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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05년 한국에 뜨는 별 K스타

세계 최초로 3백초 가동한다

우리나라에도‘스타’가 떴다. 물론 연예인 얘기는 아니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진짜 별’인 K스타. 우리나라 핵융합 프로젝트인 K스타 프로젝트는 21세기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소로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맡고 있다. K스타의 진면목을 만나보자.

2001년 12월 대덕연구단지 내 기초과학연구원에서는 한국의 인공태양 K스타를 건설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월드컵축구장 크기인 K스타 건설 부지에는 1995년부터 산업체, 대학, 연구소의 10개 기관에서 연 인원 3백명이 투입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 전통 과학기술의 상징인 거북선을 형상화시킨 연구동 건물은 1998년 말 착공해 현재 완공단계에 이르렀는데, 전체 가운데 95%가 진행된 상황이다. 내년 4월 건물 준공식을 마치면 5월에 입주할 예정이다. K스타의 핵심은 가로·세로·높이가 10m인 핵융합장치인 토카막. 이 장치와 부대시설은 2004년 말 완성돼 2005년 시험 운전을 거쳐 본격적으로 한국의 ‘별’로 빛날 것이다.

핵융합 상용화 기술의 시험무대

K스타(KSTAR)는 원래 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라는 긴 이름의 영문 표기에서 각 단어의 첫머리 대문자만을 따온 말이다. 이를 풀어 보면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토카막이라는 핵융합 실험장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차세대 핵융합 연구 프로젝트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 중에서 토카막이라는 특별한 장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토카막은 1960년대 옛소련 과학자에 의해 개발된 이래 가장 많이 연구된 방식이면서 가장 좋은 연구결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K스타의 건설이나 운전에 필요한 자료나 정보가 풍부하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ITER라는 국제 공동 핵융합로 건설 사업에서도 토카막 형태를 선택하고 있다. 때문에 K스타에서 얻은 연구 결과를 ITER에서 적용해 토카막 연구에서 연속성이 보장되고 세계 핵융합 연구에 기여도가 커진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세계 핵융합 연구계로부터 주목받는 K스타 프로젝트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설계의 기술적 독특성이다. 세계 최초로 토카막에 사용되는 전자석에 모두 초전도 자석을 사용한다. 둘째는 핵융합 발전로 개발 단계에 필수적인 이론적, 기술적 문제를 검증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플라스마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하면서 토카막을 지속적으로 운전하는 방식, 즉 정상상태(steady-state) 운전 방식을 처음으로 실험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핵융합 장치가 20-30초 정도 지속하던 한계를 넘어 토카막을 3백초 동안 운전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는 말이다.

긴 지속시간 동안 여러 가지 진단장치와 제어장치의 도움을 받아 플라스마의 상태가 항상 최적의 핵융합 반응 조건에 맞춰지도록 자동 제어하는 운전 방식도 처음 적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핵융합 발전로 개발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의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마치 K스타는 날아가는 동안 속도, 방향,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점검하면서 운항조건을 수정할 수 있는 최신 크루즈미사일에 비유될 수 있다. 처음 설정한 자료를 변경하지 못한 채 날아가 목표물과 상관없이 엉뚱한 곳에 도달해도 조정할 수 없는 구식 미사일과는 다르다.

세계가 인정한 최적의 설계

K스타 장치는 설계가 우수하다. 즉 핵융합 반응에 최적이다. 이를 입증한 일화가 있다. 1995년 K스타 장치가 설계에 들어갈 무렵 세계적으로 초전도 토카막 장치 두가지가 동시에 설계중이었다.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ITER와 미국의 TPX가 그것이었다.

미국 프린스턴 플라스마물리연구소에서 야심차게 설계하던 TPX는 플라스마에 비해 토카막 장치의 진공 용기가 크다는 특징이 있었다. 플라스마의 크기는 K스타와 비슷하지만 용기 전체 크기가 훨씬 커 제작비와 유지비가 더 많이 드는 단점을 지녔다. 이런 이유에서였는지 TPX는 설계가 진행되는 도중에 중단됐다. 반면 국제협력으로 추진되는 ITER는 중간에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설계가 변경됐고 이전보다 크기가 줄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구조가 K스타와 비슷해졌다. 결국 K스타 크기의 토카막 장치에서는 K스타 장치의 설계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가장 좋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이후 ITER 연구팀은 K스타 연구팀과 협력하고 있으며, TPX 설계팀은 설계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K스타 설계팀에 제공해 자신들의 노력이 사장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최적의 설계를 자랑하는 K스타 장치의 진공 용기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진공 용기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1억도 이상인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는 장치다. 물론 고온에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벽면을 덮는 일은 기본이다. 주로 우주선의 앞부분에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높은 열에 견디기 위해 덧씌우는 탄소판(타일)을 사용한다. 물론 진공인데도 이유가 있다. 용기 내부에 순수한 연료만을 채워 가급적 핵융합 반응이 많이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다. 내부 기압은 대기압보다 1천억분의 1정도로 낮다.

3백초 정도까지 장시간 운전하는 K스타 장치의 진공 용기 벽에는 기존의 토카막에 필요없던 특별한 조치가 취해진다. 벽을 이중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중벽은 벽 사이에 뜨거운 물을 흘려 벽에 붙은 물 같은 불순물을 증발시켜 제거한다. 또 운전 중에는 보론이 첨가된 물을 흘려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진공 용기 전체는 지름과 높이가 9m나 되고 자체 무게만도 3백t이 넘는 대형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에 전자석이 결합되면 6백t이 넘고 여기에 플라스마가 불안정할 때 만들어내는 동력학적인 무게가 더해지면 1천t 가까워진다. 때문에 지지구조물은 이 정도 무게를 견뎌내도록 설계됐다.

초전도 전자석만 사용하는 이유

K스타의 또다른 특징은 토카막에 사용되는 전자석이 모두 초전도체라는 점이다.

전자석은 자기장을 이용하는 핵융합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토카막에서는 토로이달 방향의 자기장을 발생시켜 자기력선 주위로 전자나 이온을 회전운동(사이클로트론 운동)하게 해 붙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진공 용기 안에 갇혀 있도록 하려면 플라스마 전류를 통해 생성된 폴로이달 방향의 자장이 필요하다. 즉 플라스마 전류를 적절하게 형성하면 플라스마의 안정성을 높이고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따라서 토카막형 핵융합로에서는 전자석이 없으면 플라스마를 가둬둘 수 없기 때문에 반응이 정지된다.

토카막에서 필요한 자기장의 세기를 얻기 위해서는 대형 전자석이 필요하다. 보통 막대한 전류를 흘려야 하는데 구리로 만든 상전도 전자석을 사용하면 구리의 전기저항으로 인해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같이 흘려주어도 기술적으로 20초-30초 가동하고 20-30분 쉬었다가 다시 가동할 수밖에 없다. 정상상태 운전이 가능하려면 자기장을 지속적으로 걸어주어야 하는데 상전도 전자석을 사용하면 핵융합로에서 만드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전자석에 전류를 흘리고 열을 식히는데 사용해야 할 형편이다.

세계 최초로 토카막 전자석에 모두 초전도 전자석을 사용하는 K스타 전자석 장치는 그렇지 않다. K스타 초전도 전자석 장치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전력은 수kW 정도다. 대신 영하 2백68.5℃인 액체 헬륨을 흘리는 냉각시스템을 가동시키는데 3천kW 내외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는 상전도 자석을 쓸 때 예상되는 값에 비하면 수백분의 1에 불과한 값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초전도자석용 전원장치에는 높은 전류(3-4만A)가 필요하지만 전류의 안정도 또한 중요하다. 크게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크면서 정밀하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 물론 그만큼 어렵지만 부가가치도 높은 기술이다. 또 신속하게 수만A의 전류를 차단시키는 새로운 장치도 장착해야 한다. 초전도 자석에서는 일부분에서 초전도 상태가 사라지는 현상(quench)이 나타나면 갑자기 증가하는 전기저항으로 엄청난 전류가 열을 붐어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단기술은 대용량 전압과 전류가 흐르는 전원장치가 사용되는 산업계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진공 용기와 포트의 전체구조.

 


국제협력팀도 비슷한 방식 채택

토카막에서는 플라스마를 가열하는데 중앙에 있는 솔레노이드 전자석의 역할이 크다. K스타의 솔레노이드는 8개의 원형 초전도 전자석이 원기둥처럼 배열된다. 국제협력으로 추진되는 ITER의 경우에는 처음에 솔레노이드를 하나의 원기둥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건설비를 줄이기 위해 재설계하면서 K스타와 비슷한 방식으로 바꿨다. K스타 방식이 장치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은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즉 ITER도 몇개의 원형 전자석으로 솔레노이드를 구성했다. 역시 K스타 장치 설계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ITER 연구팀은 이 후 K스타 설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2억달러 이상 들여 만든 자신들의 설계도면을 K스타 연구팀이 참고하도록 허가하기도 했다.

K스타는 초기에 솔레노이드를 이용해 플라스마를 수천만도 정도로 가열한 후 중성입자 빔, 고주파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가열장치로 핵융합 반응에 충분한 온도까지 가열한다. 즉 강한 에너지를 가진 중성입자 빔을 플라스마에 발사해 충돌에너지로 가열하거나 플라스마에 고주파나 마이크로파를 흘려 가열한다. 또 토카막에서 핵융합 반응이 지속되려면 플라스마가 안정될 필요가 있다. K스타는 최근 각광받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류구동시스템을 장착해 플라스마 안정에 필요한 전류를 흐르게 할 예정이다.

비행기로 장시간 여행하다 보면 간간이 기류가 불안정한 지역을 지나면서 기체가 흔들리는 현상을 경험하듯이 K스타 핵융합로에서도 장시간 핵융합 반응을 지속시키려 하다보면 때로 요동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이 플라스마 자체를 급격히 불안정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냥두어도 좋은 것인지를 그때그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시간 운전하는 K스타에는 플라스마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플라스마 진단장치는 비행기에 장착된 기상정보 계측장치와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한다. K스타에는 다양한 진단 방법이 동원된다. 플라스마에서 발생되는 여러 종류의 빛(적외선에서 X선까지의 빛)을 받아 진단하거나 플라스마 입자를 직접 포획해 진단하는 수동적 방법과,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플라스마에 쏴 플라스마의 반응을 진단하는 능동적 방법이 있다.
 

K스타의 핵심인 토카막(가운데 둥근 장치)에 진공배기관, 진단 장치, 그리고 가열장치 등이 덧 붙여진 설계모습. 2004년 말에 완성되면 2005년 시험 운전을 거쳐 본격적인 핵융합 실험 에 들어갈 것이다.


세계 과학자들의 원격 공동실험실

K스타 장치는 여러 부대 장치가 주 장치와 연결되고 또 이를 가동시키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보조장치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 모든 장치가 K스타 주장치에서 정확한 계획에 의해 짜여진 3백초의 핵융합 반응 실험을 위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K스타 건물 내부는 약 2만8천m2인데 이는 일반 40평형 아파트 2백여채에 해당한다. 이 많은 방안에 가득 설치된 장치들을 서로 연결해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초고속 네트워크가 필수다. 이를 통해 필요한 명령이나 정보 그리고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계획된 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 중앙제어실에서는 이들 장치의 현재 상황을 알고 필요한 명령을 내리며 이들이 주고받아야 하는 수만개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또한 K스타 장치는 세계 최초로 정상상태 운전이 가능한 장치다. 정상상태로 운전 중 필요에 따라 플라스마의 위치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또 플라스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면서 미리 입력해둔 기준상태와 비교하고 피드백회로를 통해 조정하는 단계를 거쳐 지속적으로 안정된 플라스마 상태를 유지시키는 최첨단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비로소 최첨단 미사일에서 목표를 설정하면 스스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밀한 제어회로를 통해 궤도를 수정하거나 속도를 변환하는 기술이 핵융합 실험 분야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K스타에서는 플라스마에서 핵융합 반응이 최대로 일어나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플라스마의 온도, 밀도, 위치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K스타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핵융합 실험장치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원격 공동실험실(Collaboratory)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어느 곳에 있든지 K스타 장치를 이용해 함께 실험에 참여하며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화상회의를 통해 결과에 대한 분석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 유일의 최첨단 핵융합 실험로를 지향하는 K스타는 세계 핵융합 연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에너지성은 자국 핵융합 관련 연구 예산 편성시 K스타와의 연구 협력과제를 독립시켜 후원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부터 수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하기 시작한 것을 비롯해 K스타 완공시까지 1백억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K스타가 운영되기 시작하는 2005년 경부터 우리나라는 핵융합 실험을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아직 상용화되기 위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20-30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K스타는 핵융합발전 상용화의 노정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우뚝 세워질 것이다.


K스타가 완성되면 중앙제어실 에서 플라스마가 3백초 동안 핵 융합 반응하도록 최첨단 기술로 제어할 것이다. 이는 첨단 미사일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밀한 제어회로를 통해 궤도를 수정하 거나 속도를 조정하는 것과 같다.
 

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권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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