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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걸러주는 필터의 세계

자동차 연소에서 반도체 개발까지

항상 함께 하기에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공기. 하지만 탁한 자동차 매연이 넘치는 도로에 10분만 있다보면 자연히 맑은 공기를 찾게 된다. 필터는 도심에서도 맑은 공기를, 그리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유일한 도구다.

우리나라를 ‘사계절 구분이 뚜렷하며, 가을하늘이 청자 빛과 같은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의 높은 하늘은 각종 공장과 자동차의 매연에 가려 보이지 않고, 시원해야 할 강바람에선 기분 나쁜 악취가 가득하다.

문제는 이러한 실외의 상황에만 있지 않다. 도시인들이 하루 70% 이상을 생활하는 실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환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밀폐된 공간, 빌딩 내에서의 공기 오염, 자동차 내의 악취, 담배연기 등은 사람들의 건강에 적신호를 가져다 주고 있다. 따라서 실내를 쾌적하게 하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차 안 공기는 맑게, 연료는 잘 타게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자동차 안에 있어도 많이 춥다. 물론 요즘은 난방장치가 잘 돼 있어 히터를 켜면 매우 따뜻하다. 하지만 히터를 이용할 경우 실내 공기가 밖과 원활히 소통되지 않으면 호흡에 곤란을 겪게 된다. 그렇다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주변의 차에서 나오는 시커먼 배기가스를 보면 창문을 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뿌연 스모그 속에서 상쾌함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어떻게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까. 자동차의 환풍기를 통해 외부 공기를 흡입하더라도 여전히 밖에 있는 탁한 공기를 마시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차안에서는 차 밖보다 맑은 공기를 마시게 된다. 최근 대부분의 차에는 공기청정기능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공기에 섞인 다양한 불순물들을 걸러내 맑은 공기를 공급해준다. 공기청정기에 설치된 필터가 공기보다 큰 입자인 불순물들은 걸러내고, 공기처럼 작은 입자는 통과시킨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연료장치에도 필터가 이용된다. 자동차가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사용되는 연료가 공기중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완전히 태워져야 한다. 이와 같은 완전연소는 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충분하게 공급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탁하고 불순물이 많은 공기로는 완전연소가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필터를 이용해 공기를 걸러내 완전연소를 돕는다. 연료장치에 이용되는 필터는 흡입된 공기 중 산소만 잘 통과하도록 설계된 필터로, 산소의 농도를 높힌 공기를 주입해 연소가 잘 되게 도와준다.

고운 모래와 자갈을 분리하는 원리

공기보다 크긴 해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입자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는 것일까. 공사장에서 고운 모래와 자갈을 분리하는 체를 생각하면 공기가 깨끗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다. 고운 모래는 체의 균일한 구멍을 쉽게 빠져나가지만 입자가 큰 자갈이나 작은 돌멩이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체에 걸리게 된다.

다행히도 우리가 호흡하는데 필요한 순수한 공기들은 대부분 산소, 질소와 같은 작은 분자로 돼있고, 먼지와 각종 세균들은 입자의 크기가 공기에 비해 상당히 크다. 따라서 모래와 자갈을 체로 분리하듯 필터를 이용하면 더러워진 공기를 여과할 수 있다.

이처럼 필터는 기본적으로 다른 물질들 중에서 한 물질을 분리해내는 도구다. 하지만 원리는 간단해도 여기에는 제법 다양한 과학적 원리가 응용된다. 공기 속의 불순물들은 필터에 ‘잡힌다’(포집)고 표현하는데, 공기필터에 잡히는 것은 크게 네가지 원리로 이뤄진다.

첫째는 관성효과를 이용한 것으로, 입자가 공기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필터를 구성하는 섬유를 만나면 관성에 의해 필터에 충돌돼 잡힌다. 두번째는 확산효과로 작은 입자들이 공기의 흐름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필터의 섬유에 충돌돼 잡히는 원리다. 세번째는 차단효과로 크기가 비교적 큰 입자들이 필터와 필터의 섬유사이에 끼인다. 마지막으로는 인력효과로 공기 흐름에 의해 필터 섬유에 접근한 입자가 섬유와의 인력에 의해 잡힌다. 필터의 성능은 이런 관성, 확산, 차단, 인력효과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순물을 잘 걸러내는 것으로 결정된다.

고성능 필터는 세균까지 박멸

보통 10미크론(${10}^{-6}$m)보다 큰 먼지나 미립자들은 사람의 코와 기관지를 거치면서 걸러져, 폐에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박테리아 크기인 0.3미크론에 가까운 미립자들은 호흡계의 중추기관인 폐로 들어가 인체의 방어체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미립자들을 정화할 수 있는 필터로 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가 사용된다.

이것은 원자력 연구에서 연구원들의 건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대기 중의 방사성 미립자를 정화하기 위해 처음으로 개발된 공기 정화 필터다. 합성섬유나 유리섬유를 아주 얇게 종이처럼 만든 다음, 표면적이 넓어야 걸리지는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주름을 잡아 이용하는 필터다. 중요한 것은 필터 내에 수분을 모두 제거한다는 점이다. 이런 HEPA 필터에 걸린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건조한 필터 내에서 수분 결핍으로 죽게 된다. 세균에 민감한 병원같은 곳에서는 수분결핍 방법 외에도, 자외선을 쪼이면 세균의 DNA가 파괴돼 죽는 특성을 이용한 자외선 살균 방법을 이용해 공기를 정화하기도 한다.

최근 에어컨에도 세균에 대한 살균 기능이 추가돼 있다. 하지만 에어컨에서는 세균을 필터를 통해 걸러주기보다는 에어컨에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터를 통해 걸러진 불순물 속에서 세균이 살 수 없도록 세균을 죽이는 약품을 처리한다. 약품으로 에어컨 안을 코팅하거나, 약품을 포함한 플라스틱 재료로 균의 서식을 억제하고 죽인다. 아직까지 에어컨은 공기청정기능보다는 저온 유지가 더 주된 임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같이 공기를 이용하는 엔진시스템에는 공기를 걸러 주는 정화시스템을 설치해 연료효율을 극대화시킨다.


오히려 세균을 이용해 오염물질 제거

이렇게 세균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어떻게든 주변에서 제거해야할 대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세균을 이용해서 필터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미생물의 분해작용이라는 생물학적인 특성을 응용한 바이오필터다.

오염물질이 바이오필름 속으로 흡수되고, 이 흡수된 오염물질을 미생물들이 공격해서 분해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미생물의 분해 작용은 오염물질을 이산화탄소, 물, 그리고 유기물질로 전환시킨다. 오염물질은 유기물 또는 무기물로 미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미생물 군집은 1개의 우수종 또는 특별한 물질을 분해하는 경우에는 수많은 종으로 이루어져 시너지효과를 일으켜 오염물질을 분해한다.

이렇게 처리되는 오염물질은 생물학적으로 분해될 수 있어야 하고, 미생물에 독성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분자량이 작으며 물에 대한 용해도가 높은 단일결합구조의 물질이 여기에 속한다. 복잡한 구조의 물질은 분해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고,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염물질을 통과시키는 것 외에 더 필요로 하는 동력이 없기 때문에 에너지가 적게 들며, 미생물을 이용해 환경친화적이다. 다만 미생물이라는 특징 때문에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적정한 수분함량과 분해가 잘되고 활동에 알맞은 온도 등을 맞춰줘야 한다. 또 미생물이 필요로 하는 질소, 인, 칼륨, 철 등과 같은 미네랄과 비타민 같은 영양분도 공급해줘야 한다.
 

세균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바이오 필터 시스템.


깨끗한 물 만드는 정수기

지난해에 인기있었던 드라마 ‘허준’에는 한약이 자주 등장했다. 달인 한약은 천으로 고체성분을 걸러내는 여과과정을 거쳐, 약의 액체성분을 그릇에 담아 마신다. 이처럼 여과는 예전부터 일상생활과 함께 했다. 일반적으로 액체에서 걸러지는 필터 과정을 여과라고 한다.

이런 여과 기능을 활용하는 또다른 대표적인 예가 정수기다. 이제 우리나라도 하천이 오염되고, 수도관이 오래돼 수돗물의 오염도가 증가하고 있다. 수돗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수과정에서 사용한 염소의 잔류분, 배관의 녹찌꺼기, 곰팡이·조류·박테리아 등의 미생물, 그리고 각종 불순물이다.

가정용 정수기는 다양한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위해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우선 일반적으로 크기가 큰 불순물을 걸러내는 전처리용 여과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정수기 제품 중 핵심부품인 필터가 잡다한 불순물에 막혀 손상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다음으로 좀더 정밀하게 미세한 불순물까지 걸러주는 정밀여과 단계를 거친다(그림1).


마지막은 후처리 과정으로 분리막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잔류염소나 냄새를 활성탄이 채워진 여과기로 제거한 다음 살균처리를 한다. 냄새도 입자이기 때문에 미세입자가 잘 달라붙는 활성탄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세균을 살균하는 과정이 최종 처리다. 물이 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므로 정수기에는 살균 기능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물을 거르기 때문에 공기필터에서처럼 세균을 걸러낸 다음, 수분을 제거하는 살균 방법을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정수기에는 일반적으로 자외선으로 세균을 죽이는 자외선 살균 방법을 이용한다.
정밀여과 단계에 활용되는 여과막(필터)은 수 미크론 크기의 섬유로 촘촘히 구성돼, 액체에 포함된 미크론 크기의 박테리아나 각종 미세입자를 분리하기 위해 사용한다. 섬유조직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구멍으로 액체는 통과시키고 입자는 걸러낸다. 머리카락 두께가 수십 미크론인 걸 감안하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이런 정밀여과막 개발 과정의 한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세계 2차대전 중 독일의 상수도 시설은 연합군의 공격으로 자주 파괴되고 오염됐다. 그래서 주민들이 사용하는 식수원의 안정성이 계속 문제돼, 대장균이나 각종 발병성 세균의 오염도를 신속히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세균배양 기술로는 4일이나 걸려, 주민들이 물을 마시지 않고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었다. 이때 정밀여과막으로 식수원의 세균을 분리하고 배양해, 세균 검사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렇게 해서 식수원의 세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림 1) 여과기의 구조^걸러지지 않은 물이 여과기를 통과하면 서 불순물이 걸러진다. 여러 겹으로 둘 러싼 막을 지나 최종적으로 깨끗한 물만 통과된다.


의약과 반도체에까지 응용돼

초정밀을 요구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도 여과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반도체 고집적화 기술의 획기적인 개발로 현재 2백56MB의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이처럼 고집적화가 이뤄질수록 이에 비
례해 분순물이 전혀 없는 초순도의 물이 요구된다.

현재 0.1미크론 크기까지 회로선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 정도 크기에서는 0.1미크론 크기의 불순미립자가 5개/mL 이하여야 하며, 미생물은 100mL에 1개 이하로 있어야 한다. 이것은 물의 순도로는 99.999999%에 해당한다.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 표면에 불순물인 입자가 있으면 표면에 흡집을 만들고 얼룩을 발생시킨다. 또한 전압이 떨어지고, 단선(합선) 결함이 일어날 수 있으며, 반도체 특성 그 자체에 중대한 결함을 일으킨다. 그래서 반도체에는 초순수의 물이 사용되고, 작업실 내부의 공기 또한 불순물이 전혀 없는 매우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한편 필터는 의약 분야에서도 일찍부터 사용돼 왔다. 파이로진(pyrogen)이라는 극히 미량으로도 항온동물의 체온을 상승시키는 세균이 있다. 특히 주사약에 파이로진이 들어 있으면 부작용이 발생해 위험해질 수 있다. 더욱이 파이로진은 열에 대한 저항성이 커서 일반적인 열을 이용하는 멸균법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이때 한외여과막이나 역삼투막을 이용하면 파이로진을 제거할 수 있어서 의약품 제조에 유용한 방법으로 쓰인다.
한외여과는 정밀여과방법의 하나로 여과과정에서 물질이 변질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여과기능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또 역삼투막은 고농도 용액 쪽에서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하면 삼투현상과는 반대로 고농도 부분의 용매가 저농도 부분으로 역류하는 현상을 이용한 여과방법이다.

즉 불순물이 진하게 섞여 있는(고농도) 물에서 불순물이 거의 없는(저농도) 순수한 물이 있는 쪽으로 순수한 물(용매)을 보내 걸러지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0.001미크론 크기까지도 걸러낼 수 있는 초정밀 여과방법 중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그림2).


그런데 이와 같이 초정밀 여과에 사용되는 필터구멍 0.1nm(1nm=10-9m)의 역삼투압 필터와 이온교환수지가 정수기에 사용되면서 물에 포함된 미네랄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역삼투압 필터는 구멍이 아주 작기 때문에 보통 필터로는 제거하기 어려운 세균, 바이러스, 화학물질 등 오염물질까지 제거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초순수기술에 적용된 필터로 정수기능이 지나쳐, 물 속에 포함된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까지 제거한다는 것이다. 이온교환수지도 이온화된 미네랄을 제거한다. 요즘 정수기는 여러가지 필터를 함께 사용해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맞이해 인터넷과 첨단전자산업이 세상을 이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보화 사회에서도 인간이 밥을 먹고, 공기를 마시고, 물을 마셔야 하는 생활은 이어질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정을 지닌 인간, 그가 생명체의 속성을 유지하는 한 깨끗한 물에 대한 열망은 계속될 것이다.
 

(그림 2) 삼투압을 이용한 역삼투압 필터의 원리^묽은 용액과 진한 용액(소금물)이 역삼투막을 경계로 구분돼 있으면(①), 용액의 농도 차이에 해당하는 삼투압(PO)이 존재하고, 묽은 용액에서 용매(물)만 막을 통과해 진한 용액으로 이동한다(②). 그러나 진한 용액측에서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P)으로 누르면 반대로 진한 용액에서 물만 묽은 용액쪽으로 이동한다(③).


이집트 벽화에 등장한 여과

여과는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매우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기술이다. 서기 3세기경에는 이집트인들이 오늘날의 여과 원리와 유사한 방법으로 여과기를 제작했음이 확인됐다.

이 여과기는 큰 통 밑바닥에 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조그마한 구멍을 많이 뚫었다. 그리고 이 구멍을 풀이나 잡초 등으로 막은 후 그 위에 여과 보조제로 석회를 깔아 만들었다. 이 여과기로 염료를 제작했다고 한다.

중세에는 보편적으로 헝겊 위에 액체와 고체 입자 등을 올려놓은 후 중력에 의해 액체를 여과했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많이 사용돼 왔다. 예를 들면 한약재료를 약탕기에 물과 함께 정성스럽게 달인 후, 삼베를 이용해 한약을 거르는 것이다.

음료분야에서도 여과기가 사용됐는데, 1890년경 맥주 제조시에 발효 잔류분을 제거하기 위해 고안한 이동식 여과기가 그것이다. 관(a)을 맥주 발효탱크에 연결하고 압력을 가하면, 맥주 원액은 여과기가 설치된 드럼통(b)으로 이동된다. 드럼통 속에는 재생 셀룰로오스 여과판과 이를 지탱하기 위한 다공성 금속판 여러장이 번갈아 들어 있다. 드럼통에 설치된 압력계(c)로 압력을 측정하면서 여과처리 이전과 이후의 맥주 탁도를 유리시료병(d)으로 확인한 후, 밸브(e)를 조절해 맥주를 걸러 마시게 된다. 현재 이런 여과기술은 와인과 같은 술과 다양한 음료수 제조에도 이용된다.

4천여종 화합물에 대항하는 담배 필터
 

4천여종 화합물에 대항하는 담배 필터


담배 흡연시 약 4천여종의 화학적 성분이 담배에서 생산돼 인체로 흡입된다. 담배연기는 기체 성분과 미립자 성분으로 나눌 수가 있다. 인체에 유해한 주요 기체성분으로는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니트로사민, 질소화합물, 암모니아 등이 있으며, 미립자 성분으로는 니코틴, 타르, 석탄산, 비소, 벤조피렌 등이 있다.

담배에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아세테이트토우 필터가 있다. 이 필터에는 외부로 뚫린 구멍이 있어서, 담배 연기를 흡연자가 빨아들일 때 외부의 공기와 담배연기를 혼합시켜 담배연기의 양을 줄이게 된다. 한번 흡입시 34mL의 기체가 빨아들여진다고 할 때, 공기가 혼합되지 않으면 34mL 전체가 담배연기로 채워진다. 하지만 공기가 혼합되면 이중 17mL가 공기로 대체돼 담배연기의 함량을 50% 줄여, 일차적인 필터 기능을 수행한다.

나머지 흡입되는 담배연기를 아세테이트토우 필터가 니코틴, 타르 등의 미립자 성분의 40-50% 정도 걸러준다. 결국 담배가 탈 때 나오는 담배연기 중에서 20-30%의 불순물을 흡연자가 마시게 된다. 필터의 솜이 촘촘할수록 유해물질은 더 잘 걸러진다. 아세테이트토우 필터를 보완하기 위해 첨가되는 활성탄은 미립자 외의 유해기체성분을 활성탄으로 흡착시켜 걸러준다.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걸러지지 않은 담배연기를 그대로 마시게 된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간접 흡연이 더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삼연초연구원의 김정렬 박사는“제품에 따라 필터의 형태도 다르고, 아세테이트토우의 물성과 활성탄, 탄소 등의 부수적인 첨가물에 따라서 걸러지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종이 필터는 아세테이트토우에 비해서 타르와 니코틴 제거능이 10%정도 더 높다. 필터로 모든 것을 걸러내면 담배를 피지 않는 것과 같아서 애연가들의 흡연 욕구도 맞출 수 없게 된다”며 담배 필터의 한계를 지적한다.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 정건용 교수
  • 이영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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