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의 화려한 부채모양 깃털이나 사슴의 크고 굵은 뿔은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할 때 사용하는 장신구들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암컷 비비는 부어오른 빨간 엉덩이를 수컷에게 구애할 때 사용한다고 한다.
하버드대 리 돔과 영국 리딩대 마크 페이젤이 네이처 3월호에 발표한 비비 연구 논문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혔다.
암컷 비비의 엉덩이는 배란기가 시작되기 5-12일 전부터 빨간색을 띠며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때 암컷 몸무게는 최고 14%까지 증가한다.
돔과 페이젤은 탄자니아의 검비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29마리의 암컷 비비를 13개월 동안 조사했다. 22마리의 부어오른 엉덩이 치수를 측정했고, 생식기에 있는 암컷 비비의 부어오른 엉덩이 크기에 따른 수컷의 반응을 관찰했다.
연구결과 가장 크게 부풀어 오른 빨간 엉덩이를 갖는 암컷 비비가 나이나 서열에 관계없이 많은 수컷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번식도 엉덩이가 작은 암컷보다 더 빨리 시작했으며, 더 많은 자손을 출산했다. 낳은 새끼가 살아남는 확률도 높았다.
수컷들은 부어오른 엉덩이 치수의 작은 차이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수컷들은 더 큰 엉덩이를 가진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과격한 싸움까지 불사했다.
하지만 아직 암컷 비비의 부어오른 빨간 엉덩이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왜 수컷이 더 큰 빨간 엉덩이에 호감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아니라고 돔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