘는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계는 거미줄 인터넷으로 24시간 연결된 셈이다. 인터넷 확산의 핵심은 다름 아닌 하이퍼텍스트. 하이퍼텍스트는 종이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보는 것과는 달리, 한 화면에서 관련 정보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해 준다. 하나의 문서에서 몇단계를 거치면 전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 기술이 전세계 네트워크의 근간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다섯 다리만 건너면 안면식이 있다’는 서양 속담은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현실화된다. 국가, 언어, 지리적 차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 하지만 세계 곳곳을 누비게 해 준 마법의 인터넷은 예상치 못한 부산물도 낳았다.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방해하는 인터넷 중독증을 비롯한 역기능이 그것. 산업사회의 병리현상이 인터넷을 타고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꼴이다. 사람들은 또다른 종류의 고립된 섬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인터넷 중독증은 이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네트워크 시대의 명암을 대변한다.

●● 네트워크의 긍정적인 활용은 이미 제시돼 있다. 잠깐 눈을 돌려보자. 영화 ‘콘택트’의 주인공으로 열연한 조디 포스터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외계의 신호를 검출한다. 우주의 전파 신호에서 외계의 신호를 찾아내는 연구의 시발점은 1960년에 착수된 오즈마 프로젝트. 미국의 드레이크 박사가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 근방에 지름 25m의 전파망원경을 설치한 것이 기원이다.

●● 이 전파 신호를 처리하는데 드는 시간과 장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40년이 지난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현실이 그 반증이다. 이 문제에 불을 당긴 것이 세티앳홈(SETI@home)프로젝트. 1996년 버클리대의 제다이(David Gedye)가 떠올린 발상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의 남는 자원을 끌어들여 활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 드디어 1999년 5월 13일. 인터넷을 통해 세티앳홈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현재 전세계 3백4십만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매일 작업에 참가하는 인원만 6십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모은 컴퓨터의 처리용량은 자그마치 29테라플롭스(TeraFlops /sec). 세계에서 가장 빠른 IBM의 슈퍼컴퓨터 ASCI화이트의 성능이 12.3테라플롭스인 것에 비교하면, 세티앳홈팀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슈퍼컴퓨터 2대를 보유한 셈이다.

●● 오즈마 프로젝트가 세인의 관심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외계의 생명체라는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이 계획은 미국의 과학문화 저변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천문학자를 비롯해 과학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던 미국의 문화를 읽어보자. 세티가 지루하고도 지난한 탐색과정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던 이면에서 보통 사람들은 UFO라는 실체 없는 존재에 대한 기대를 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두가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하나의 붐을 형성했다. 물론 엉터리 계획에 예산을 낭비한다는 의회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지만, 세티프로젝트가 과학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 세티앳홈이 보여준 분산처리라는 저비용 고성능 컴퓨팅은 이제 범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여름 정보통신부가 의욕적으로 내세운 국가 그리드 추진 계획도 마찬가지. 미국에서는 이미 1998년부터 대형연산이 필요한 분야에 대대적인 그리드 계획을 적용해 왔다. 인간게놈지도 작성, 항공기 통합 설계, 지진 예측 등의 작업이 대표적이다.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무명씨들이 인류의 불치병 암을 정복하기 위해 뭉친다면 이보다 더한 세계시민연대가 어디 있을까. 대학과 기업, 또 정부가 연계한 앳홈류의 분산컴퓨팅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전망이다.

●● 옥스퍼드대가 인텔과 함께 제안한 유나이티드 디바이스 암연구 프로그램, 미국의 생명공학업체 엔트로피아에서 내놓은 AIDS 치료제 개발 계획, 질병치료용 단백질을 개발하기 위한 스탠포드대의 게놈앳홈(Genome@home) 프로젝트 등. 이들 프로젝트는 이미 국가간 경쟁을 넘어 전세계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동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반면, 이렇게 얻은 결과는 어느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는 인류 공동의 지적재산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들 앳홈류 프로젝트는 대량연산이 필요한 거대사업일 뿐 아니라 모든 참가자들이 동의한 범인류적 사업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 또한 참가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 조금만눈을돌려세상을보자. 내가들여야 할 노력이라고는 단지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 해서 화면 보호용 프로그램만 내려 받으면 된다. 나머지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이 알아서 계산한다. 또 내가 컴퓨터를 쓰고 있는 동안은 이 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는다. 잠시 커피를 마시거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 그 때만 화면보호기로 동작하는 이 프로그램이 자료분석을 할 뿐이다. 이제 자리를 비워 보자. 내 컴퓨터는 나를 대신해 세상을 밝히는 인류의 거대 사업에 동참할테니….

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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