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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추석달이 1년중 가장 멋진 달일까

매일 비슷한 때 떠오르는 보름달

풍성한 추석 무렵은 달빛아래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기에 가장 좋은 때다.아폴로우주선이 달에 착륙하기 훨씬 전 신화시대에는 달 속에 토끼말고도 두꺼비가 살았다고 한다.또 한가위의 기원은 신라의 전승기념일이라고도 하는데…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그루 토끼 한마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어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우리들은 달 속에 방아찧는 토끼가 산다고 생각한다. 달을 보면 어두운 지역이 무늬처럼 보이는데, 토끼 한마리가 상상이 된다. 계수나무,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몰라도 아무튼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다고 한다. 또 달에는 두꺼비도 살고 있다.



달에 사는 토끼와 두꺼비


매일 비슷한 때 떠오르는 보름달


1500년전 고구려 고분 속에 그려진 벽화에는 달이 그려져 있다.그런데 달 속을 잘 들여다보면 두꺼비와 토끼가 등장한다.납작 엎드린 두꺼비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옆으로 누운 토끼가 앙증맞다.그리고 조선시대에도 이들이 나타난다.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이 허난설헌의 시를 보면 달 속에 옥 두꺼비와 빨간색 영험한 약을 찧고 있는 흰 토끼가 등장한다. '광한옥토도' 라는 민화 속에도 옥 토끼가 등장하고,그림 위쪽에는 '광한전'이라 쓰여 있는데 항아선녀가 사는 곳으로 달 속에 있는 궁전을 뜻한다.달 속의 등장인물이 하나 더 늘었다.

“태평성대의 요 임금 때 재앙이 닥쳤다. 하늘에 해가 갑자기 열개나 나타나 만물이 타들어가는 아비규환이 됐다. 해는 원래 하늘나라 임금의 아들들이었는데, 철부지 장난을 친 것이었다. 요 임금은 하늘에 간절히 빌었다. 정성에 감동한 하늘나라 임금은 명사수인 이예 장군을 땅위로 보냈다. 이예 장군은 그의 부인 항아 선녀와 함께 내려왔다. 지상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 이예는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화살이 적중할 때마다 하늘엔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까마귀가 한마리씩 떨어졌다. 해의 정기가 바로 까마귀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들들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늘나라 임금은 이성을 잃었다. 그의 원래 의도는 이예의 간단한 무력 시위로 아들들의 정신을 차리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늘나라 임금은 이예를 땅으로 추방했고, 항아도 덩달아 쫓겨났다. 두 사람은 신이 아닌 인간이 된 것이었다. 좌절의 나날을 보내던 이예는 세상 구경을 떠났다가 불사약(不死藥) 두사람 몫을 얻었다. 그런데 항아는 남편 몰래 약을 모두 마셔버렸다. 그녀는 몸이 가벼워져 날게 됐으나, 아직 용서받지 못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잠시 달에 가서 사태를 관망하기로 했다. 그러나 불사약을 두사람 몫이나 먹었던 탓에 부작용이 생겨 몸이 오그라들더니, 그만 두꺼비로 변했다. 이리하여 달에는 두꺼비가 생겨났다. 물론 약절구 찧고 있는 토끼와 아무리 도끼로 찍어도 다시 아물어 버리는 신비로운 계수나무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원래부터 있었다고 한다.”

위의 이야기는 중국신화다. 하지만 고구려 고분에 나오는 토끼와 두꺼비는 무엇인가. 사실 활쏘기의 명수로 등장하는 이예는 동이족인 우리민족을 나타낸다. 항아 선녀나 달 두꺼비 역시 동이의 신화였던 것이다. 아무튼 달 토끼와 달 두꺼비는 수천년 전부터 달에 살고 있던 우주인이었나 보다. 물론 토끼와 두꺼비의 형상은 달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진 작품일 뿐이다.

1969년 아폴로우주선이 착륙했던 곳이 달의 바다(mare)다. 달에서 어둡게 나타나는 이곳은 표면이 평탄하기 때문에 아폴로우주선이 착륙지로 선택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천체망원경을 발명해 달을 보고 나서, 달에도 산이 있고 평야가 있음을 알았다. 갈릴레이가 가장 놀란 점은 구덩이(crater)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좀더 큰 망원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달의 밝은 부분(고원)에는 구덩이가 많은 대신, 어두운 부분(바다)은 평탄하며 구덩이가 적었다. 이것은 달의 바다가 고원보다 젊다는 것을 뜻한다. 달의 구덩이는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인데, 운석이 일정한 비율로 떨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운석이 많은 곳이 오래된 지형이기 때문이다.

 


며칠간 달빛아래 모이려면 추석 때가 좋다


아폴로우주선이 찍은 달의 모습.


1년 중 가장 멋진 달은 추석의 보름달이라는데 사람들은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어째서 그럴까?사람들은 추석날 달이 1년중 가장 크고 밝다고 생각한다.이 말은 천문학적으로도 맞을까?

천문학적으로 말해서, 달이 크게 보이려면 첫째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여야 하고, 둘째 이때 보름달이 돼야 한다. 지구 둘레를 도는 달의 공전궤도는 지구를 한초점에 놓은 타원인데,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운 때를 근지점, 가장 먼 때를 원지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근지점에 오는 것과 보름이 되는 것은 독립적인 현상이다. 보름달이 될 때는 태양, 지구, 달의 순서로 나란한 시기이고, 달이 근지점에 오는 것은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달의 공전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추석 때 떠오르는 달이 1년 중 특별하게 클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들이 통상 음력으로 부르는 달력에서는 양력적인 요소인 절기(節氣)를 채용해 양력의 잇점을 수용하고 있어 태음태양력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데 태음태양력에서는 절기 가운데 하나인 추분을 음력 8월에 꼭 넣기로 약속하고 있다. 그러므로 음력 8월 15일인 추석과 추분은 항상 며칠 차이가 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추분 무렵에는 저녁에 해질 무렵, 동쪽지평선과 하늘에서 해가 지나다니는 길인 황도가 이루는 각이 1년 중 제일 작다. 황도와 백도는 그 기울기가 6°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하늘에서 달이 지나가는 백도도 마찬가지다.

달은 백도를 따라 하루에 약 13°씩 서에서 동으로 움직이는데, 추분 무렵에는 지평선과 백도가 이루는 각이 1년 중 제일 작기 때문에 매일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20-30분 정도 느려진다. 평균적으로는 달뜨는 시간이 매일 50분씩 느려지는 것을 감안하면 추분 무렵에는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달이 떠오르는 것으로 느낄 것이다.더군다나 보름에는 해가 질 때 달이 떠오르기 때문에 달을 구경하기에 적합한 시기는 저녁시간대다. 그러므로 달빛을 이용해 며칠간 계속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려면 추석 때가 1년 중에서 가장 적당하다.

추석 무렵에는 사람들이 3일 정도에 걸쳐 매일 커다란 달이 지평선에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지평선에 떠오르는 달은 착시 현상 때문에 중천에 뜬 달보다 매우 크게 보이므로 사람들은 추석 달이 1년 중 제일 크고 밝다고 말하는 것이다. 게다가 오곡이 여물어 풍성함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임에야.

 


신라의 전승기념일?

추석은 우리나라에서는 한가위라고 한다. 또 한자로 추석(秋夕)은 ‘가을 저녁’이란 뜻인데, 명절이름이 매우 시적이다. 추석이란 이름은 ‘예기’(禮記)에 적혀 있는 ‘봄날 아침해와 가을날 저녁달’(春朝日秋夕月)에서 왔다.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는데, 한가을 명절이란 뜻이다. 추석은 우리겨레 고유의 명절이라고 한다. 먼저 한가위의 연원에 대해서 알아보자. 삼국사(三國史) 신라본기 유리왕 9년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9년 유리왕이 신라 서라벌의 6부를 고쳐서 각 부에 성씨를 하사했다. 유리왕이 6부를 정비한 뒤, 그것을 절반으로 나누어 둘로 만들고 두 공주를 시켜 각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해 패를 갈라 편을 만들었다. (음력으로) 가을 7월 16일로부터 날마다 새벽부터 큰 부(部)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되 밤 열시경에 파하게 했다. 음력 8월 15일에 이르러 길쌈으로 만들어진 옷감이 많고 적은 것을 조사해 진 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서 이긴 편에게 사례했다. 여기서 노래와 춤과 갖은 오락이 다 벌어졌으니 이것을 ‘가배’라 했다.”

가배란 것은 가운데란 뜻이며 후에 ‘가위’로 변했다. 앞에 붙은 ‘한’이란 말은 제일 크다는 뜻이니, 한가위란 ‘제일 큰 가운데 날’이란 뜻이다. 신라시대의 길쌈이란 다름이 아니라 누에고치를 풀러 명주실을 잦고, 이것으로 비단옷감을 짜는 것을 말한다. 온동네 부녀자들이 1달 동안 길쌈 대결한 후 음력 8월 15일에 벌였던 잔치는 금방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1달 동안의 피곤함도 피곤함이겠지만, 온갖 노래와 춤이 벌어졌다면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새벽까지 보내지 않았을까. 이날이 휘영청 밝은 보름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편 한가위의 기원에 대해 이와는 아주 상반되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서기 9세기경 동아시아는 구법승이란 스님들로 들끓었다. 그 중에 엔닌(圓仁)이라는 일본출신 구법승이 있었다. 엔닌은 중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장보고 장군 휘하에 있는 배를 얻어 타고 돌아오기 위해 중국 산동성 적산현에 있는 법화원이란 절에 머물고 있었다. 법화원은 중국에서 장사를 하던 신라인들이 모이던 사원이었다.

서기 839년, 엔닌이 법화원에 머물 때가 마침 음력 8월 13일이었는데, 거기에 모인 신라사람들이 잔치를 하기 위해 떡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엔닌은 도대체 무슨 날인지 노스님에게 물어봤다. 노스님이 대답하기를, 그 옛날 발해와 전쟁을 해 이긴 날을 기념해 8월 15일을 중심으로 사흘 밤낮 동안 음식을 즐기고 춤추며 놀았다고 했다.

그러나 고대기록에 신라와 발해가 전쟁을 벌였다는 기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다만 733년 발해의 무왕이 당의 떵조우(登州)를 해군을 동원하여 침공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당의 요청으로 그 해 겨울 신라가 당나라를 도와서 발해를 치려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눈이 한길 남짓이나 와서 병사들만 죽고 그냥 퇴각했다는 기록이 삼국사에 전한다. 시기적으로 봐도 추석과는 계절이 잘 맞지 않는다. 어떤 학자는 그래서 신라가, 발해가 아니라 고구려를 멸망시킨 날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삼국사 고구려본기에는 9월에 나당연합군이 평양성을 함락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도 8월과는 차이가 나긴 매한가지다. 다만 당시의 역법상으로는 오늘날 음력 8월이 9월이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결국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에 언급된 한가위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오히려 우리 조상들은 10월 상달에 수확을 기뻐하고 제사도 지내고 사냥도 했음이 고대사에 전한다.


추수월과 사냥꾼의 달

서양에서는 양력 9월의 보름달, 정확히 말해서는 추분에 제일 가까운 보름을 추수월(harvest moon)이라고 한다.추분 즈음에 뜨는 보름달은 매일 달이 떠오르는 시간의 차이가 1년 중 가장 적기 때문에,누렇게 익은 밀밭을 추수하는 농민들에게는 해가 질 무렵 곧이어 떠오르는 달은 노동시간을 약간 늘려주는 고마운 존재였다.그러나 서양사람들도 양력 9월의 보름을 그리 큰 명절로 취급하지 않았다.우리나라도 1년중 가장 풍족한 때는 9월이 아니라 10월 상달이며,이때 1년 수확을 기뻐하고 조상신에게 제사도 지내고 사냥도 했음이 고대사에 전한다.서양에서도 10월의 보름달을 사냥꾼달(hunters moon)이라고 불렀음이 우연이 아니다.우리 겨레만큼 추석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은 별로 없는 것 같다.그러므로 추석의 기원과 관련해 농사와 계절에 맞게 자연스럽게 생긴 명절이라기보다는 약간은 인위적으로 생긴 명절일 가능성도 있는 듯하다.예를 들면 어떤 전쟁에서 승리한 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석은 천문학적으로 분명히 의미가 있는 날이다.추분에 가까운 추석 전후에 떠오르는 달은 매일 시간차이가 별로 없이 해가 진 후 바로 떠,저녁시간을 밝게 비추었던 것이다.이런 점에 일찍부터 남다르게 눈을 떳던 옛사람들의 지혜로운 관찰력에 놀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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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안상현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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