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요일 이름에 담긴 음양오행과 점성술

한주를 끝내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

첫번째주라는 말은 해도 첫번째 요일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요일마다이름이있기때문이다.‘ 월화수목금토일’이라는이름에는우주를설명하는 동양의 음양오행 사상과 사람의 운명을 해석하는 서양의 점성술이 깊게 관여돼 있다. 요일마다 어떤 신이 힘을 발휘하는지 알아보자.

요일을 두고, 첫번째를 제1요일, 두번째를 제2요일, 세번째를 제3요일, 이렇게 부른다면 멋대가리가 도통 없겠지요? 우리는 ‘월화수목금토일’ 순서로 부르니까, “야! 오늘은 토요일이니 오전 수업이다” 하지 않고, “야! 오늘은 제6요일이니 오전 수업이다” 이렇게 한다면 말에 색깔이 없어서 되게 재미 없을 터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요일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월화수목금토일, 이런 이름이 있습니다. 이런 요일의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오행은 금목수화토, 점성술은 화수목금토

‘월화수목금토일’에서 해 요일인 일요일, 달 요일인 월요일을 뺀, 화수목금토(火水木金土)는 중국의 음향오행(陰陽五行) 사상에서 온 것입니다. 오행….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지요? 중국인들은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이 다섯가지 요소의 기운이 서로 사귀거나 반발하는 것으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려고 했지요. 이러한 오행 사상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전해졌던 것이고요. 오행의 ‘금목수화토’가 요일에서는 순서가 바뀌어 있군요. 왜 그럴까요?

고대 서양 사람들도 해(日)와 달(月), 수성(水), 금성(金), 화성(火), 목성(木), 토성(土), 이 일곱개의 별들과 사람의 운명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별의 성질에 따라 그 때 태어난 사람의 성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점성술입니다.

해와 달을 제외한 다섯개의 행성에는 로마의 신들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수성은 발빠른 전령의 신 메르쿠리우스(머큐리), 금성은 아름다움과 애욕의 여신 베누스(비너스), 화성은 불뚝 성미가 있는 전쟁의 신 마르스(마아스), 목성은 바람둥이로 유명한 유피테르(주피터), 토성은 유피테르의 아버지 사투르누스(새턴)라고 하지요(괄호 안은 영어 이름).

이 이름은 일곱 요일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래서 첫날은 해의 날(일요일), 둘째날은 달의 날(월요일), 셋째날은 화성의 날(화요일), 넷째날은 수성의 날(수요일), 다섯째날은 목성의 날(목요일), 여섯째날은 금성의 날(금요일), 일곱째날은 토성의 날(토요일)이 된 것입니다. 라틴어 계통의 언어에는 아직도 이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한가지 주의할 게 있군요. 첫째는 오행, 즉 ‘금목수화토’가 일곱개의 별 이름과 대응하면서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오행의 ‘금목수화토’가 점성술의 ‘화수목금토’에 밀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군요. 두번째로 주의할 것은 우리는 요일을 말할 때 ‘월화수목금토일’, 이렇게 말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일월화수목금토’라고 말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첫번째 요일은 월요일이지만 서양의 첫번째 요일은 일요일이라는 것, 기억해두면 좋겠네요.


못 말리는 제우스.바람둥이 제우스가 딸 아르테미스로 둔 갑하고 딸의 몸종 칼르스토를 꾀고 있다.물론 성공한다(장 시몽 바텔레미의 그림).


영어에서는 로마신이 북방신으로

영어가 기승을 부립니다. 영어가 금방이라도 세계어 행세를 할 듯이 날뜁니다. 여러분도 영어 때문에 부대끼지요? 영어라는 말만 들어도 골이 지끈지끈하지요?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도 한국어만 쓰고 말하고 싶답니다. 하지만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만 살 수 있나요? 비행기 타고 한시간 반만 날아가서 내려도 한국어는 통하지 않는 걸요.

그런데 영어의 요일 이름에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우리에게 꽤 친숙한 로마의 신들 이름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영국은 로마 제국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던 나라입니다. 서기 300년 즈음 영국은 로마의 역법(달력)을 받아들이되 로마의 신들 이름은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네 신들 이름으로 요일 이름을 삼았답니다. 말하자면 로마인들이 로마신들의 이름(나중에는 별들의 이름이 됐지만)을 요일 이름으로 삼았듯이, 영국인들은 자기네들이 믿던 북방신의 이름을 쓰기로 했던 것이지요. 어떤 신들의 이름으로 요일 이름을 삼았는지 어디 볼까요? 영국도 서양이니까 서양식으로 ‘일월화수목금토’의 순서로 어디 검토해 봅시다.

일요일(Sunday)과 월요일(Monday)은 각각 해의 날(Sun day)과 달의 날(Moon day)입니다. 일요일과 월요일 뿐만 아니고 토요일의 이름도 로마와 같습니다. 토요일(Saturday)은 사투르누스의 날(Saturnus day)이군요. 사투르누스는 원래 그리스 족보를 가진 신입니다.

그리스에는 ‘크로노스’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낳는 족족 집어 삼켜 버리는, 버르장머리가 괴상한 신이었지요. 아내 레아가 여섯번째 아기를 낳았을 때는 크로노스가 이미 다섯 남매를 삼킨 뒤였지요. 크로노스는 막내까지 삼키려고 듭니다. 그래서 레아는 돌덩이를 아기라고 속이고는 크로노스에게 삼키게 한 다음 아기는 먼곳으로 피신시켜 기르지요. 이 아들이 바로 제우스입니다. 제우스는 다 자라자 아버지로 하여금, 그동안 삼킨 자식을 줄줄이 토해내게 하고는 미지의 땅으로 귀양 보내 버립니다. 이로써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의 무대에서 사라지지요.

그런데 로마 제국이 융성해짐에 따라 로마 신화가 발생하지요. 독창적인 신화가 아니라 대부분 그리스에서 꾸어 간 신화여서 로마의 신 유피테르(주피터)는 그리스 신 제우스의 ‘로마 버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로마 신화에 제우스의 아버지였던 크로노스가 유피테르의 아버지 사투르누스로 다시 등장합니다.

옛날 로마에서는 동지가 되면 큰 축제를 벌였는데 그 축제를 ‘사트르날리아’(사투르누스의 제사)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요즘 말로 하자면 ‘동지제’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년의 끝자락을 차지하는 동지의 제사입니다. 그리스 신 크로노스는 시간의 신으로, 커다란 낫을 하나 가지고 다니는 모습으로 잘 그려집니다. 그 낫은 때가 되면 모든 것을 ‘끝장’내 버리는 시간의 속성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오딘의 아들인 벼락 신 토르.토르가 든 거대한 망치는 벼락을 상징한다.

수요일은 최고의 신 오딘의 날
 

최고 신 오딘과 함께 인간 세계를 굽어다보는 프레야.프레야는 여신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신,말하자면 로마 신화의 베누스(비너스)에 대응한다.


보세요. 한주일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에 배치하기는 한해의 끝자락에 위치하는 ‘동지’라는 이미지, 모든 것을 끝장내는 ‘낫’이라는 이미지와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지요. 하여튼 일요일, 월요일, 토요일은 로마 식으로 된 셈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요일의 이름에는 북방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수요일(Wednesday)에는 가장 큰 북방 신의 이름이 숨겨져 있습니다. 오딘의 날(Odin day) 또는 보탄의 날(Wotan day)이라는 뜻이지요. ‘오딘’은 게르만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과 마술과 영감과 죽은 자의 영혼을 다스리는 최고 신입니다. 오딘은 ‘신들의 아버지, 전사자들의 아버지, 인간의 주인, 모르는 것이 없는 존재,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 승리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제우스, 로마 제국의 유피테르보다도 훨씬 지위가 높은 신이기도 하지요.

오딘은 추위의 상징인 ‘서리’의 거인을 물리치고 천하를 창조한 신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혹독하게 추운 북방이라서 이런 신화가 발생한 모양입니다만, 신화에 따르면 게르만의 대지는 오딘이 죽인 서리 거인의 살이고, 호수와 바다는 서리 거인의 피입니다.

수요일 앞의 화요일(Tuesday)은 티르의 날(Tir day) 또는 테브의 날(Tew day)입니다. 티르는 오딘의 아들로 하늘의 수호신입니다. 그는 태양과 달을 삼키는 거대한 늑대와 싸우다 한팔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외팔이로 그려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수요일 뒤의 목요일(Thursday)은 토르의 날(Thor day)입니다. 로마의 목요일은 벼락의 신 유피테르의 날입니다. 토르도 벼락의 신입니다. 영국인들이 로마의 역법을 받아들이면서 자기네들의 주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목요일 다음의 금요일(Friday)은 프레야의 날(Freya day)입니다. 프레야는 오딘의 아내로, 여신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신입니다. 로마의 금요일은 로마 여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누스의 날입니다. 영국, 정확하게 말하자면 앵글로 색슨족은 자기네 신화 체계를 방패로 삼아, 로마의 역법을 타고 들어오는 로마의 신들을 방어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참, 영국인들이 왜 게르만 신화의 신들 이름을 쓰느냐고요? 앵글로 색슨의‘색슨족’은 원래 독일의‘작센’지방에서 이주한 게르만 인들이랍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윤기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문화인류학
  • 종교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