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정식으로 성전환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급성장한 성전환수술 기법은 수술 자체의 성공률뿐 아니라 사회 적응의 결과도 좋아졌다는 보고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성전환수술을 받기는 하늘에 별따기처럼 매우 어렵다는데….
지난달 말 강남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 5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김태성씨(가명)는 여자로 다시 태어났다. 27년간 몸에 지녀왔던 남성 성기를 제거하고 거기에 여성 성기를 만들어 붙였다. 내친 김에 얼굴 턱의 각진 부분도 부드럽게 다듬었다. 수술실에서 아들의 수술을 지켜보던 김씨의 어머니는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고통 속에서도 김씨의 표정은 밝았다. 이제서야 비로소 자신의 성을 찾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씨는 성전환수술에 앞서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여성호르몬제를 투여받았다. 덕분에 김씨의 외모는 어느 여성 못지 않은 완벽한 여성의 모습이다. 그러나 김씨는 보다 완벽한 여성으로서의 신체를 원했다. 자기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김씨는 자신몸에 달린 남성 성기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성전환수술은 트랜스젠더에겐 신의 기술이라 불린다. 신이 결정한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성으로 탈바꿈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전환수술에는 많은 어려움과 조건이 따른다.
1970년대 이후 수술기법 급성장
성전환수술은 자신의 육체의 성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반대성의 생식기를 만들어 주는 수술을 말한다. 즉 남성 성기를 제거하고 여성 성기를 만들어 주든지, 아니면 여성 성기를 메우고 남성 성기를 달아주는 것이다. 대상은 하리수같은 트랜스젠더다. 이들은 자신의 육체적 성을 거부하고 정신적 성인 반대 성을 끊임없이 갈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을 전문적인 의학 용어로 성전환증 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트랜스젠더는 의학적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성을 바꾸려는 열망 때문에 비의학적 또는 불법적인 조치를 스스로 강구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반대 성의 성호르몬을 투여하거나 비의료인에게 성기 제거술을 받는 등 부분적이나마 반대 성의 신체적 성징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성전환자의 치료에서 최우선은 정신 요법이지만, 정신과적 치료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수술을 시행하는 추세다. 외국의 경우 트랜스젠더에 대한 치료는 1970년대 이후 성전환수술기법이 급성장해 수술 자체의 성공률뿐 아니라 사회 적응의 결과도 좋아졌다는 보고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까다로운 성전환수술 조건
그러나 성전환수술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하므로 수술대상자의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호소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다음의 10여가지 기준을 통과해야만 성전환수술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가 중요하다. 적어도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전환수술을 요구하며, 최소한 12개월 이상 바꾸고자 하는 성에 대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뤄져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6개월 이상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아도 전혀 성과가 없어야 한다.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 조건도 만족해야 한다. 우선 수술 전에 6개월 이상 반대편 성이 뚜렷하게 발현되도록 성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정신병과 우울증이 없어야하며 약물이나 술에 대한 습관이 있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신체의 외형이 성전환수술 결과로 바뀌는 성에 어울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기타로 친가족의 승낙을 받아야하며 자신의 육체적인 성의 상태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성전환수술 대상자로 삼는다.
병원을 찾아 성전환수술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들 대부분은 위의 조건에 미달되거나 자신이 진정한 트랜스젠더가 아님을 깨닫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위의 조건에 합당하며 전문의가 봐도 진정한 트랜스젠더 성향을 지녔다고 판단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성전환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최후의 수단
성전환증 환자를 수술 외의 다른 방법으로 치료할 수는 없을까. 현재까지는 없다. 일단 성전환증 환자로 진단되면 이들에게 정신치료를 시도해도 별 뾰족한 효과가 없다. 성에 대한 주체성이 굳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후의 수단인 성전환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성전환수술의 구체적 과정은 남녀 생식기의 차이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성의 생식기는 음경꺼풀, 음경(페니스), 음낭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은 이에 해당하는 음핵꺼풀, 음핵(클리토리스), 대음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에게 없는 특별한 기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자궁과 질이다. 자궁은 아기가 자랄 집이며 질은 아기가 세상으로 나올 길이다. 또한 이 길을 통해 정자는 자궁 내의 난자와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여성의 생식기는 생식을 위한 기관(질)과 소변을 위한 기관(요도)이 분리돼 있다. 하지만 남성은 이 두가지 기능을 음경 하나에서 해결한다.
따라서 성전환수술의 성공 여부는 바로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요도는 20-25cm로 길지만 여성은 2.5-4cm로 짧다. 여성화 수술의 경우 남성의 정관(정자가 나오는 길)과 요도를 분리한 후, 긴 요도를 잘라 여성의 요도로 만들어준다.
그 외 여성 생식기는 남성 생식기를 최대한 이용해 만든다. 여성의 음핵은 남성 음경의, 여성 대음순은 남성 음낭의 상동기관이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들은 달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구조에서 분화된 기관이다. 임신 9주가 지나면 이들 생식기는 한 구조에서 각각 분화되기 시작한다. 하나의 구조가 남성에서는 음경으로, 여성에서는 음핵으로 발달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하나의 구조가 남성에서는 음낭으로, 여성에서는 대음순으로 발달한다. 성전환수술은 바로 이점을 최대한 이용한다.
성전환 수술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또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뀌는 두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는 수술은 비교적 쉽다. 6개월 정도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뒤에도 성전환수술을 받겠다는 결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여성의 유방을 만들어준다. 또 얼굴 윤곽 조정술을 이용해 여성의 얼굴 형태를 갖게 해주며 눈썹 부위에 돌출된 뼈와 광대뼈, 턱뼈 등을 깍아준다.
남성 생식기 이용한 여성화수술
2차 수술시 질을 만들어 주는데 여기에는 크게 세가지 방법이 있다. 과거에 사용한 방법이 피부이식술이다. 이 방법은 먼저 남성의 음경을 자르고 지혈한 뒤 여기에 대퇴부 등의 피부를 이식해 질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는 거의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지만 남성 트랜스젠더의 음경을 자르는 수술은 간혹 시행되고 있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자신의 성기에 혐오감을 나타내는 남성 트랜스젠더는 음경제거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두번째로 장을 이용해 질을 만드는 방법, 즉 대장의 끝 부위인 S상 결장을 이용한 질성형술이 있다. 장에는 점막층이 잘 형성돼 있고 분비액을 많이 내기 때문에 장의 일부로 질을 만들면 실제 질과 유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또한 S상 결장은 실제 질이 위치하는 부근에 있어 이를 약간만 내리면 쉽게 새로운 질을 만들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다. 그러나 분비액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외상에 약하며 복부를 절개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또한 대장의 일부를 이용한 새로운 질은 신경세포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성교시 아무 느낌이 없어지금은 활용빈도가 적다.
최근에 널리 쓰이고 있는 질제조법은 음경음낭 피판술이다. 이 수술은 환자의 음경과 음낭 일부분을 그대로 이용해 새로운 질을 만드는 방법이다. 우선 환자의 음경과 음낭 속 내용물을 비운다. 겉피부만 남은 음경과 음낭을 뒤집어서 안으로 넣어 질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남성의 긴 요도를 짧게 잘라 여성의 요도같이 만든다. 여성의 음핵은 남겨진 음경의 귀뒤 껍질로 만든다. 특히 음낭과 음경의 피부에는 신경세포가 그대로 살아있어 성관계시 느낌을 만족스럽게 받을 수 있다. 물론 수술이 성공했을 때의 얘기다.
이렇듯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한 경우 정상적 성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생식기능은 갖지 못한다. 여성이 아이를 갖는데 필수적인 자궁과 난소가 없기 때문이다. 자궁과 난소는 혈액순환이 매우 많은 장기이므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할 수도 없다. 만약 이식한다면 거부반응이 심하게 나타날 것이다. 또 자궁과 난소를 인공장기화할 수도 없다. 자궁과 난소는 심장처럼 단순한 일만 하는 장기가 아니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장기이기 때문이다.
보다 까다로운 남성화 수술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는 수술은 그 반대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성전환을 원하는 여성의 몸에서 자궁과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은 비교적 쉽지만 음경을 만들어주기가 힘든 것이다. 음경은 질을 만드는 작업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음경을 만들 때는 피판(flap)을 주로 사용한다. 피판이란 쉽게 말해 손가락으로 피부를 위로 잡아 당길 때 들어올려지는 부분을 말한다. 남성화 수술은 팔뚝의 피부를 이용하는 전완부 피판법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된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동맥 정맥 신경을 포함하는 팔뚝의 피부로 음경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팔뚝의 피부가 음경제조에 활용되는 이유는 피부의 두께가 얇고 모양 만들기가 쉬우며 혈관분포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팔뚝 피부로 요도와 음경을 동시에 만든 뒤 환자의 음부에 위치하는 동맥·정맥 신경에 연결시켜준다. 이때 동맥은 동맥에, 정맥은 정맥에, 신경은 신경에 정확하게 이어줘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따라서 이 수술은 현미경을 이용하는 미세수술로 진행된다. 또 음경 안에 요골을 넣어 딱딱하게 해준다. 그리고 환자의 대음순 피부를 이용해 음낭을 만들어준다.
음경만들기가 용이하지 않은 만큼 100% 성공도 보장 못한다. 실제 성공률은 90%이하로 봐야 한다. 동맥과 동맥, 정맥과 정맥, 신경과 신경 사이의 연결이 잘못 됐거나 혈관이 막히면 음경이 2주 내에 녹아버린다.
남성화 수술시 중요시해야 할 것은 환자의 정신적 만족감이다. 인공음경은 기능적 면에서 많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공음경은 음경해면체 대신 환자의 뼈를 이용하기 때문에 발기 능력이 없다. 항상 같은 크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보통 남성 성기가 갖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고작 바뀌는 것은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다는 정도다. 따라서 수술 전 이런 한계를 환자에게 충분히 주지시켜야 한다.
물론 인공음경은 남성이 가지는 생식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고환이 없어 정자 생산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남성화 수술은 환자 자신의 피부 조직 일부를 떼어내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 뒤 환자 몸에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공 음경의 기능도 아직까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 많이 시도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 트랜스젠더(Female to Male transgender)에게 남성화 수술은 상징적 의미가 크므로 아무 쓸모 없는 수술이라고 단언 할 수는 없다.
자신을 탄생시킨 또다른 아빠
성전환 수술은 여성화 수술이든, 남성화 수술이든 그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을 다루는 수술이므로 심혈을 기울여서 해야 한다. 더구나 수술을 받는 이들에게는 일생이 걸린 아주 중요한 시술이기에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의외로 순수한 그들은 수술받기 전에는 부끄러워하며 말이 없다가 수술이 끝난 후 자신이 변신한 모습을 보고는 뛸 듯이 기뻐한다. 수술 후 이들이 '자신을 탄생시킨 또다른 아빠'라며 '아빠! 아빠!'라고 부를 때는 의사로서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현재의 성전환수술은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성 인식이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이를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성전환자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성전환수술은 반쪽짜리 기술에 불과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전환자에 대해 AIDS나 전파하는 불결하고 위험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오해다. 성전환자들은 사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오히려 변변한 직업을 갖고 사회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들이 가족제도를 뿌리째 흔들만큼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음지에서 쉬쉬하며 이뤄지고 있는 성전환 문제를 이제는 공론화할 때가 됐다.
1930년 최초로 시행된 성전환수술
질을 형성하고 남성 성기를 만드는 등 현대적 의미의 성전환수술은 1930년 독일에서 맨 처음 시행된 것으로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성 트랜스젠더(Male to Female transgender)에 대한 유방확대술과 질성형술의 초기 모습은 1917년 미국에서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확실치는 않지만 1912년에 유럽에서도 시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근형성술(Phalloplasty)도 현재는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그 기원은 겨우 20세기 중엽이다.
그러면 성전환수술을 받은 최초의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수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유럽, 아시아, 중국 등지에서 거세를 한 트랜스젠더들이 존재했다. 중세 유럽 기독교 국가의 경우 트랜스젠더는 많은 핍박을 받았으며, 성전환수술은 엄격히 금지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악가들이 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를 하는 것은 용납됐다. 반면 인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성전환수술이 행해졌으며 현재에도 일반적 시술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의학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성을 바꾸려는 트랜스젠더는 역사를 통해 항상 존재해 왔었다. 트랜스젠더는 실제로 거의 모든 문화권과 시대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