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체가 갖고 있는 전체 유전 정보를 뜻하는 게놈. 올해 2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게놈은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됐다. 그런데 인간게놈프로젝트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진행된 게놈 연구들이 있다.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연구들로, 이 중 하나가 개 게놈프로젝트다.
왜 개의 게놈을 연구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개 게놈은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주는 것일까. 개 게놈프로젝트는 개라는 동물의 신비를 밝힌다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인간이 그 결과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비교유전체학이 발달하면서 고등 포유류의 유전자는 기능이 비슷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더욱이 개는 암, 간질, 혈우병 등 인간과 동일한 유전병을 갖고 있다. 개를 통해 인간 유전병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개는 생물학적으로 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품종(형태적·생리적으로 다르게 육성된 종)이 4백여종에 이른다. 품종에 따라 몸무게가 최대 50배나 차이가 나고, 생김새도 전혀 딴판일 수 있다.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돼 이와 같이 다양한 모양을 갖는지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사실 생물학에서 ‘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연구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이다. 현재 개 게놈프로젝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개를 사용해 행동과 유전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다. 이런 연구를 인간을 대상으로 하면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되고, 또 복잡한 행동을 제대로 분석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개의 경우 행동에 대한 연구결과가 상당히 축적돼 있기 때문에 최적의 조건이다. 현재 공격적인 모습 또는 회피하는 행동 등 다양한 사회 행동과 관련된 유전자가 연구되고 있다.
개 게놈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코넬대에서는 개의 게놈 지도를, 버클리소재의 캘리포니아대에서는 유전에 따른 개의 행동과 모양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개의 유전병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북대 하지홍 교수 등이 기초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