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와 왕비 카시오페이아의 딸인 안드로메다는 외모에 대한 허영심으로 가득 찬 그녀의 어머니 때문에 포세이돈의 괴물 고래에게 제물로 바쳐진다. 해안 바위에 쇠줄로 묶여 있는 공주를 괴물 고래가 해치려는 순간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타고 나타난 영웅 페르세우스가 괴물을 물리쳐 공주를 구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이 스펙타클한 신화의 여주인공인 안드로메다를 만나려면 머리 위에서 거대한 ‘가을의 대사각형’페가수스자리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사각형의 북동쪽 모서리에서 두갈래의 연 꼬리 모양으로 길게 뻗어나간 별들을 찾으면 된다. 안드로메다의 머리에 해당하는 알파별 알페라츠는 ‘말의 배꼽’을 의미하는데, 1928년 이전에는 이 별이 페가수스 자리의 델타별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베타별과 감마별은 각각 허리와 발을 뜻하는 ‘미라크’와 ‘알마크’라는 이름을 가졌다. 특히 알마크는 오렌지와 청색의 대비가 좋은 2중성으로 백조자리의 알비레오만큼 예쁘기로 이름나 있다.
안드로메다의 이름을 코카콜라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것은 이 별자리 속에 있는 외부 은하 M31(안드로메다은하) 때문일 것이다. M31은 2백20만 광년 밖에 있는 가장 가까운 나선 은하이며, 5등급의 밝기로 달의 5배가 넘는 겉보기 크기를 가져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로 알려져 있다. 역사에 나타난 것은 964년 페르시아 천문학자 알 수피가 달이 없는 밤에 이 별자리 뉴(ν)별 근처에 ‘작은 구름’이 보인다고 기록한 것이 처음이다. 그 뒤 중세에는 잊혀져 있다가 1612년에 갈릴레이의 경쟁자였던 독일의 관측가 시몬 마리우스가 망원경으로 재발견하게 된다.
M31은 우주의 크기를 알려준 척도가 된 은하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885년 우리은하 속에 있는 가스구름으로만 알고 있던 M31에서 초신성이 폭발해, 이것이 멀리 있는 외부 은하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했다. 이어 1920년대초에 허블이 윌슨산 2.5m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성운 속에서 신성과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해 이들이 우리 은하 밖 먼 거리에 있는 독립된 은하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허블이 주장한 M31까지의 거리는 75-90만 광년으로 우주는 그리 넓지 않았다. 얼마 뒤 1952년에 월터 바데가 세페이드 변광성의 거리척도 오차를 바로잡아 안드로메다은하의 거리가 2백20만 광년으로 밝혀지면서 우주의 규모가 순식간에 확장돼 지금에 이른다.
맨눈에 보이는 가장 먼 은하
M31은 4개의 작은 은하들을 가족으로 거느리고 있다. 바로 곁에 붙어있는 M32, M110과 7도 북쪽 카시오페이아자리 속에 있는 NGC185와 147이 그들이다. 안드로메다은하 속에 있는 작은 구상성단 같은 M32는 르 장띠가 1749년 발견한 타원은하이며, M110은 M31의 중심에서 0.5도 북서쪽 위에 보이는 작은 은하로 1773년 메시에가 발견했다.
중국에서도 1793년에 굴절 망원경으로 M31을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드로메다자리 베타별과 델타별 지역에 해당되는 규(奎)자리에 성운성단을 의미하는 백기(白氣)가 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삼각형 자리는 안드로메다자리 아래에 그리스 문자 델타(Δ)와 닮은 이등변 삼각형이다. 크기가 작은 별자리지만 ‘나일 삼각주’나 ‘시실리섬’의 상징으로 고대부터 알려져온 별자리다. 지금은 M33 때문에 잘 알려진 별자리가 됐다.
M33은 안드로메다자리 베타별을 기준으로 M31과 대칭점에 있는 거의 정면으로 보이는 6.5등급의 나선 은하로 M31 다음으로 크지만, 표면 밝기가 낮아 망원경으로도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일본 아마추어 관측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6등성이 보이는 투명도가 좋은 산정의 이상적인 하늘에서 좌우 시력이 각각 1.5와 2.0인 사람들은 천정 부근에 놓인 M33을 성운상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인간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라는 영예는 M31이 아닌 M33이 물려받아야 할 것이다.
페가수스 자리
가을 밤하늘 여행을 위해서는 먼저 천정에 있는 커다란 사각형인 페가수스의 몸통을 찾아야한다. 페가수스는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린 메두사의 피로부터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이 별자리는 하늘에서 7번째 큰 별자리지만 사각형을 이루는 별들 외엔 두드러지게 밝은 별은 없고, 그 속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늘의 상태가 아주 좋은 산 위에서 관찰하면 대사각형 속에서는 30개 이상의 별을 찾을 수 있다.
중국에선 알파별, 베타별을 28수의 13번째 별자리인 실(室)자리로, 감마별과 안드로메다자리 알파별을 14번째인 벽(壁)자리로 부르며 이 사변형을 ‘하늘의 궁전’으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