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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에 숨어있는 눈의 속임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눈.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뇌로 전달해주지만, 때로는 움직이는 물체에 쉽게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생활 주변에서 눈의 이런 성질을 잘 이용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과연 어떤 것일까.

정월 대보름날. 모험이와 슬기는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놀러갔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할아버지가 이들을 불러 물으셨다.
할아버지: 모험아! 슬기야! 우리 선조들은 정월 대보름에 어떤 놀이를 했는지 아니?
모험이: 잘 모르겠는데요.
할아버지: 바로 쥐불놀이란다.
슬기: 어떻게 하는 놀인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창고에서 깡통과 구멍을 찾아오시더니, 깡통에 구멍을 뻥 뚫으시고는 철사로 끈을 달아주었다.
할아버지: 여기에 불붙은 숯덩이를 넣고 빙빙 돌리는 거란다. 너희 아빠도 어렸을 때 이걸 가지고 신나게 놀았단다.
모험이와 슬기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깡통에 불숯덩이를 넣고 빙빙 돌려보았다. 그랬더니 불로 만들어진 둥근 원이 보이는 것이었다.
모험이: 할아버지! 깡통은 원이 아닌데, 왜 원이 보이죠?
할아버지: 허허! 왜 그럴까? 집에 들어가서 간단한 실험으로 그 이유를 알아보지 않으렴.

어드벤처1 붉은 색을 계속 보면?

왜 그럴까?! 수술복이 초록색인 이유
 

수술복이 초록색인 이유


이 활동은 간단하게 눈의 잔상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잔상현상은 자극 대상을 일정 시간 주시한 다음 눈을 감거나 다른 장소로 시선을 돌렸을 때 나타나는 시각적 효과다.

여기에서는 붉은색의 경우 초록색 잔상이, 초록색의 경우 붉은 색 잔상이 남는다. 왜 하필 보색의 잔상이 남는 것일까. 눈의 망막에는 약한 빛에서도 명암을 느끼는 막대모양의 간상세포, 그리고 명암뿐 아니라 색깔까지 감지하는 원뿔모양의 원추세포가 있다. 그런데 진한 색깔을 오래 보고 있으면 원추세포가 피로해진다. 이런 상태로 하얀 표면을 보면 강렬한 보색의 잔상이 남게 된다. 이를 ‘보색잔상’이라고 한다.

이는 수술복이 왜 초록색인지를 설명해준다. 대부분의 수술에서는 출혈이 불가피하다. 만약 의사가 강한 조명 아래에서 오랫동안 수술하면서 붉은 피를 계속 보게 된다면, 빨간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가 피로해진다. 이때 하얀 가운을 입은 동료의사나 간호사를 바라보면 빨간색의 보색인 초록색의 잔상이 남는다. 이 잔상은 의사의 시야를 혼동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잔상을 느끼지 못하도록 수술실에서는 초록색 가운을 입는다.
 

보색잔상의 표


어드벤처2 영화 탄생의 비밀, 키네토스코프

왜 그럴까?!

연속적인 동작의 그림을 일종의 활동사진으로 느끼게 하는 것도 눈의 망막에서 나타나는 잔상효과 때문이다.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것은 그 사물에 반사돼 나오는 빛이 눈의 망막에 비춰지기 때문인데, 잔상이란 빛의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시각기관에 어떤 흥분상태가 계속돼 시각작용이 잠시 남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상이 남는 시간은 자극이 됐던 빛의 밝기와 색도, 시간, 그리고 눈의 생리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보통 1/16초가 표준이나 1/30 - 1/10초까지의 실례도 있다. 영화는 잔상현상을 이용한 대표적인 예다. 변화하는 각 장면의 영상을 1/16초마다 영사막에 단속적으로 투영해서 움직이는 영상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잔상효과는 회전식 전광판이나 자동차 바퀴, 선풍기 날개, 그리고 쥐불놀이의 불꽃 원에서 살펴볼수 있다.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조영철 기자
  • 노기종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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