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1년에 3백65일이 준비돼 있다.하지만 항상 1년이 3백65일은 아니다. 화석과 암석 속에 숨겨진 1년 일수의 비밀을 만나보자. 또 미래의 1년 일수를 예측해보자.
2002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공휴일이 몇일이나 되는지 알아보기위해달력을 뒤적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올해의 달수가 몇달이고, 일수가 몇일인지는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아마도 1년이 12달, 3백65일이고 하루는 24시간이라는 시간단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항상 일정했던 것처럼 보이며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과연 이런 시간단위는 지구가 탄생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항상 일정했으며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절대불변의 것일까.
생물이 시간변화 기록한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의 대부분은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이 중 어떤 생물들은 자신이 받아들이는 태양에너지의 많고 적은 정도에 따른 성장패턴의 변화를 몸 안에 간직하기도 한다.
흔히 알 수 있는 나무의 나이테는 기후(계절)의 변화에 따른 성장패턴의 차이를 보여주는 한 예다. 즉 나무가 봄과 초여름에는 태양에너지를 많이 받아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얇은 세포막을 지니고 크기가 큰 세포를 생산하는 반면, 늦여름과 가을에는 태양에너지가 적어 두꺼운 세포막을 지니고 크기가 작은 세포를 생산한다. 보통 나무들은 온도, 강수량 등의 기후조건에 따라 매년 형성되는 연륜((踙纆)의 두께와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
계절변화에 따른 성장두께와 패턴의 변화는 조개껍질, 동물의 뼈, 이빨 등에도 기록돼 있다. 일부 동물들은 자신의 몸 안에 계절변화보다 자세하게 한달, 더 나아가 하루 동안에 성장한 양을 기록한다. 어떤 동물은 낮과 밤의 태양에너지 양의 변화에 반응해 매일 하나의 매우 얇은 층을 형성하며 성장하기도 한다.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나무의 연륜과 수명을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이 동물들의 성장선을 통해 하루, 한달, 그리고 1년 동안 성장한 구간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의 하루 품은 성장선 화석
1960년대 초 미국 코넬대의 존 웰스 교수는 화석으로 절대적인 지질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시간을 대표하는 지층 상하에서 화석생물군의 내용이 달라지므로 이를 근거로 화석의 상대적인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데, 웰스 교수는 절대적인 시간도 화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는 지구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이 태양, 지구 그리고 달의 상대적인 운동에 의해 지질시대(지구의 탄생부터 1만년 전 사이의 기간) 동안 1년의 일수가 꾸준히 감소했다고 추정한 것을 알게 됐다. 또한 현생 산호에서 관찰되는 미세한 성장선이 하루 동안에 성장한 양을 지시한다는 생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알고 있었다.
웰스 교수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현생 산호와 고생대에 살았던 산호화석의 성장선 수를 비교해본 결과, 고생대에 살았던 산호화석이 현생 산호보다 1년에 형성된 성장선 수가 더 많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것은 고생대의 1년 일수가 오늘날보다 더 많았음을 의미한다. 현생 산호의 성장선은 대략 1년에 3백60개인 반면, 지금으로부터 약 4억년 전인 데본기의 산호는 1년에 약 4백개의 성장선을 지녔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약 3억7천만년 전의 1년 일수가 4백일이라는 지구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현생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에서도 매일 형성된 성장선이 관찰된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남조류의 일종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에 의해 형성된 층 모양의 줄무늬가 있는 암석을 일컫는 말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약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후, 원시바다에서 최초로 광합성작용을 시작한 원핵생물이다. 오늘날에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샤크만(shark bay)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낮에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광합성작용을 통해 산소를 발생시키고, 밤에는 주변의 탄산칼슘 알갱이를 포획한다. 다시 날이 밝으면, 빛을 향해 자라는 성질이 있는 시아노박테리아는 포획한 탄산칼슘 알갱이 위에서 광합성작용을 시작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포획된 탄산칼슘 알갱이는 얇은 층을 이루며 층층이 쌓이게 된다.
오늘날 샤크만에서 성장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관찰한 결과 1년에 0.3mm 정도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에 기록돼 있는, 1년 동안 형성된 성장선의 개수로 1년의 일수를 추정할 수 있다. 일례로 약 20억년 전에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에서는 1년의 일수가 약 8백일이었으며, 약8억년 전에 형성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4백75-5백일의 1년 일수를 보여준다.
산호와 스트로마톨라이트 외에 조개류도 매일 하나의 얇은 탄산칼슘 층을 형성하며 성장한다. 이들 조개류 화석 역시 성장선을 자세히 관찰하면 과거 1년의 일수를 알아낼 수 있다.
퇴적물에 새겨진 썰물의 자취
화석뿐만 아니라 암석 속에도 그 암석이 형성될 당시의 계절변화, 태양광선의 변화, 그리고 조수간만의 차이 등에 의해 변화된 퇴적환경요소가 퇴적물 속에 주기적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빙하에서 녹은 물이 호수로 흘러 들어가면서 형성하는 규칙적인 퇴적물 조합인 바브(varve)를 보자. 각각의 바브는 밝고 상대적으로 굵은 알갱이로 구성된 두꺼운 하부층과 어둡고 작은 알갱이로 구성된 얇은 상부층으로 이뤄지는데, 이들 한쌍이 1년을 지시한다. 밝은 색깔의 굵은 알갱이는 하천이 알갱이가 굵은 퇴적물을 호수로 운반하는 봄과 여름에 형성된 것이고, 어두운 색깔의 작은 알갱이는 호수가 얼어서 퇴적물이 공급되지 않는 가을과 겨울에 형성된 것이다. 하부층과 상부층이 이루는 한쌍의 두께는 흥미롭게도 11년을 주기로 달라지곤 한다. 이는 태양의 흑점주기와도 일치돼 주목된다.
1년이 아닌 하루를 반영하는 퇴적물 조합도 있다. 바로 탄산칼슘 성분과 진흙 성분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리드마이트(rhythmite)다. 이 퇴적물은 조석현상에 의해 형성되며, 최고 25억년 전에 형성된 암석에서도 관찰된다. 대부분의 경우 얇은 탄산칼슘층 위에 진흙성분의 얇은 층이 놓인다. 오늘날 바닷가에서 조석현상에 의해 형성되는 퇴적물과 비교해볼 때, 과거의 암석에서 관찰되는 얇은 탄산칼슘 층은 하루의 썰물 때 형성된 것이며, 그 위에 놓이는 진흙성분의 얇은 층은 물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흐름이 없는 조용한 상태일 때 물 속에 포함돼 있는 진흙성분이 가라앉아 형성된 것이다. 최근 약 9억년 전에 형성된 리드마이트에 기록된 조석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그 당시 하루는 18시간이었음이 밝혀졌다.
1년 일수 감소하는 이유
이제 화석이나 암석에 남겨진 기록으로부터 추정한 1년 일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정리해 보자(그림 1). 약 4억년 전에 살았던 산호는 1년에 4백개의 성장선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것은 약 4억년 전에는 1년이 4백일, 즉 13달이었으며 하루가 22시간이었음을 의미한다. 그 후 점차적으로 1년의 일수가 줄어들어 1억년 전에는 1년의 일수가 3백75일에 이르렀고 현재에 이르러 3백65일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즉 지구가 태양주위를 도는 공전궤도의 길이(1년의 길이)가 일정했으므로, 1년의 일수가 많으면 하루의 시간은 짧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구가 처음 형성될 당시의 하루는 약 4시간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지구자전에 걸리는 시간은 점차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것은 지구자전 속도가 계속 느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래에 지구의 하루는 24시간보다 더 늘어날 것이고, 1년의 일수는 3백65일보다 더 짧아질 것이다.
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질까. 바로 조석, 즉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는 힘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조석은 해수면이 반일이나 1일을 주기로 오르내리는 현상이다. 기원전 4세기 경 그리스의 피테아스(Pytheas)는 프랑스 해안의 조석현상을 보고 조석현상의 원인이 달의 운동에 의한 것임을 처음으로 서술했다.
조석현상을 일으키는 힘은 기조력(tidal force)이라고 불린다. 이는 달이 잡아당기는 인력(태양의 인력도 일부 포함된다)과 지구가 달에서 벗어나려는 원심력의 합이다(그림 2). 기조력은 지구가 달을 향한 지역과 그 반대 지역에서 평균 기조력보다 크게 나타나며, 직각인 지역에서 가장 작다. 따라서 바닷물도 달을 향한 지역과 그 반대 지역의 해수는 평균 해수면보다 높아지고, 직각인 지역에서는 낮아진다. 이것이 육지 쪽으로 바닷물이 들고나는 조석현상이다. 여기서 지구에서 바닷물이 상승한 부분이 문제가 된다.
바닷물이 상승한 부분은 처음에 지구의 자전을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바닷물이 상승한 부분을 달이 잡아당기게 된다. 이때 상승한 바닷물에 미치는 달의 인력은 지구자전 방향과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국 지구의 자전속도를 늦추게 된다(그림 3). 현재 지구의 자전은 조석작용에 의해 매 10만년 당 약 2초씩 느려지고 있다. 몇몇 과학자들은 앞으로 약 75억년 후 지구가 자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현재 지구의 자전이 달에 의한 조석현상 때문에 느려지고 있다. 따라서 하루의 길이는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1년의 일수는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 지구의 하루가 25시간인 미래시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그 시대에도 지구의 주인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하루 시간 늘고 달은 멀어진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은 단순히 하루의 길이를 늘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놀랍게도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질 때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진다. 이는 실제 관측되는 현상이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을 방문했을 때 달 표면에 반사경을 설치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레이저빔을 발사한 후 레이저빔이 달의 반사경에 반사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쟀다. 이를 통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측정했다. 그 결과 현재 달은 지구로부터 나선형 궤도를 그리며 1년에 3cm씩 멀어지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지구∙달 시스템에 대한 각운동량 보존법칙도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각운동량 보존법칙은 외부로부터 회전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회전체의 각운동량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법칙이다. 즉 'mrv=일정'(m은 질량, r은 거리, v는 속도)으로 표현된다.
지구의 각운동량은 지구의 질량(m), 지구중심에서 지구와 달의 무게중심까지 거리(r), 지구의 회전속도(v)를 이용해 구할 수 있다. 원시지구에서 현재의 지구로 진화해오면서 지구의 자전속도가 점차 느려졌으므로 지구의 각운동량은 꾸준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구∙달 시스템의 전체적인 각운동량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달의 각운동량이 점차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즉 달의 질량(m), 달의 중심에서 지구와 달의 무게중심까지 거리(r), 달의 회전속도(v)를 이용해 구할 수 있는 달의 각운동량에서 달의 중심에서 지구와 달의 무게중심까지 거리가 증가해야 한다. 결국 달이 지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면서 달의 각운동량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달은 지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달은 지구와 최대한 얼마나 가까이 있었을까. 또 그 시기는 언제일까.
과학자들이 약 20억년 전에 존재했던 스트로마톨라이트를 통해 알아본 1년의 일수는 약 8백일이었으며, 이것은 달이 최소한 지난 20억년 동안 지구로부터 멀어졌음을 말해준다. 현재 지구상에는 20억년 이전의 절대적인 지질시간을 알려주는 지시자를 구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달이 지구와 최대한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또 그 시기는 언제인지 직접적으로 알아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달에 미치는 지구의 기조력과 달의 중력을 고려할 때 지구 반지름의 3배 되는 거리, 즉 지구로부터 1만8천5백km 안에 달이 놓였다면 달은 지구의 기조력에 의해 붕괴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월석의 나이가 45억년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45억년 전 이후로는 달이 지구의 기조력에 의해 붕괴되지 않았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