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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이 행복한 이유

정보통신 보조기술로 장애 뛰어넘는다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불치병인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폐렴으로 기관지까지 절개한 그는 말도 못하고 손가락도 두 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신체장애를 딛고 우주 생성의 비밀에 가장 근접한 이론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두 차례나 강연할 정도로 활동이 활발하다. 이는 전동휠체어에 달린 음성 합성기를 비롯한 첨단 컴퓨터 입출력장치 덕분이다.

바코드 읽고 길 안내도 척척

실제로 미국에는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해 증권투자나 경영자문을 하는 시각장애 애널리스트들이 있다. 시각장애인이 음성컴퓨터로 정보 접근이 쉬워지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이 직업이나 교육, 의료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을 정보통신 보조기술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장애인이 177만명 가량 있다(2005년 12월말 기준). 장애인 단체는 이보다 많은 450만명 정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장애 유형에 따라 정신지체와 발달장애를 가진 인지장애인과 지체, 청각, 시각장애가 있는 감각장애인으로 나뉜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하는 것을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라고 한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보편적 설계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신체적인 장애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조기술(Assistive Technology)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에는 ‘내게 필요한 옵션’이라는 기능이 있어 누구나 마우스, 키보드, 디스플레이, 소리 등을 편의에 맞게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능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말소리로 자판 입력을 대신하는 음성키보드나 화면에 나타나는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를 이용해야 한다. ‘내게 필요한 옵션’이 보편적 설계라면 음성키보드와 스크린 리더는 보조기술이다.

장애 유형에 따라 적용되는 보조기술도 달라진다. 시각장애인은 소리나 촉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크린 리더는 컴퓨터의 여러 정보들을 음성으로 전달해주는 화면 낭독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도 스크린 리더가 개발돼 시각장애인들이 워드프로세서, 인터넷에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 시각장애인의 언어인 점자를 사용해 입출력을 제어하는 점자정보단말기도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에 많이 사용된다. 점자로 된 문서를 출력하는 점자프린터 역시 시각장애인의 문화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2D 바코드도 등장했다. 종이로 된 문서에 2D 바코드를 삽입하면, 시각장애인이 이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식기를 이용해 바코드에 저장된 정보를 음성으로 듣는 것이다. 2D 바코드는 크기가 작아서 교과서, 잡지, 신문에 쉽게 삽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각장애인이 주민등록등본 같은 문서의 내용을 스스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2D 바코드를 문서에 삽입하면 혼자서 얼마든지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서처럼 본인이 꼭 작성해야 하는 문서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을 보조기술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PDA와 휴대전화를 이용해 편의시설이나 공공기관의 위치정보를 제공하거나 시각장애인용 지팡이에 전자태그(RFID)를 붙인 뒤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길안내를 할 수 있다. 일본 고베시에서는 이미 RFID 기술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길안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행복 도시' ^최근 전자태그(RFID), 위성항법장치(GPS) 등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첨단 정보통신 보조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장애인은 별다른 장애 없이 마음 놓고 도시를 활보할 수 있을 것이다.


손으로 말해요

청각장애인용 보조기술은 듣거나 말하지 못해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인공 달팽이관(와우) 수술을 하면 청각장애인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공 달팽이관 외부에 달린 마이크가 소리를 감지하면 어음(語音)처리기에서 소리가 전기신호로 바뀐다. 전기신호는 트랜시버를 통해 달팽이관 내부에서 ‘소리 센서’ 역할을 하는 전극으로 전달된다. 최근에는 인공 달팽이관 수술에 의료보험이 적용돼 종전까지 2000만원이 넘던 수술비가 300만원 선으로 낮아져 비교적 저렴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통신중계서비스(Telecommunication Relay Service)를 시행 중이다. 통신중계서비스는 중계사가 중간에서 청각장애인과 일반인의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것이다.

청각장애인이 문자나 수화로 의사를 전달하면 중계사는 일반인에게 음성으로 전달하고 다시 일반인이 음성으로 말한 내용을 문자나 영상으로 청각장애인에게 전달한다. 통신중계서비스는 24시간, 365일 내내 이뤄지고 있어 영상전화기로 이야기하거나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을 이용한 의사소통보다 훨씬 편리하다.

언어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고 움직이는 것도 제한적인 지체장애인을 위한 보조기술에는 손이나 발을 사용해 도움을 주는 특수 마우스, 특수 키보드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체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는 외국에서 개발된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국내 기술진도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만든 다양한 보조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 한국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서 만든 ‘뇌파 키보드’는 척수 손상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이 어떤 상황에 집중했을 때 발생하는 뇌파를 컴퓨터에 입력해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초소형 기계장치들이 속속 개발돼 조만간 ‘600만 불의 사나이’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한다. ‘600만 불의 사나이’는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이다. 극중 우주비행사인 스티븐 오스틴은 사고로 양다리와 오른팔, 그리고 왼쪽 눈을 모두 잃는데, 이들을 기계로 교체하면서 초인적 능력을 갖게 된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인간의 손을 대신할 로봇팔을 개발했다. 럿거스대 윌리엄 크레일러 박사는 ‘덱스터’(Dexter)라는 인공 팔을 개발했는데, 착용하는 사람이 남아 있는 팔 윗부분 근육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근육이 그 움직임을 기록하고 이를 손가락으로 전달한다. 덱스터를 사용하면 손가락을 세 개까지 움직일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컴퓨터에 연결된 인공망막으로 빛을 감지하고 특수 안경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전자 생체’(Bioelectronics)라는 청각장치로 마이크가 외부의 소리를 듣고 이를 전자신호로 바꿔 피부로 전달하는 인공 귀를 개발하는 연구팀도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재활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경희 씨를 비롯한 7명의 학생들은 최근 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을 위해 ‘손으로 말해요’라는 웨어러블 컴퓨터를 개발했다.

사용이 불편한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네 손가락에 스위치를 하나씩 단 장갑을 끼고 손가락을 굽히거나 책상 같이 편평한 탁자에 손가락 끝을 닿게 해 스위치를 누르면 이것이 컴퓨터의 키보드 역할을 한다. 손가락으로 입력한 문자 정보는 스피커에서 목소리로 들을 수 있고, 선글라스 형태의 스크린으로는 정보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장갑에 전선이 없어 사용도 편리하다.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공 와우 수술은 청각장애인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정보격차 없애는 행복 기술

장애인은 일반인처럼 말하고, 뛰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그토록 열광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움직이는데 제약이 있는 사람을 중증 장애로 분류했지만 지금은 정보에 접근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을 심각한 장애로 여긴다. 요즘처럼 정보가 중요한 사회에서 장애인과 일반인이 정보에 접근하는데 차이가 없다면 둘 사이의 격차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조기술은 장애인이 겪을 수 있는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 보조기술의 미래는 정보통신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하느냐에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할수록 신체 장애를 극복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진다는 뜻이다.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개발하거나 적용할 때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애플 등 세계적인 정보통신 업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품을 출시할 때 장애인을 위한 기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유용한 도구로 일컬어지는 정보통신 기술이 장애인에게도 꿈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행복 기술’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뇌파분석기를 머리에 쓰고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인터페이스가 2004년 국내에서 개발됐다.
 

200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홍경순 접근성연구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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