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를 수시로 수업시간에 끌어들이고 있다.
실험·실습 위주로 정립돼
미국의 1950년대 후반, 그러니까 '존듀이'의 영향을 받은 경험주의 교육과정의 폐단을 종식시키기 위한 내부로부터의 욕구가 비등하던 때, 외부로부터의 강한 자극이 도화선이 되어 교육과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 외적 자극은 다름아닌 1957년 소련의 인공위성 스푸트닉 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교육과정의 변화가 강하게 요구되었고 현장에서의 학습지도방법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돼 전국이 시끄러웠다.
무엇 때문에 미국의 과학이 소련에게 뒤떨어져야 하는가? 가르치는 내용이 잘못된 것이냐? 아니면 가르치는 방법이 나쁜 것이냐?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가르치는 선생님이 시원치 않아서인가?
이러한 시대적인 욕구는 미국으로 하여금 교육투자를 하게끔 만들었고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과학 교과의 내용이 실험이나 관찰을 통하여 배우지 않으면 터득할 수 없게끔 변형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민학교의 SAPA, ESS, SCIS와 중학교의 IPS, 그리고 고등학교의 PSSC물리, CHEM study 화학, BSCS 생물이었다. 이 중 생물의 BSCS교과서는 접근 방법에 따라 분자수준의 청색판, 세포수준의 황색판, 생태수준의 녹색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것들은 그 역점이 서로 다르게 주어져 있었지만 탐구과정으로서의 과학적인 맥에서 서로 통하고 있었다.
아뭏든 새롭게 대두된 과학 교육의 방식에 따라 노력하여 관찰하고, 분류하며, 추리과정을 거친 실험 등을 통해서 내용을 익혀가는 미국의 과학교육은 퍽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과학과목의 선택에 있어서 80% 이상이 생물에 치중해 있다. 그 이유는 물리나 화학보다 내용이 쉬우며 친근감이 있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미국의 생물교육 현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와 같이 교사가 이야기하면 일사불란하게 따라서 행동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교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보다 훨씬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학생수만 해도 우리처럼 한반에 60명이나 되는 게 아니고 25명 전후이며 기구도 충분하다. 과학실의 일부는 실험대가 설치되어 앞에서 수업하다가 필요하면 뒤에 가서 실험할 수 있도록 체제가 되어 있다. 실험이란 게 원래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도 꾀를 부리는 경우가 있지만 보조원이 있고 시설과 기구가 늘 옆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험·실습을 하는 '과학다운 과학'을 가르칠 수가 있는 것이다.
야외 생물수업의 몆가지 사례들
우리의 고교과학수업은 늘 입학시험을 위한 공부에 치중하는 게 현실이다. 시험에 나오는 방식대로, 시험에 나오는 내용만을 깡그리 외워가면서 과학 공부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과학다운 과학수업을 하기 위하여 실험을 하고 야외에 나가 현장학습을 했다가는 당장 학부형으로부터 억센 반발을 받기 일쑤다.
미국은 어떤가. 그들은 우선 시험에 똧기지를 않는다. 따라서 느긋하게 야외에 나가 관찰을 하거나 관계되는 곳을 견학하면서 산지식을 얻게 하고 각종의 실험을 통한 개념학습을 하고 있으니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수업의 실제를 몇가지 예로 들어 살펴보자. 동식물의 서식지(habitat)에 관한 단원이라면, 우리처럼 이 개념을 몇마디 설명을 통해 주지시키지 않는다. 학생들을 풀밭에 데리고 나가 실제 학습을 통해서 동식물 서식지의 구성요소인 식량(food), 물(water), 은신처(shelter) 공간(space)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인 요령을 순서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학생들을 풀밭에 데리고 나가 일렬로 세운 다음, 순서대로 식량, 물, 은신처, 공간이라고 명명한다.
②둥글게 원형을 만들어 모두 무릎을 굽혀 바로 뒷사람의 무릎 위에 앉게 하고 손은 앞사람의 어깨를 잡는다.
③차례로 식량, 물, 은신처, 공간을 확인시킨다.
④교사가 "물"하고 말하면 물에 해당하는 학생이 옆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면 무릎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쓰러져 결국 전열이 흩어진다.
이상과 같은 놀이(실습)를 통해 학생들은 서식지의 구성 요소 중 하나만 없더라도 그 생태계는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호수의 생태계에 관한 수업 내용을 보자. 호수생태계에서는 깊이에 따라 온도와 산소의 용존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실험을 통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수업목표.
① 40×20×24cm의 수조에 온도계를 1,3, 5,9, 13, 17, 21cm의 높이로 장치하여 밖에서 눈금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이때 맨 위의 온도계가 물에 잠기도록 한다.
②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쪽은 광원을 단다. 광원은 250W, 110V의 전구를 사용하여 수면에서 15cm 높이에 장치한다.
③ 다른 그룹은 또하나의 수조에다 얼음을 넣어 차게 한다.
④ 바람은 선풍기를 이용하거나 입으로 볼 수도 있다.
⑤ 전구 램프를 켠 수조와 얼음을 넣은 수조를 5, 10, 30분 간격으로 깊이에 따라 온도를 측정한다.
⑥ 다시 두 수조의 표면에 붉은 염색약을 넣어 그것이 확산되어 밑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관찰한다.
⑦ 온도의 측정은 두 수조의 것이 다 같이 깊이에 떨어지는 곡선을 그린다.
⑧ 붉은 물감이 밑으로 내려가는 현상은 얼음을 넣은 쪽이 훨씬 잘 퍼진다.
이상의 실험 결과를 통해 학생들은 추운 곳에 있는 바이칼 호수는 수심6백m까지 생물이 살 수 있으나 더운 곳에 있는 탄자니아 호수에서는 60m까지밖에 생물이 살 수 없는 이유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생물교육에 있어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때때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를 수업에 끌어들인다는 사실이다. 금년 여름 워싱턴 일대의 많은 활엽수들은 거의 모두 나무줄기의 끝이 누렇게 죽어 있었다. 그것은 꼭 17년만에 있는 현상이었다. 즉. 17년 전에 땅 속에 들어갔던 매미의 유충이 17년 후인 금년 여름 한꺼번에 성충이 되어 실컷 울어대다가 다시 나무줄기끝 잎에 알을 낳고 줄기 끝을 부러뜨려 놓았던 것이다.
이같은 자연현상의 변화는 곧 좋은 실습거리 돼 생물시간을 이용, 현장에 가서 매미가 유충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살펴본 미국의 과학교육, 그중에서도 생물교육은 실험·실습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그러나 확실히 개념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알차게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