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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국기 높이 달기 경쟁

발명가는 오직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간단한 아이디어의 경우, 무단 사용이나 도용의 위험성도 크다. 자신이 발명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순간 그의 아이디어는 공개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발명가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를 잘 간직해 성공한 발명가를 소개한다. 우선 ‘습기가 차지 않는 설탕봉지’를 만든 사람이다.

간단해도 아이디어료를 달라

과거 설탕은 대부분 서인도제도에서 수출했는데, 적도 지방을 항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열대의 습한 기후 때문에 많은 설탕이 녹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므로 설탕이 습기를 먹지 않도록 포장지를 철저하게 방수 처리해야 했다. 비싼 포장비는 설탕회사에게 큰 부담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때 설탕을 운반하던 선박의 한 선원이 포장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큰소리쳤다. 호기심을 느낀 설탕회사의 사장은 그 청년을 불렀다. 청년은 사장을 만나는 자리에 하나의 서류를 준비해 갔다. 그 서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만든 포장지와 기존 포장지의 제작비 차이 중에서 일정 부분을 자신에게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된다면 상응하는 아이디어료를 지급해 달라는 것이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회사의 사장은 서류에 서명했는데, 선원의 이야기는 모두를 놀라게 할 정도로 간단했다. 설탕봉지를 완전히 밀봉하는 대신, 봉지가 숨을 쉬도록 위아래에 작은 구멍을 2-3개만 뚫어 놓으면 된다는 것이다. 일단 봉투 내에 구멍이 있으면 내부에 생긴 습기가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어 오히려 설탕이 녹지 않는다는 말이다. 현재 이 아이디어는 열대지역을 지나는 수많은 포장지에 적용된다.

쑥쑥 늘어나는 지팡이

비슷한 예가 우리나라에도 있다. 휴전이 된 직후, 휴전선 마을은 항상 시끄러웠다. 남북 양측이 서로 자기 진영을 홍보하는데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측의 국기를 세우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북측에서는 인공기를, 남측에서는 태극기를 상대방보다 더 높게 올리는 경쟁이 일어난 것이다. 한쪽에서 10cm를 올리면 다음날 반대쪽에서 10cm를 더 올렸다고 광고하는 것이 일과였다. 국기를 높이 올리는 것은 양측에서 사활을 건 기술과 아이디어의 싸움이 됐다.

문제는 철근 콘크리트와 같은 건축공법을 사용해 무작정 높이는 경쟁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국기 게양대의 형태를 갖고 있으면서, 상대방이 절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이런 와중에 한사람이 현장에서 각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채택되면 즉시 현상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아이디어가 너무 간단해 도용이 문제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 상황에서 그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국기 문제는 남북한 사이의 첨예한 경쟁이었고, 양측의 심리전에서도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졌다.

한사람, 한사람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제작비와 형태가 걸림돌이었다. 이때 현장에서 바로 현상금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던 사람이 나섰다. 그는 자신이 갖고 온 지팡이를 보여 주더니 쑥쑥 늘리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해 낚싯대처럼 만든 지팡이였다. 그의 아이디어는 채택됐고 상금으로 2천만원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현재는 낚싯대가 많이 보급돼 이와 같은 아이디어가 새롭지 않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된 당시에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의 진상을 알고 나면 너무나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놀라는 일이 많다. 좋은 아이디어일수록 단순하고 적용하기 쉬운 경우가 많다는말은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숨어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예로 든 아이디어처럼 동시대의 상황에 잘 맞으면 금상첨화다.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라도 소중히 하며, 발명에 대한 의욕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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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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