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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전체 공동수석 정성태군 "무엇보다 시간관리를 철저히 했죠"

정성태군-영세민촌의 개가


"맨처음 기자가 말하길 3백32점이라 해서 믿을 수가 없었지요. 제 답안지는 절대 3백31점을 넘을 수가 없는 것을 뻔히 아는데…… 신문사에서 다른 사람이 수석인 것을 잘못 알고 찾은줄 알았어요"
 

기대를 안했기에 서울대 전체 공동수석이 된 것을 '주택복권 당첨된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정성태군(鄭成泰·19부산충렬고3년)은 국민학교 입학시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12년간 개근한 신체건강한 모범생.
 

서울 군자국민학교 졸업시 성적은 모든 과목이 '수'. 서울 전농중학교 1학년 평균성적은 1·2학기 모두 96점. 과학·수학·영어는 모두 100점 만점이다.
 

부산에 내려와 동래구 연산4동 1230번지 막다른 골목이 단칸셋방에 정착한 것은 83년3월. 방이 10개에 8가구가 모여사는 영세민촌이지만 당시 전셋돈은 1백만원.
 

브니엘중학교 2학년이 된 정군은 7월말과 12월말 고사의 평균은 각각 95, 98점으로 학급 1등이었으나 학년말의 상대평가에선 체육과목이 '우'가 되어 2등으로 석차가 떨어졌다.
 

85년2월16일. 브니엘중학교 졸업식장에서 정군은 전교1등에게 주는 오똑이상, 3년개근상, 우등상을 비롯하여 특별활동 공로상, 신앙운동 포창장, 부산시 교육감 표창장, 적십자사 부산시사장 표창장 등 7개의 상을 휩쓸었다.
 

정군의 공부방은 그집에서 제일 작은, 정군의 정확한 계산으로 꼭 1평이 되는 방을 중3이 되던 해 6월에 얻었다.
 

이해력은 부족하나 외우는 것이 자신있다는 정군의 IQ는 140. 공부잘하는 비결은 '기초가 튼튼하게 다져져 있다. 1~2학년 때는 영어와 수학 밖에는 별로 공부한 것이 없다'고.
 

고등학교 시절 가장 힘들었던 때는 3학년의 6월에서 10월까지.
 

"일종의 슬럼프랄까요. 학과선택과 학교선택에 고민하던 시절입니다. 6월달부터 막연히 고민해 왔는데 8월말에 포항공대의 학력경시대회에 나가서 '4년간 등록금 전액면제'의 장학증서를 받았거든요. 집안생각을 하면 포항공대에 가야할것같기도 하고……. 해서 포항공대와 부산대의대, 서울대를 놓고 무척 고민했읍니다. 좀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모의고사 평균 3백9점으로 서울대를 가지 않는다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자문자답은 수없이 했죠"
 

서울대학교를 간다면 물리학과를 갈 생각이었다. 담임이 물리담당이어서인지는 몰라도 '물리학이 자연과학의 기초학문이기 때문에 학부에서는 기초를 닦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학과와 대학선택에 쐐기를 박아준 사람은 고3 담임인 서병도교사. 정군은 10월29일 모의고사를 친 후 집안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담임댁을 찾았다.
 

"포항공대를 가라는 말씀이 계실줄 지레짐작 했는데 의외로 서울대를 가라고 말씀이셨죠. 기분이 확 좋아지데요. 그때부터 잡념없이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
 

정군은 책마다 맨뒤에 '후회하면 때가 늦다'라는 말을 써놓고는 책장을 덮을 때마다 되새기곤 했다. 나름대로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제자신만을 생각했읍니다. 결코 이기주의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를 돌아보아 부끄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죠. 그 다음에 열심히 하자는 것이었는데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읍니다. 나는 열심히 했는가 하고.
 

후회하면 때가 늦다. 고민이 있으면 즉시 선생님이나 어른들과 상의하여 해결하자. 그리고 몸은 항상 건강하게 유지하자고 다짐했지요"
 

열심히 하는 것의 첫째는 시간관리. 휴식시간 10분까지도 전날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정해놓고 되도록이면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려 했다. 월별의 대체적인 시간표를 작성해놓고 주일마다 다시 세밀하게 확인하고는 매일매일 '내일의 계획서'를 짜서 자습시간이나 청소시간 등의 활용계획까지 확정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3학년1학기까지 아침마다 실시하던 1km의 조깅도 2학기에 와서는 시간표에서 제외시켰다.
 

"잠은 6시간 정도로 충분히 잤읍니다. 잠이 부족하면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되니까요. 고교 3년동안 20분거리의 해운대해수욕장도 한번 안가본 융통성없는 생활이었지만 훗날 즐거운 추억이 되겠죠. 물리학이란 게 학부에서 쉽게 끝낼 성질의 학문이 아닌것 같아 앞으론 더 꽉짜인 시간표 속의 생활이 될 것 같은 예감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즐거운 마음뿐입니다."

198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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