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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사고일지와 태평양 수장 시나리오

천재와 인재가 끊이지 않은 사고일지

미르가 1986년 2월에 발사된 이후 15년의 우주체류기간 동안 발생한 사고는 무려 1천4백여건이 넘는다. 이중에는 미르의 노후화에 따른 천재도 있었지만 승무원의 운영 미숙에 의한 인재 또한 있었다.

사실 기계는 어느 정도 사용하다보면 잦은 고장과 사고를 겪기 마련. 주변에 자동차를 가진 사람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곳곳에 수리점이 있는 자동차 사고와 상공 3백70km의 우주공간에 고립된 상태에서의 사고는 전혀 다른 것이 사실이다. 특히 미르가 사용여한을 2배정도 초과한 시기에 발생한 사고들은 우주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치명적인 것들이 많았으며, 특히 연쇄적으로 발생해 미르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그 중 가장 큰 사고는 우주에서의 화재. 미르에 앞선 우주선 안에서 직접적으로 화재가 발생한 적은 우주개발과정에서 2번 있었다. 첫번째는 1965년 지상 발사대에 머물던 아폴로 1호 선실내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였다. 지상이었지만 사고는 치명적이었고 3명의 승무원이 목숨을 잃었다. 두번째는 1970년 달로 가던 아폴로 13호의 화재사고였다. 다행히 승무원이 타지 않은 기계실에서 발생한 것이었고 3명의 승무원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따라서 1997년 2월 미르에서 일어났던 화재는 우주공간내 승무원이 있는 선실에서 직접 발생한 최초의 사건. 고장난 산소발생장치를 교체하던 중 일어난 화재는 발생한지 14분만에 분말소화기로 곧 진화돼 당시 미르에 탑승했던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인 3명은 무사할 수 있었다.

같은 해 6월에는 우주선끼리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미르의 승무원들이 무인화물선 ‘프로그레스 M-34’를 무선조종장치로 도킹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화물선이 미르의 6개 모듈 중 하나인 실험선 스펙트르의 태양전지판과 충돌하면서 스펙트르의 표면이 찢기고 기내에서 산소가 방출돼 기압이 떨어지는 손상을 입었다. 우주선 조정미숙에 따른 인재였다.

사고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스펙트르의 전력 수리작업에서는 승무원의 실수로 태양전지판 방향지시장치의 전선을 절단해 미르 내의 모든 전기공급이 차단됐다. 이로 인해 미르는 컴퓨터시스템 작동이 멈춘 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고 태양전지판이 태양을 향해 고정되지 않아 선내 온도도 급강하했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모선과 별도의 장치를 갖고 있는 비상탈출선 소유즈에서 비상전력을 이용하면서 반 암흑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이 외에 이산화탄소 배출장치 고장, 산소발생기 작동불능, 고도제어장치 오작동, 냉각장치 부동액 누수, 주컴퓨터 작동불능 등의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한번은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물자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분뇨처리장치가 흘러 넘치기까지 하는 웃지 못할 사고도 일어났다.

최근 미르에는 2000년 12월 25일 15시 40분(국제표준시)부터 지상통제소간의 통신이 20시간 이상 두절되는 사고가 갑자기 발생했다. 사람으로 말하면 뇌사상태에 빠진 것으로 하루만에 복구되긴 했지만 이처럼 장시간 통신두절상태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사고로 인해 러시아 정부는 더이상의 미련없이 미르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만일 시간이 좀더 지나 치명적인 고장이 나서 지상과 통신이 안된다면 거대한 미르가 지구상의 어느 지점에 추락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미르 태평양 수장 시나리오


미르 태평양 수장 시나리오

러시아 항공우주국은 1월 넷째주 어느날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무인 우주화물선 프로그레스 M1-5를 소유즈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하루 뒤 미르에 결합돼 있던 기존화물선 프로그레스 M-43은 본체로부터 분리된다. 소유즈 로켓에서 분리된 프로그레스 M1-5는 4일 동안 천천히 미르 우주정거장을 뒤따라가 미르의 크반트 모듈에 도킹한다. 무인화물선 프로그레스의 기존여행보다 두배나 더 긴 이 기간은 미르에 공급할 연료를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됐다. 이렇게 프로그레스는 미르의 궤도수정과 폐기에 필요한 연료를 마지막으로 공급한다.

만일 미르의 주컴퓨터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미르는 프로그레스와 자동으로 도킹하지 못한다. 현재 이런 위기 상황에 대비해 2명의 우주비행사가 대기중이다. 우주비행사들은 미르를 직접 방문해 수동으로 프로그레스와 도킹을 성사시킨다.

도킹까지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 하더라도 미르 폐기 계획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미르에 도킹된 프로그레스는 4번에 걸쳐 미르의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분사해 미르에 브레이크를 걸게 된다. 미르의 궤도 속도가 느려지면 고도가 점점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처음 두번에 걸친 역분사는 각각 초당 7m의 속도로 미르의 속도를 늦추고 세번째 역분사는 초당 14m의 속도로 미르의 속도를 줄인다.

마지막 역분사가 이뤄져 초당 17.3m의 속도로 미르의 속도를 줄이면 미르의 궤도는 점점 더 낮아지고, 이와 함께 지구대기권의 인력에 잡혀버린다. 이어 미르는 급 강하를 하게 되는데, 이때 마찰열로 미르의 동체는 파괴된다. 하지만 일부 튼튼한 덩어리들은 없어지지 않은 채 지상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적으로 추락이 예상되는 곳은 호주에서 동쪽으로 1천5백-2천㎞ 떨어진 남태평양상의 지점이다. 최종 추락시 점은 3월초가 될 것이다.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사이언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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