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영화‘쥬라기공원’. 이번에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무찌르는 스피노사우루스가 등장하고 날개 달린 파충류 익룡이 전면에 나섰다. 최신 공룡 이론의 결정판‘쥬라기공원’. 영화 속에 숨쉬는 새로운 공룡 세계를 만나보자.
최근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3’을 보면 ‘사상 최강의 육식공룡’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가 생전 처음 보는 공룡에게 처참하게 깨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공룡의 이름은 스피노사우루스. 실제로 9천7백만년 전인 후기 백악기에 살았던 대형 육식공룡 중 하나다.
대중을 위한 ‘공룡학술지’
실제로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웠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답부터 말한다면 영화와는 정반대로 진행됐을 것이다. 우선 스피노사우루스(11m)는 티라노사우루스(12m)보다 덩치가 1m 더 작다. 영화에서는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영화 제작진이 좀 과장한 것이다. 스피노사우루스가 덜 자란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웠다면 모를까 다 자란 두 공룡이 싸웠다면 덩치에서 티라노사우루스의 우세를 점칠 수 있다(혹시 스피노사우루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은 든다).
덩치뿐만 아니라 싸움 기술도 티라노사우루스가 한수 위다. 스피노사우루스는 주둥이가 납작하고 긴 데다 1백여개의 작은 이빨이 안쪽으로 향해 있다. 이런 입은 갈비를 뜯기보다는 멸치를 씹어먹기 좋은 구조다. 이 때문에 공룡 전문가들은 스피노사우루스가 대형 공룡보다는 물고기를 주로 잡아먹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사냥꾼 ‘티라노사우루스’의 판정승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쥬라기공원3에 스피노사우루스가 등장했을까. 쥬라기공원1·2를 통해 최고 스타 자리를 굳힌 티라노사우루스의 출연료가 너무 오른 걸까.
유니버설 영화사는 1993년 쥬라기공원을 처음 내놓은 뒤 4년마다 후속작을 내놓고 있다. 특히 각 속편들은 전편 이후 새로 알려진 공룡의 세계가 많이 담겨 있다. 영화가 나온 이후 과학자들은 발굴을 통해 공룡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이 지식들이 다음 속편에 소개되는 것이다. 쥬라기공원이 대중을 위한 ‘공룡학술지’가 된 셈이다.
스피노사우루스도 쥬라기공원2가 나온 1997년 이후 새롭게 알려진 공룡이다. 1997년만 해도 스피노사우루스에 대해 발견된 것은 몇개의 뼈조각이 전부였다. 대형 육식공룡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더이상 자세한 내용을 알기는 무리였다. 그에 비해 티라노사우루스는 완벽한 화석이 발견돼 있는 상태였다.
스피노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결? 꿈 속에서나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1998년 북아프리카에서 스피노사우루스의 뼈 4백여개가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피노사우루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키가 얼마인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식상해진 티라노사우루스에 고민하던 영화 제작진은 갑자기 뜬 ‘신인’ 스피노사우루스에 주목했고, 고민 끝에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특히 스피노사우루스는 기존 육식공룡에 비해 독특한 모양의 입과 반달형의 등판 등 개성이 철철 넘쳤다.
영화 제작진의 기대에 부응하듯 스피노사우루스는 영화 내내 비행기에 부딪히고, 벽을 부수고, 온몸에 불길을 뒤집어쓰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쳤다. 심지어 엄청난 양의 대변을 보는 엽기 행각도 마다하지 않으며 스타 자리를 거머쥐었다.
화석에 나타난 ‘공룡의 자식 사랑’
속편이 나오면서 새로워진 공룡의 세계는 스피노사우루스뿐만이 아니다. 쥬라기공원2·3에서 계속 강조되는 것은 ‘부모의 애정’이다. 쥬라기공원2의 주인공인 티라노사우루스는 사람들이 ‘유괴한’ 자식을 찾아온 섬을 뒤진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도착해서도 자식을 찾느라 도시 전체를 뒤집어놓는다. 쥬라기공원3에서는 작은 육식공룡인 벨로시랩터가 인간이 훔쳐간 알을 찾기 위해 집단으로 인간을 뒤쫓기도 한다.
할리우드가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가족의 가치’를 공룡에게도 요구한 것일까. 사실은 새로운 발굴 성과와 영화에 자문역으로 참가한 과학자들의 영향이 컸다. 쥬라기공원 제작에는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참가했다. 특히 공룡에 대해 쥬라기공원2·3에서 핵심 자문역을 맡아온 과학자가 있다. 미국 몬타나주립대의 고생물학자인 존 호너 교수다(영화 속 주인공인 그랜트 박사 역시 몬타나주립대 교수다).
호너 교수는 1970년대 말 ‘마이아사우라’라는 초식공룡이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는 모습의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유명해진 사람이다. 이때 발견된 화석을 통해 그동안 쓸쓸하게 홀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던 공룡이 사실은 자식사랑으로 가득찬 동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쯤 되면 영화가 그토록 ‘공룡 부모의 자식 사랑’에 집착한 것이 이해될 것이다. 호너 교수가 평생 연구해온 과제를 영화 속에 그대로 녹여낸 것이다. 쥬라기공원2에 등장한 여성과학자 사라 박사는 섬에 살고 있는 공룡들을 보면서 툭하면 “이제 공룡이 새끼를 기르는 방법에 대한 논쟁은 끝났어”라고 중얼거린다. 이 말이 바로 존 호너 교수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쥬라기공원2를 기획하던 당시 ‘획기적인’ 화석 하나가 발견돼 호너 교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티라노사우루스 부모가 새끼 두마리를 기르고 있는 화석이었다. 이전에는 초식공룡이나 소형 육식공룡만이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기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의 ‘즐거운 우리집’ 화석이 발견되면서 대형 육식공룡들도 자식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덕분에 쥬라기공원2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새끼를 찾아 헤매는 ‘자식찾아 3만리’로 방향을 정하게 됐다.
쥬라기공원3에 등장한 벨로시랩터의 집단사냥 장면도 관심을 끈다. 쥬라기공원1에서 단 두마리가 사람들을 공격했던 벨로시랩터는 2편에는 세마리, 3편에는 더 숫자가 늘어 대여섯마리가 집단으로 인간을 사냥한다. 심지어 3편에는 벨로시랩터가 덫도 만들고,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전략을 짜기도 한다. 사실 벨로시랩터가 집단으로 다른 동물을 사냥했다는 화석 증거는 없다. 벨로시랩터는 주로 몽고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화석이 발견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벨로시랩터의 사촌이라고 할 수 있는 또다른 육식공룡인 데이노니쿠스는 확실하게 집단사냥에 나선 화석이 발견됐다. 미국 몬타나주(호너 교수가 몬타나주립대 교수라는 사실에 주목하자)에서 발견된 데이노니쿠스는 자신보다 훨씬 큰 초식공룡 주위에 여러마리가 함께 묻혀 있었다. 데이노니쿠스나 벨로시랩터가 다른 공룡보다 두뇌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공룡학자들은 이들이 모두 떼지어 사냥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 등 대형 육식공룡이 집단으로 사냥하는 화석은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만일 티라노사우루스의 집단 사냥 화석이 발견된다면 쥬라기공원4나 5에서는 대여섯마리의 티라노사우루스가 한꺼번에 인간을 공격하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다.
새처럼 퍼덕이는 익룡, 영화의 승리
영화 쥬라기공원은 단지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기만 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거꾸로 영화가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시하고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 영화는 종종 대립되는 두가지 주장 중 한쪽 편을 들기도 했는데, 뒤에 그 학설이 사실로 밝혀진 일도 많다. 때때로 SF영화가 과학자보다 더 미래를 잘 예견하는 법이다.
쥬라기공원1에 등장한 육식공룡 벨로시랩터는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약 2m 정도의 크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스필버그 감독은 벨로시랩터 모형을 약 3m 정도의 크기로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려면 2m 크기의 모형은 약간 부족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3m 모형에 대해 반대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스필버그의 손을 들어줬다. 촬영 도중 실제로 3m 크기의 벨로시랩터 화석이 발견된 것이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3편에 등장한 익룡도 마찬가지 경우다. 2편 마지막에 익룡이 새처럼 사뿐하게 나뭇가지에 착륙하는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영화가 상영됐을 때 이 장면은 학계에 거센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날개를 펴면 10여m에 달하는 익룡이 새처럼 날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익룡이 날개를 퍼덕이는 대신 글라이더처럼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는 익룡이 새처럼 날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쥬라기공원3에 등장한 익룡들도 이제 더이상 학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긴 날개를 휘저으며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이런 예는 또 있다. 1편에 등장한 거대한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육지 위에서 네발로 코끼리처럼 걸어다녔으며, 앞발을 들어 높은 나뭇가지에 달린 잎을 따먹기도 했다. 이 장면도 처음 선보였을 때 학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우선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대형 초식공룡은 몸무게 때문에 육지가 아니라 호수나 늪에 살았다는 것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무거운 고래가 바다에서 살 듯 이런 공룡도 부력을 이용해 물 속에 살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형 초식공룡이 앞발을 들고 곰처럼 선다는 것은 몸의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시의 상식(?)이었다. 1991년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초식공룡인 바로사우루스가 앞발을 드는 화석이 전시됐을 때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영화가 웃었다. 무거운 초식공룡도 육지에서 산다는 것이 이제 일반적인 학설이다. 강가나 호숫가와 같은 육지에서 뚜렷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발자국 화석은 왼쪽과 오른쪽 발이 동일하고 보폭이 좁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 화석을 통해 다리구조를 연구해보면 악어처럼 휜 다리가 아니라 곧은 다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이들의 발이 체중을 감당하기 충분했다는 것이다. ‘앞발 들기’ 역시 못하는 공룡이 오히려 비웃음을 산다. 대형 초식공룡 역시 앞발이 작고 뒷발이 더 튼튼한 일반적인 공룡의 특징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패한 진짜 이유
티라노사우루스를 물어 죽이고 최강자의 자리를 차지한 스피노사우루스도 다음 영화부터는 ‘2년차 징크스’가 만만치 않다. 잘못하다간 다시 꼬리를 내리고 물고기나 먹어야 될 처지다. 우선 방심하다 지존의 자리에서 물러난 티라노사우루스가 16㎝에 달하는 이빨을 갈며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육식공룡들이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티라노사우루스가 가장 큰 육식공룡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모로코에서 발견된 카카로돈토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1.5m 정도 더 크다. 아르헨티나에서 발견된 기가노토사우루스도 티라노사우루스보다 2m 더 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언제 어디서 더 큰 육식공룡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일 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대결을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실제로 이들은 살았던 시기가 다르다). 과학적으로만 본다면야 이들이 티라노사우루스를 상대하기에는 힘에 겨워 보인다. 키만 컸지 싸움 실력은 티라노사우루스가 한수 위다.
이들의 머리뼈를 비교해보면 티라노사우루스는 머리 구조가 빈틈없이 단단하게 생겼고, 턱의 힘이 워낙 세 한번 물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공룡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키는 커도 턱 힘도 약하고, 뇌의 크기도 절반에 불과하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머리가 나쁠 것으로 보인다. 이빨도 티라노사우루스가 더 길다. 과거 복싱선수 타이슨이 자신보다 덩치 큰 상대방을 한 주먹에 눕히는 장면이 연상된다. 그런데 왜 티라노사우루스가 스피노사우루스에게 졌을까. 문제는 ‘인간적인’ 상황이다. 여기서 호너 교수가 또 등장한다.
호너 교수는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를 무척 무시하는 학자에 속한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초식공룡을 잡아먹은 것이 아니라 시체나 뜯어먹었던 공룡이라는 것이 호너 교수의 주장이다. 물론 대다수의 공룡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사나운 육식공룡이라고 말한다. 시체나 뜯어먹는 공룡이 그처럼 강한 뒷다리와 이빨을 가졌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2편을 찍을 당시 호너 교수는 스필버그 감독이라는 엄청난 카리스마에 눌려 자신의 주장을 펴지 못하고 티라노사우루스가 최고라는 대세에 따랐다. 그러나 3편에 와서 감독이 바뀌자 자신의 학설을 강력히 주장하며 과감하게 신인 공룡을 기용한 것이 아닐까. 영화 속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사정없이 죽임으로써 호너 교수가 티라노사우루스와 다른 학자들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감정을 영화 속에서 푼 것이라는 의심을 살만도 하다.
여기서 ‘인간적인’ 에피소드 하나 더. 쥬라기공원2·3은 존 호너 박사가 담당했지만, 쥬라기공원1에 참여한 공룡전문가는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로버트 바커였다. 그런데 쥬라기공원1을 찍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바커 박사에 대해 무척 화가 났던 모양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2편부터 자문 과학자를 호너 교수로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바커 박사를 공룡의 먹이감으로 만들고 만다.
쥬라기공원2를 보면 인젠사(쥬라기공원을 만든 회사)가 파견한 사냥꾼 집단에 청바지 차림의 긴 파마머리 공룡학자가 등장한다. 이 사람이 바로 바커 박사를 본뜬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바커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밥이 되고 만다.
무지개빛 공룡 등장할지도
쥬라기공원3에 이어 이미 4번째 작품이 현재 미국에서 제작중이라고 한다. 4편에는 이전 작품과 어떤 점이 달라질까. 이와 관련해 최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는 공룡의 코에 대해 새로운 학설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공룡의 콧구멍은 이마 바로 앞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미국 오하이오대의 로런스 위트머 박사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공룡의 화석 및 새와 다른 파충류의 화석을 조사한 결과 공룡의 코가 이보다 더 앞쪽(아래쪽)인 입 바로 위에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공룡이 물 속에 산다고 생각했을 때 학자들은 공룡이 물 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콧구멍이 위쪽으로 올라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린 콧구멍이 공룡이 육지로 건너왔다고 생각하는 지금에도 고쳐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쥬라기공원4부터는 콧구멍이 말처럼 앞쪽으로 나온 공룡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쥬라기공원4에서 가장 달라질 부분은 공룡의 피부 색깔과 털일 것이다. 공룡은 지금까지 칙칙한 황갈색이나 회색, 또는 연한 녹색으로 그려졌다. 화석만으로는 공룡의 색깔을 알 수 없는데다 도마뱀, 악어 등 친척 파충류들이 그런 색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룡학자들은 요즘 공룡의 색깔을 화려하게 그리는 일이 많다. 공룡 전문가들은 공룡이 새의 조상이며, 새와 비슷한 특징이 많다고 말한다. 이들은 새의 특징 중 하나가 화려한 색깔이므로 공룡 역시 화려한 색깔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쥬라기공원3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조금씩 나타난다. 영화에서 주인공 무리들이 스피노사우루스의 배설물 더미에서 위성 휴대폰을 찾을 때 한 공룡이 그들에게 다가온다. 영화에 나온 어두운 색깔의 공룡들과 달리 이 공룡은 울긋불긋한 색깔을 띠고 있다. 강가에 살고 있는 초식공룡들도 예전보다 더 화사해지고 밝아졌다.
공룡 피부도 관심거리다. 과거 공룡은 뱀이나 악어처럼 매끈매끈한 피부로 덮였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최근 털이 난 작은 육식공룡의 화석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공룡의 피부가 털로 덮여있다는 쪽으로 학계가 기울어지고 있다. 쥬라기공원3에 등장한 익룡의 경우에도 가슴에 털달린 모습의 화석이 발견됐다.
쥬라기공원4에서는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의 벨로시랩터가 털옷을 뒤집어 쓴 채 등장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런 벨로시랩터가 무서울지는 나중 일이다. 티라노사우루스 역시 새끼 때는 솜털이 달려 있다가 어른으로 자라면 털이 빠진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제 1·2·3편에 등장한 공룡에 싫증이 난 영화팬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슬슬 새로운 공룡이 등장할 차례다. 2편의 카메오 출연에 이어 3편에서 주연으로 등장한 익룡이 좋은 예다. 또다른 신인은 어디 있을까.
현재 중생대에 살았던 파충류 중에서 아직까지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것은 물에 사는 수장룡과 돌고래 같은 어룡이다. 수장룡은 목긴 공룡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리가 물갈퀴로 변했으며 몸은 유선형이다. 어룡은 돌고래처럼 생긴 파충류다. 4편에서는 이들이 바다를 주름잡으며 영화 전편에 등장할 수도 있다. 스필버그 감독의 출세작이 ‘죠스’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유력한 시나리오다.
아예 하늘을 날 수 있는 익룡이 공룡의 섬을 넘어 다른 대륙으로 넘어올지도 모른다. 일부 익룡들은 철새처럼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짝을 만나고 새끼를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타리카 근처의 익룡이 4편에서는 서울 한복판에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용가리’와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주의해야 할 점 하나. 어룡과 수장룡, 익룡은 공룡이 아니다. 땅 위에서 살며 곧은 다리로 걸어다니는 중생대 파충류만이‘진정한’공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