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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애니메이션이 탄생시킨 시험관아기

슈렉 vs 파이널 환타지

올 여름, 전세계 극장가에서는 두편의 3D 애니메이션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있다. 동화적인 감각의 슈렉과 현실감 넘치는 파이널 환타지. 두 영화의 이모저모를 비교해 봄으로써 영화계의 새로운 유전자 조작으로까지 불리는 3D 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자.

시험관 아기가 처음 태어났던 해인 1978년, 로마 교황청에선 대대적인 반대 성명이 발표됐다. 인간이 신의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는 것. 불임은 하늘의 뜻인데 사람들이 과학의 힘을 빌어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키는 과오를 저질렀다는 주장이다.

체외수정과 자궁 내 배아이식으로 이어지는 시험관 아기 시술은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유전자 조작도 아닌, 약간 정교한 의료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20-3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당시엔 이런 시험관 아기의 탄생이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고, 다시 일반화되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계속됐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 영화

시험관 아기의 탄생 역사를 빗대보면, 애니메이션의 왕국 디즈니에서 뛰쳐나온 드림웍스 사장 제프리 카젠버그는 세계 최초의 시험관 영화(?)인 ‘슈렉’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그는 이미 ‘개미’라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초창기 임상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고, CG(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에선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지는 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슈렉을 올 여름 극장가에 내놨다.

컴퓨터 그래픽 모델링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사람을 CG로 표현하는 작업은 수많은 물리적 요소가 반영돼야 한다. 즉 빛의 굴절과 반사, 근육운동, 바람의 속도와 중력에 따른 머리카락의 출렁임, 1백80여개의 안면근육 움직임, 5백85여개의 신체관절 회전운동 등 과학적 정보가 오차 없이 표현돼야만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CG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골치 아픈’ 작업이다.

예를 들어 아스팔트 위를 걸어갈 때와 늪지대를 걸어갈 때의 동작을 상상해보라. 사람의 중량과 발이 닿는 늪지대의 밀도와 표면 장력이 정확히 계산돼 진흙 속 몇 cm까지 신발이 잠기는지, 그리고 신발의 형상에 따라 진흙은 어떤 형태의 물리적 좌표를 갖게 될지 나와야 하고, 여기에 아스팔트에 발을 딛는 반발력과 진흙에서 밟을 때는 운동력의 차이도 표현돼야 할 것이다. 만일 이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고 아스팔트 위에서처럼 진흙 위를 걷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우리는 물 위를 걷는 사람 또는 진흙 위를 걷는 기공(氣孔)이 뛰어난(?)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3D 애니메이션은 일반 애니메이션과 달리, 만들어 놓고도 얼굴 표면이 마네킹 같이 미끌미끌하거나 동작이 로보캅처럼 바보 같아 보이는 등 상품의 가치는 떨어진다. 또한 시간은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슈렉에 나오는 여주인공 피오나 공주는 섬세한 머리카락과 출렁이는 치마를 입은 전형적인 사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왈가닥 성격까지 적절하게 묘사돼 생명력을 가진 가상의 사람이 됐다. 이로써 드림웍스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시험관 영화, 슈렉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복제인간을 넘어선 인간 창조

복제양 돌리의 탄생 이후 아직까지 과학계에서는 복제인간 공방이 한창이다. 복제인간의 찬반 논쟁은 지난 1970년대 말 시험관 아기 탄생시절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계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바로 ‘파이널 환타지’의 캐릭터들이 인간 창조의 신화를 예고하는 첫 주자로 나서고 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과학자들이 공룡 부활작업을 코스타리카의 작은 섬에서 비밀리에 진행한 것처럼, 파이널 환타지를 제작한 일본의 게임 제작사 스퀘어는 2년 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비밀 프로젝트 작업에 들어갔다. 전세계 12명의 그래픽 아티스트들과 세계 최고의 CG 장비들이 모인 첨단 스튜디오. 그 속에선 실제 배우와 똑같은 가상배우만으로 제작된 극사실주의 3D 애니메이션이 탄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컴퓨터 시대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실제 영화배우가 아닌 가상의 컴퓨터 그래픽 배우들이 연기하는 미래 영화에 대해 상상해 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약 15년 전만 하더라도 작은 물체 하나를 렌더링(rendering, 컴퓨터 그래픽에서 물체의 표면에 질감을 주는 작업)하기 위해서는 워크스테이션급(현재의 PC 수준)의 컴퓨터가 여러대 필요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도 빛이 반사되는 딱딱한 물체나 금속의 재질을 표현하는 것이 제일 쉽고 빨랐다. 이런 이유로 ‘토이 스토리’의 인형, 곤충, 개미와 같이 비교적 굴곡이 적고 표면이 반질반질한 피사체에만 3D 애니메이션이 적용됐다.

하지만 실제와 유사한 ‘그래픽 인간’이 파이널 환타지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실제 존재할 것 같은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 아키 박사와 정의감과 신의를 가진 그레이 대위. 이들은 누군가의 이미지를 합성한 복제가 아니라 피부에 솜털 하나하나 모공까지도 사실적으로 다듬어진, 그야말로 인간의 모습과 아주 흡사하게 창조된 또하나의 유전체다. 게으르고 비싼 유명 배우들의 시대가 가고 컴퓨터와 과학의 힘으로 탄생한 새로운 가상배우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차이점은 초현실주의와 극사실주의

다시 슈렉으로 돌아가보자. 슈렉에는 피노키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수많은 동화 속 주인공들이 나온다. 특히 극 초반부에 나오는 월트 디즈니의 다양한 주인공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이 아닌 뒤틀리고 엽기적인 캐릭터로 표현됐다.

진실을 말하는 거울은 현실 타협주의자이고, 피노키오를 만든 목수는 동전 몇닢에 영혼이 깃든 인형을 팔아먹는다. 잔악무도한 불을 뿜는 용은 엽기적인 사랑에 빠진 암컷이었고, 여자 주인공 피오나 공주는 마법이 풀려 아름다운 공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못생긴 공주로 돌아간다는 식의 뒤틀린 구상이 이 영화 캐릭터들의 한결같은 특징이다.

특히 사람이 아닌 괴물 오우거로 나오는 주인공 슈렉은 실제 존재하는 형태의 생명이 아니라, 조연급으로 묘사될 정도의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 당나귀 덩키는 말을 하고, 키가 1m도 안되는 성주 비키 파콰드는 월트 디즈니 사장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사실적이지 않은 설정과 디즈니를 조롱하는 듯한 슈렉의 각종 에피소드는 지극히 초현실적이다.

만약 슈렉이 일반적인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면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으로 묘사된 캐릭터들은 저작권법에 걸리고, 우리는 한편의 또다른 디즈니 만화를 보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슈렉은 3D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덕에 기존 디즈니의 2D 애니메이션들은 사실이 아닌, 그야말로 동화 속의 이야기인 것처럼 여기게 만들고, 슈렉은 실제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인 양 묘사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실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좀더 자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슈렉의 3D 기술은 십분 활용됐다.

슈렉이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3D 애니메이션을 사용했다면 파이널 환타지는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극사실주의 기법을 사용했다. 외계인의 침략, 제7의 영혼, 그리고 정의의 사자들. 이러한 고전적인 SF만화영화 줄거리를 고급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3D 애니메이션 기술은 파이널 환타지의 허구를 현실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파이널 환타지는 사실적이면서도 신비한 배우의 모습과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 영화 자체도 하나의 SF적인 요소가 되게끔 만들어냈다.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과 전개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면도 없지 않다.

저페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요소들이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3천만부 이상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 게임 시리즈 ‘파이널 환타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답게 영화 속 여주인공 아키 박사는 게임 파이널 판타지 8의 히로인, 리노아 하틸리의 외모와 만화영화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의 전지전능한 능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 줄거리는 마치 만화영화 ‘신세기 전사 에반게리온’과 ‘아키라’를 섞어놓은 듯 하며, 외계생물체들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괴물들과 모습이 흡사하다. 바로 이 영화가 일본적인 소재와 주제, 그리고 정서를 갖고 있는 증거다.

한편 슈렉은 반(反)디즈니를 외치고 있지만 디즈니에서 흔히 사용되는 캐릭터들의 과장된 연기와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으며, 마치 랩을 하듯 중얼거리는 대사와 영화 중간에 선보이는 뮤지컬적인 요소는 감정이 풍부하고 흥겨운 미국 만화영화의 맥을 유지하고 있다.

섬세하고 정교한 표현과 꽉 짜여진 이야기 구조를 지향하는 파이널 환타지, 재치와 유머, 뒤집기나 패러디를 주종목으로 하는 슈렉은 같은 3D 영화이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민족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파이널 환타지의 감독은 일본 게임업계의 신이라 불리우는 히로노부 사카구치가 맡았고, 슈렉의 제작은 지극히 미국적인 제프리 카젠버그가 담당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두 영화의 분위기는 화면에 의해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소리에서도 두 영화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아무리 3D 애니메이션이 현실적이고 돈이 안드는 캐릭터라 해도 한계는 있다. 목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슈렉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초호화 목소리 캐스팅 아닐까. 우리에게 오스틴 파워로 잘 알려진 ‘마이크 마이어스’는 슈렉에 생명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으며, 깜찍하면서도 반항적인 피오나 공주는 ‘카메론 디아즈’만이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다. 마찬가지로 파이널 환타지의 ‘알렉 볼드윈’과 ‘밍나’는 품위있는 목소리로 정통 SF서사극에 걸맞는 역할을 소화해냈다.

3D 애니메이션의 생명력은 결국 배우의 혼이 담긴 목소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D 애니메이션에 인간 창조니 DNA의 조작이니 하는 미사여구를 잔뜩 갖다 붙여도 아직 미완성품에 불과하다. 제 아무리 훌륭한 슈퍼컴퓨터를 써도 인간의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과 영화를 넘나든다

3D 애니메이션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올 여름 유난히 많은 3D 애니메이션이 개봉됐듯, 영화의 흐름이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기법을 넘어 새로운 기술과 활발하게 만나는 시대라는 것을 말해준다.

새로운 3D 애니메이션의 결론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것이 게임과 영화가 크로스오버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파이널 환타지는 이미 10편이 넘는 게임 시리즈를 바탕으로 영화화됐다. 반면 슈렉은 영화 흥행의 힘을 빌어 게임화 작업이 추진중이다. 사람들은 이제 사실적인 캐릭터가 스크린 위에서 뛰어다니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들과 새로운 모험을 떠나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원하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사랑하고 싸우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장르가 제일 적당할 것이다.

이런 미래의 복합적인 가상현실 게임 장르는 마치 영화 ‘아바론’에서처럼 현실과 허구가 구분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파이널 환타지가 나옴으로써 과거 컴퓨터가 꿈의 장비라고 불리던 초기 시절 상상했던 가상현실의 세상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성급한 결론도 내려본다. 가상현실의 영화, 혹은 게임 세계는 단지 시간과 비용의 문제일 뿐, 기술적으론 얼마든지 구현가능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실제 유전자를 복제해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든 컴퓨터상의 데이터를 조작해 가상의 인간을 창조하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영화 줄거리

슈렉

성밖 늪지대에 사는 엄청나게 못생기고 무지무지 큰 괴물 슈렉. 지저분한 진흙으로 샤워를 즐기고, 동화책을 화장실 휴지 삼아 쓰는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만의 고요한 안식처에 백설공주, 신데렐라, 빗자루를 타고 나는 마녀, 피리부는 아저씨, 피터팬, 피노키오 등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다 쳐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귀찮은 건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당나귀 덩키. 알고 보니 얼굴이 몸의 반을 다 차지하는 파콰드 영주가 동화 속 주인공들을 다 쫓아낸 것. 결국 슈렉은 파콰드 영주와 담판을 지으러 머나먼 길을 떠난다. 하지만 일은 이상하게 꼬이고 결국 멀리 불뿜는 용의 성에 갇힌 피오나 공주를 구하러 떠나게 된다.

피오나 공주가 갇힌 무시무시한 성에 도착한 슈렉과 덩키. 생각보다 깊은 용암 골짜기, 생각보다 무서운 성의 위압감, 생각보다 센 불을 뿜는 용을 보고 겁에 질리지만, 피오나 공주를 빼오는데 성공한다. 슈렉과 피오나 공주는 서로 마음이 끌리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파콰드 영주에게 돌아가는 날을 차일피일 미룬다. 하지만 공주에겐 남들에겐 말하지 못할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파이널 환타지

서기 2065년 어느날. 몇차례 획기적인 과학혁명을 통해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지구는 보이지 않는 에일리언들의 공격으로 엄청난 혼란을 맞게 된다.

에일리언들이 몰고온 수많은 운석들이 지구를 뒤덮어 빛을 차단한 가운데,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에일리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로부터 에너지를 빼앗고 모든 과학시설을 파괴하며 인류의 멸종을 위한 전쟁을 벌인다. 하루가 다르게 지구는 황폐해져가고 수천만명의 인간들이 에일리언들의 먹이가 된다.

이에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은 조직적인 저항을 위해 첨단 장비와 강력한 무기를 가진 소규모의 레지스탕즈 ‘DEEP EYES’를 만들고, 과거의 전쟁영웅 그레이를 캡틴으로 보이지 않는 적과 맞서기 시작한다. 시드박사의 신 발명품으로 괴생명체의 모습을 감지할 수 있게 된 레지스탕즈는 조금씩 적들을 제거해 나가지만, 이미 지구의 모든 부분을 점령한 괴생명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지구에 나타난 에일리언들을 연구해 나가던 여성 과학자 아키는 에일리언들의 언어코드를 깰 수 있는 방법을 밝혀내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제7의 영혼만이 에일리언들에게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 되면서 모험은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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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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