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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혁명


아직도 ‘수학’하면 삭막한 교실에서 딱딱한 공식과 복잡한 계산, 알 수 없는 이론으로 끙끙대던 모습을 상상하는 이가 있는가. 수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루디 러커(55·미국 산호세주립대 교수)는 몇편의 과학소설을 썼던 경력을 밑천 삼아 독특한 통찰력을 펼쳐보인다.

저자는 학교 수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수학과 일상 생활, 그리고 사고의 세계로까지 그 논점을 확대하고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프랙탈 기하학까지, 또 수비학에서 정보 이론까지를 좀더 넓은 차원에서 통합하려는 이 책은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가까운 광고판을 읽는 것처럼 쉽게 다가온다.

저자가 과학소설 작가로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다시 대학 교수로 돌아가려는 분기점에서 탄생한 이책은 그 만큼 수학의 어려운 개념을 독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이전의 수학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수학과 과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정보 이론에 지향점을 두고 전개되고 있어 그 의의가 크다.

이 책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사물은 수, 공간, 논리, 무한, 그리고 정보라는 다섯가지 영역에 따라 사고할 수 있다. 심지어 지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손가락에서부터 복잡한 컴퓨터의 구조까지도. 예를 들어 인간의 손은 손가락의 개수인 5라는 숫자로 표현될 수 있다. 또한 손은 공간의 관점에서 보면 곡면이고, 논리의 관점에서는 뼈와 근육이 기계적인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논리적인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무한의 관점에서는 무수한 수학적 점의 응집체가 된다. 이 외에도 손은 그 외양을 결정하는 DNA 암호속에 포함된 정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서양사의 흐름과도 대응시킬 수 있다. 중세는 본 것을 명명하고 분류하고 수를 센 시대였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원근법을 통해 공간의 수학적인 감각을 창조해 냈다. 산업혁명이 기계와 논리의 시대였다면, 현대는 통계역학과 양자학이 등장하면서 진실은 무한하게 복잡한 것이란 점을 깨달은 무한의 시대, 그리고 포스트모던 시대는 세상을 오로지 정보의 처리로 바라보는 정보의 시대로 비쳐지고 있다. 감각(수), 느낌(공간), 사고(논리), 직관(무한)으로 이어지는 인간정신의 역사에도 수학의 발달패턴은 일치한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프랙탈, 힐버트공간, 괴델의 정리, 튜링기계 등 고급수학의 깊숙한 세계를 소설가의 재치있는 문장으로 안내하는 이 책은 수학과학서이면서 수학인문서이다. 미국수학이나 중국수학이 따로 없듯이 모두에게 동일한 ‘보편의 과학언어’인 수학을 통해 인간과 세계, 보편과 정신을 통찰한다는 점에서 옮긴이의 말처럼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경계에 놓인 향기로운 사유”이면서 “인간 존재는 세계라는 계산기가 수행하는 연산의 중간과정”이라는 수학자다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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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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