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류다. 썩지 않는 비닐이 땅 속으로 들어가면 산소공급과 물의 흐름을 막아 땅속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 토양의 자연정화기능이 망가져 식물이 살 수 없게 되고, 결국 이 식물을 이용하는 동물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된다.
현재 썩는 플라스틱(PHA)이 개발돼 있기는 하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에 비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 실용화되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최근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과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연구실에서 썩지 않는 플라스틱을 실용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이것은 세균을 이용해서 썩는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독특한 방법이다.
미생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조작
미생물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에너지 저장물질로 썩는 플라스틱 성분인 PHA를 축적시켜 놓는다. 이 미생물의 PHA를 추출해서 사용하면 따로 화학적인 공정이 없이도 PHA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생산단가가 기존의 방법에 비해 16배나 비싸서 실용화에 한계를 가졌다.
하지만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연구실에서는 PHA를 생산하지 못하는 대장균의 대사흐름을 조작해서, PHA를 생산하는 미생물의 대사방식을 모방하게 만들어 대장균이 PHA를 생산하게 했다. 또한 대장균의 PHA 생산량을 극대화시켜 실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이 연구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고농도 배양 발효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 단위부피당 대장균의 수를 최대화시켜 시간당 PHA의 생산량이 세계 최고이다. 대장균의 PHA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에서 생산성이 향상돼야 하는데, 이 연구실에서는 경로마다 극대화된 PHA 생산시스템을 구축해냈다. 이렇게 생산된 100% 생분해성 고분자는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은 미생물의 대사특성을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인간이 보기엔 무의미할 정도로 많이 개체수를 증가시키며 성장하는 미생물을 인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절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대사산물의 대량생산은 대사공학분야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분야다. 효소를 이용해서 새로운 대사산물을 생산하거나 기존 대사산물의 생산량을 증대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실은 현재까지 축적된 대사공학기술을 사용해 숙신산 과량 생산 균주 개발, 재조합 탈황 균주 개발 연구를 수행중이다.
최근에는 대사흐름 분석기술을 사용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대사공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사흐름 분석기술은 생화학반응식과 미생물이 흡수하거나 분비하는 대사산물을 정량화 해, 미생물 내부의 대사회로의 흐름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비효율적인 대사회로의 인식과 새로운 대체 대사회로를 찾아낼 수 있다.
역대사회로 분석은 대사회로 분석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미생물내부의 특정 대사회로를 증폭시키거나 차단시켰을 때 대사산물의 생산량 변화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특정 대사회로를 적용시켰을 때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대사산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배양 기술 보유
연구실을 이끄는 이상엽 교수는 “대장균을 이용해 항암물질인 GCS를 개발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PHA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세계 최고의 배양기술을 토대로 대사공학을 주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연구실은 대사분석, DNA칩과 전체유전자학, 단백질공학, 생분해성 고분자 등 크게 네분야로 나뉘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DNA칩은 염기서열을 알고 있는 DNA 분자들을 작은 면적의 고체지지대에 고밀도로 고정화시켜, 샘플의 유전정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한다. 유전자 질병 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가능한 기술이다.
1995년에 설립된 대사 및 생물분자공학연구실은 지금까지 박사 1명과 석사 8명을 배출했다. 현재 박사후과정 1명, 박사과정 8명, 석사과정 3명, 연구원 4명과 외국인 연구원 1명 등 총 17명이 세계 최고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실의 또다른 특징은 다른 연구실보다 젊다는 점이다. 젊게 생각하는 태도는 곧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그래서인지 늦은 밤까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유전자를 분석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선배가 던지는 삶의 교훈을 체득하고자 미생물과 함께 새벽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