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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2000년 과학축제

대한민국 과학축전-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축전과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서 벌어진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은 많은 학생들의 방학을 풍성하게 해줬다.과학축제의 수요자과 공급자가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인 2000년 과학축제의 모습을 지상에 스케치한다.

컴컴한 실내에 무지개가 걸려있다. 그 옆에서는 학생들이 유리구슬을 골고루 뿌린 종이와 촛불로 작은 무지개를 만들며 탄성을 지르고 있다. “와! 대단한데! 그런데 이거 왜 그래요?” “무지개가 물방울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알고 있죠? 이 작은 유리구슬이 물방울하고 같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촛불의 빛이 유리구슬에 들어간 후 반사와 굴절을 통해 무지개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만들어진 무지개를 보며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학수(개웅중학교 1학년)학생. 집에 가서도 다시 해볼 생각이라며 유리구슬이 붙어있는 종이를 들고 간다. 올해로 4회를 맞는 대한민국 과학축전 (주관:과학문화재단)이 열린 코엑스 행사장의 한 풍경이다.

체험과학마당 인기몰이

8월 3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렸던 대한민국 과학축전은 지난 3년간의 경험이 축적된 행사답게 알찬 내용과 매끄러운 진행으로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작년까지는 올림픽공원에서 행사를 치르다 올해에는 코엑스 전시장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모든 프로그램이 실내에서 이뤄져 더위 때문에 제대로 관람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했다.

대한민국 과학축전은 KIST의 무공해 자동차 ‘에코카’를 비롯한 여러 연구소의 전시물, 학생들이 직접 해보면서 과학을 느끼도록 한 체험과학마당, 과학상자를 조립하거나 모형비행기를 만들어보는 사이언스 어드벤처, 오색한지 공예품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전통과학마을, 과학퀴즈 맞추기대회가 진행되는 무대이벤트, 과학퍼즐릴레이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이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체험과학마당. 13개팀이 참여해 32개의 시범을 보인 체험과학마당은 전년에 비해 프로그램이 참신했다. 작년에는 과학문화재단의 놀이마당 프로그램을 자원봉사자들이 시범보이는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체험과학마당 프로그램 공모전을 통과한 것이 관람객들에게 보여졌기 때문이다. 행사기간 동안 관람객들과 심사위원들은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유익하고 재미있었는지를 평가했다. 평가 결과,대상은 현대고등학교의 호버크래프트가, 인기상은 제주사대부속중학교 학생들이 보여준 과학판토마임이 차지했다.

관람객들은 탄성이 강한 철선으로 높이 뛰는 메뚜기를 만들고, 골프공의 딤플효과(골프공 표면에 원형으로 파인 딤플 때문에 생기는 효과. 공이 빠른 속도로 날아갈 때 딤플이 있는 공은 딤플이 없는 공보다 훨씬 멀리 날아갈 수 있다)를 눈으로 보며, 정수기를 직접 만들고, 압력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고무풍선을 보며 즐거워했다. 동시에 설명하는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질문하면서 과학이란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어매니티과학교육연구회의 이연정교사(부산진고)는 “학생들이 설명에 귀기울이고 궁금한 것은 뭐든지 물어보니 준비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냥 대충 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과학축전이 거듭되면서 관람객의 태도는 지난 3년과 비교해 적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궁금한 것을 주저하지 않고 물어보는 태도, 관람객이 과학축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형의 선물이 아닐까.

사실 과학축전의 또다른 의미는 준비한 학생들에게도 크다. 라인을 따라가는 로봇을 선보인 윤나윤(은광여고 2학년)학생은 “로봇에 관심이 많아서 성균관대, 고려대, 산업대에 가서 프로그램을 배워가며 만든 로봇이다”며 “그동안 실패도 많이 했는데 오늘 여러 사람들한테 보여주니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일들은 보람으로 연결되고 동시에 꿈을 키우는데 영양분이 될 것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과학축전이 참여한 관람객과 준비한 사람 모두에게 ‘누이좋고 매부좋은 행사’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은 호주의 과학축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프로그램 개발 아쉬운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주관:지방공사 대전엑스포과학공원). 8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10일간 열린 이 행사는 대규모의 과학축제로서의 가능성은 열었지만 문제점도 많이 남겼다. 엑스포과학공원, 국립중앙과학관, 카이스트, 대덕연구단지내 연구소가 연계된 이번 행사는 과학교육적인 인프라가 갖춰진 대전이라는 특수성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개발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관람자들이 직접 체험하는 과학놀이한마당 행사의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초등학생을 위한 것이 많았다. 또 프로그램이 자체 개발된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정해진 것을 보여주는 형식이어서 원리를 단순히 설명하는 것에 그쳤다. 관심을 끈 주변 연구소 탐방도 연구소에서 이뤄지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홍보관을 중심으로 관람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렇게 프로그램 개발이 내실있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과학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전문가가 빠졌기 때문이다.

행사의 기본 골격을 개발한 정광한(배재대 관광경영학과)교수는 프로그램 개발 원칙을 수요자 지향형 프로그램 구성, 엑스포 과학공원의 기초 구조물 활용, 문화관광축제로서 개발, 과학대중화, 주변 과학교육적인 인프라 가치 활용을 들었다. 이것은 과학행사에서 중요한 과학프로그램 개발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보기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외국의 사례를 파악하고 국제적인 교류를 시도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은 호주의 과학축제와 자매결연을 맺어 과학프로그램 등을 교류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이번에 퀘스타콘(호주 캔버라에 있는 과학관)의 발표팀이 내한해 옥수수가루를 물에 풀어 빨리 저을 때와 천천히 저을 때 결합강도가 다르다는 것 등을 보여줬다. 발표를 맡은 퀘스타콘의 데미안 해리스는 “학생들이 재미있어해 기쁘다”고 하면서도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렵다면서 주최측의 준비 부족을 아쉬워했다.

대한민국 과학축전,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모두 각각 15만명 이상씩 관람한 대규모 과학행사다.행사를 준비한 사람들과 관람한 사람들은 무엇을 얻었을까.사람들이 얻은 것은 눈에 보이는 작은 기념품,내년에 행사에 또 오고 싶은 마음,또는 과학에 대한 꿈일 수도 있다.동시에 과학축제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과학을 가깝게,그리고 과학이 즐겁다는 것을 느낀다.이렇게 되면 과학축제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기다리는 행사가 될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나날이 발전하는 행사가 이뤄져야 한다.행사가 끝난 후에 얻어진 비판과 칭찬이 밑거름이 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과학축제를 기대해본다.


암석을 직접 부수며 화석을 찾는 학생의 모습이 진지하다.

200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녕만 기자
  • 사진

    최문갑 기자
  •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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