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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돌풍, 인터페이스의 미래

DDR에서 인공망막센서까지

게임돌풍, 인터케이스의 미래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도구 인터페이스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자리에 앉아 단순히 키보드나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일에서 벗어나 실제 뛰고 달리몀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게임 돌풍을 일으키는 인터페이스를 만나보자.


당신이 맛으로 유명한 식당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바로 그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이 테이블에 도착하면 당신은 음식의 냄새를 음미한 다음, 맛을 느끼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의 앞에는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할 도구가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 물론 손으로 집어먹을 수도 있지만, 그러다가는 주위 시선에 의해 집중포화 당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당신은 주인에게 정중히(또는 매우 불쾌하게) 수저와 젓가락을 부탁해야 하고, 이들이 준비되고 나서야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게임에서 인터페이스란 것이 바로 음식을 탐닉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와 같다. 키보드와 마우스, 조이스틱과 같은 인터페이스가 갖춰져 있어야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신기술 시연하는 대표주자

인터페이스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이 탄생한 시절에는 컴퓨터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진공관을 일일이 배열해야 했다. 진공관 배열에서 한단계 진화한 것이 바로 천공카드에 구멍을 뚫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원시적인 입력장치는 컴퓨터를 모두 알고 있는 전문가들만 이해하는 일이었다.

실제 인터페이스의 본격적인 역사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공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끔 제작된 키보드가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키보드가 등장하면서 가장 편리해진 것은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0과 1로 수행되는 디지털 명령을 다각도의 언어로 분산시켜 컴퓨터에 명령을 직접 입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PC가 하드웨어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동시에 그에 따른 OS(컴퓨터의 운영체제)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이와 더불어 인터페이스 역시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그것이 현재 PC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기본장비라 할 수 있는 키보드, 마우스, 패드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인터페이스는 PC 사용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양한 인터페이스의 등장으로 덕을 보면서 가장 급속하게 발전하게 된 분야가 바로 게임이다.

새로운 PC가 등장할 때마다 발전된 기술을 시연하는 대표주자가 된 게임. 화려하게만 보이는 게임의 시작은 생각 외로 초라했다. 최초의 게임은 1970년대 가정용 8비트 PC가 등장하고 보급되면서 각 하드웨어 별로 키보드로 조절이 가능한 형태로 등장했다.

그런데 키보드로 게임을 즐기기에는 조절이 어렵고 귀찮은 경향이 있다. 이를 보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아날로그 조이스틱(joy stick)이다.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조이스틱은 미국 아타리사의 게임조절 시스템이나 일본 타이토사의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같은 과거 오락실용으로 제작됐던 아케이드 시스템을 가정에 소개하면서 PC가 가정에서 게임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치르게 해주었다. 또한 게임에 흥미를 갖게 해주고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속속 양산하는 견인차 역할도 맡았다.

아날로그 조이스틱이 등장해 가정용 PC게임의 세계를 윤택하게 변화시키고 있던 1980년대 초 인터페이스에 일대 혁신이 불어왔다. 새로운 변화는 오직 게임만을 목적으로 제작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그 당시 가정에서 즐기던 게임은 아타리사가 개발한 게임기가 거의 전부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아타리사의 시스템 역시 PC와는 별반 차이가 없는 키보드 스타일이거나 오락실에서 이용되는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조이스틱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때까지의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뒤바꾼 새로운 것이 등장하니 그것이 바로 닌텐도사의 패밀리 컴퓨터라는 게임기였다.
 

PC게임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조이스틱.



손안에 들어온 조이패드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 닌텐도의 패밀리 컴퓨터(줄여서 패미컴)를 들어본 독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1983년 패미컴이 등장하면서 게임계에 있어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세계가 만들어졌는데, 게임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혁을 몰고온 전환점이었다고 평가될 수 있다. 패미컴은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가정용 게임기가 갖춰야 할 모습을 최초로 제시했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게임기들이 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닌텐도가 만든 패미컴의 인터페이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우선 닌텐도의 인터페이스는 조이패드(joy pad)라는 것을 채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닌텐도가 패미컴을 만들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이전까지 일본의 게임업계를 지탱하는 것은 아케이드 게임과 MSX라는 방식의 8비트 컴퓨터였다. 아케이드는 대형 캐비닛을 이용하는데, 기판과 하나의 세트인 값비싼 조이스틱을 사용했고, MSX와 같은 PC는 미국의 APPLE II나 16비트 IBM-AT와 같이 보통 조이스틱을 연결해 이용하는 기종이었다. 그런데 이 두가지와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하기에 닌텐도의 패미컴은 너무 개성이 없다고 판단됐다.

당시 패미컴은 3가지 문제를 실현하는게 우선과제였다. 첫번째는 작은 본체였고, 두번째는 작은 것에 비해 높은 사양이었으며, 세번째는 적절한 가격이었다. 그 중에서 첫번째인 작은 본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패미컴만의 인터페이스가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 것은 닌텐도에서 패미컴 개발자의 한명인 요코야마 군페이였다.

군페이는 어린이들의 손에 맞도록 작고 납작한 십자(+) 모양의 조종부분과 버튼 두개가 전부인 조이패드를 개발했다. 이후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스스로 이 조이패드를 손에 들었고, 이 패드에 적응했다. 혁신적인 바람을 몰고온 패미컴의 조이패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로 제작돼 있다. 이 패드는 움직임의 각 방향에 접촉하면 1, 아니면 0으로 인식하게 한 패드다. +형 시스템은 이후에 발매된 닌텐도사의 게임보이, 슈퍼 패미컴, 닌텐도64 게임 큐브에도 계속 채용됐다.

이처럼특화된 인터페이스는 닌텐도가 특허를 냈기 때문에 그대로 쓸 수는 없었지만 각 회사마다 서로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형태로 세가는 메가드라이브와 드림캐스트에, 소니는 플레이 스테이션에 도입해 사용했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하반기 선보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야심작 X박스의 인터페이스도 이 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PC와 비디오 게임기는 인터페이스로 인해 서로 다른 게임 영역을 지키고 있다. 비디오 게임기는 단순조작 을 바탕으로 한 액션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복합조작 vs 단순조작

게임이라는 장르는 같지만 서로 성장한 환경이 틀린 PC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는 각자의 게임성향을 지키고 있다. PC와 비디오 게임기가 가진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의 특징 때문에 각자의 게임은 서로의 영역을 확실하게 꾸준히 지켜왔다는 얘기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PC는 복합조작을, 비디오 게임기는 단순조작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PC게임의 경우에는 보통 키보드와 마우스를 병행으로 사용하는 게임이 많다. 대표적인 게임을 살펴보면, 스타 크래프트나 디아블로와 같은 전략, 전술을 사용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부터 마우스와 키보드의 민첩성에 의존하는 레인보우 식스, 퀘이크 등의 액션중심의 게임,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즐기는 온라인 RPG게임 등이 존재한다. 사실 이런 게임들은 그동안 PC용으로 개발됐던 수많은 게임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른 결과물이다. 키보드로 특정한 명령을 정의해 키 하나로 실행시키게끔 내리는 명령이나 직접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게 하고 마우스로 빠르게 이동포인트를 지적하며, 클릭 한번으로 공격이나 지정범위에 대한 선택이나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비디오 게임기는 모든 동작을 +형의(또는 각 회사마다 다른 형태의) 이동버튼으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4-8개의 버튼을 사용해 각각의 액션을 실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닌텐도가 패미컴을 개발했을 때 만들어진 과거의 철칙을 대단히 잘지키고(또는 바꾸지 않는) 있는 편이다.

지금까지 PC에서 비디오 게임기로 몇가지의 게임이 이식됐지만, 그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해결하지 못해 실패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임을 들자면 닌텐도64로 이식된 스타 크래프트는 키보드를 이용한 명령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각 패드의 버튼을 통해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각 키마다 원하는 명령을 지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를 통해서는 PC에서처럼 스타 크래프트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고, 결국 닌텐도64는 PC판에 비해 실험적이고 흥행저조의 게임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 히트한 레인보우 식스의 드림캐스트 버전 역시 키보드를 이용한 다양한 명령을 몇개의 버튼으로 내려야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적응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이식 실패로 끝난 적이 있다.

이와 반대의 경우로 비디오게임이 PC로 이식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인터페이스의 재현은 쉽지만 단순성이나 반응면에 대해서 비디오 게임기에 비해 친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액션성이 강한 게임은 PC에 별도로 게임기와같은 패드를 준비하지 않으면 키보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특정한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호응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게임 속에 직접 들어간다

인터페이스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것인가. PC용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무선 키보드나 무선 마우스가 선보이고 있으며, 화상카메라나 헤드셋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가 등장해 PC생활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 또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더욱 리얼하게 조종하기 위해 비행기와 똑같이 만든 항공 조이패드와 슬로틀 레버, 페달까지 등장해 마니아의 구매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서서히 발전하는 PC에 비해 비디오 게임기는 각각의 게임 목적에 따라 다양한 인터페이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때 우리나라에 다이어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DDR 장판을 들 수 있다. 이 DDR 장판은 원래 일본의 코나미사가 아케이드용으로 만든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을 플레이 스테이션용으로 이식할 때 가정에서도 오락실과 최대한 동일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게끔 고심해 디자인한 장판형태의 발판이다. 물론 이 게임은 별도의 PC용으로도 제작돼 비디오 게임기와 PC 양쪽 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으며 날개돋친 듯이 팔렸다. 이 제품을 그대로 본뜬 가짜상품들 역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도 했다. 현재 이 제품을 통해 급속하게 성장한 코나미사는 일본 아케이드 업계 중 가장 영향력있는 업체로 부상했을 뿐 아니라 지금은 DDR을 헬스클럽에 보급할 목적으로 거대 스포츠체인점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기존의 레이싱 게임에 등장하는 레이싱 핸들을 개량해 아예 음향이 진동되는 운전좌석과 합체시킨 인터페이스도 선보였다. 또한 사람이 엄폐물에 숨으면서 진행시키는 게임을 위해 사람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시각센서나 사람의 팔과 다리에 센서를 장착하고 화면에 나오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해 각도를 체크하는 게임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런 기술의 진보를 고려하면 앞으로는 직접 게임 속에 들어가 즐기는 일이 가능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시각장치를 이용해 게임 세계를 현실처럼 3백60도로 똑같이 자유롭게 쳐다볼 수 있고, 음성을 통해 명령이 로봇에게 직접 전달돼 동작을 실행할 것이다. 또 팔과 다리에 부착된 센서로 인해 움직임이 직접 격투게임의 동작으로 나타나므로 게임을 위해 몸을 열심히 단련하는 일이 필요할지 모른다. 마이크와 헤드폰을 통해 하루종일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며 센서카메라를 통해서 희로애락을 감지해주는 인터페이스가 등장해 외로운 사용자들을 기쁘게 해줄지도 모른다.

첨단분야의 기술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가장 빨리 적용되는 분야가 게임기의 인터페이스다. 사실 인터페이스의 미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다. 어떤 첨단기술을 응용해 어떤 희한한 인터페이스가 탄생할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등장할 첨단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게임을 지켜보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아주 즐거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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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범선 게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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