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아마추어 천문 가이드

올여름 휴가는 별과 함께

가족, 친구와 함께 산과 바다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밤하늘을 수놓는 여름별들을 바라보며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를 나눠보자.

여름 밤 해변이나 계곡에 누워 별을 바라본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름철 별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스러운지 잘 알 것이다. 여름은 가장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수많은 별이 모여 있는 은하수가 하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은 1년 중 밤이 가장 짧은 계절이다. 그런 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많은 별을 볼 수 없다.

여름에는 여름철 별자리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여름철 별자리라고 하면 여름 밤 12시 무렵에 하늘 중심에 보이는 별자리들을 가리킨다.

하늘에 있는 모든 별들은 24시간에 한바퀴씩 돈다.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이 별자리를 찾을때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밤 12시경 하늘 중심에 오는 별들이 저녁 때는 동쪽 하늘에서 뜨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쪽에 있던 이 별들은 서서히 하늘 중심으로 옮겨지고 새벽이 되면 다시 서쪽 하늘로 진다. 그러므로 여름철 저녁 무렵 서쪽에서는 봄철 별자리를 볼 수 있고 동쪽에서는 여름철 별자리를 볼 수 있다.

먼저 여름철 대삼각형부터 찾아야
 

여름철 별자리 찾기- 먼저 북두칠성을 따라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를 찾는다. 그런 다음 머리 위인 천정부근에서 여름철 대삼각형(데네브, 직녀, 견우)를 찾는다.


여름철 별자리를 찾기 위해 먼저 북두칠성을 찾는다. 북두칠성의 손잡이가 휘어져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 휘어진 곡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오면 밝은 오렌지색의 별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별은 목동자리의 으뜸별인 ‘곰의 감시인’ 이란 뜻을 지닌 아크투루스(Arcturus)다. 이 별에서 좀 더 남서쪽으로 곡선을 이어가면 은백색의 밝은 별이 눈에 들어 온다. 이 별은 처녀자리의 으뜸별로 ‘보리이삭’ 이란 뜻을 지닌 스피카(Spica)다.

그러면 동쪽 하늘에서 이달의 주인공인 여름철 별자리의 길잡이별을 찾아보자. 이 별들은 자정이 가까워오면 점차 하늘 중심으로 높이 떠오른다. 여름철 별자리 속에는 밝게 빛나는 3개의 별이 직각 삼각형의 형태로 놓여 있다. 이들이 바로 ‘여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직녀, 견우, 그리고 데네브(Deneb)다.

사랑하기에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불쌍한 연인 견우와 직녀, 헤어진 남녀 사이에 나타난 제3의 남자 데네브. 여름밤의 별자리는 이 세별의 삼각관계 속에서 시작된다. 직각삼각형의 정점에 있는 가장 밝는 별이 직녀이고, 그 남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 불쌍한 견우다. 그리고 직녀에서 북쪽으로 가까운 곳에 보이는 밝은 별이 데네브다.

이 세별 이외에 남쪽 하늘에 밝은 1등성이 하나 더 있다. 여름철의 대삼각형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얼굴을 붉히고 있는 붉은 별은 전갈자리의 으뜸별로 ‘화성의 라이벌’이란 뜻을 지닌 안타레스(Antares)다. 이 4개의 별을 찾았다면 여름철 별자리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이정표를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아, 한가지 잊은 것이 있다. 올해는 안타레스의 동쪽에 아주 밝은 별이 하나 더 보인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 전갈자리 동쪽에 있는 사수(궁수)자리에 있다. 물론 목성이 항상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행성이 아니기 때문에 올 여름에는 이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주전자 모양의 사수자리
 

오메가성운 M17- 성운이 굽어 있어 흔히 고니(Swan), 오메가, 또는 말굽(Horseshoe)성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여름철의 대삼각형’ 중 두별인 데네브와 견우를 이어 남쪽으로 같은 거리만큼 늘이면 팔팔 끓는 주전자 모양의 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별들 앞에는 은하수의 가장 밝은 부분이 있어 마치 주전자의 입에서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듯하다. 따라서 이 별자리는 더운 여름밤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느끼게 한다.

사수자리는 원래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루스(Centaur)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모습을 띠고 있다. 그리스신화를 보면 켄타우루스족 가운데 가장 현명한 케이론(Chiron)은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 양피를 찾아 나선 제자들을 안내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사수자리에는 흥미로운 천체들이 많다. M8은 하늘에서 가장 멋진 성운 중의 하나로 보통 ‘석호성운’(Lagoon Nebula)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석호성운은 찻주전자의 뚜껑에 해당하는 람다(λ)별의 서쪽으로 대략 4.7˚되는 곳에 있다. 이 성운은 맨눈으로도 희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성운은 암흑성운이 발광성운을 가로지르고 있는 모습이어서 석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오메가(Omega)성운 M17은 모양이 굽어 있어 흔히 고니(Swan), 말굽(Horseshoe)성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쌍안경으로 보면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늘어져 있다. 오메가성운은 사수자리 작은 성단으로 불리는 M24의 중심에서 북북동쪽으로 2˚정도 떨어져 있다. 뱀자리의 M16을 기준하면 남쪽으로 2˚쯤에 있다.

M20은 성간물질로 이뤄진 3개의 선이 밝은 가스 성운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삼렬(Trifid)성운’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성운의 모습을 확인하기 힘들고 단지 희미하게 보인다. 이 성운은 밝기가 8등급 정도로 어두워 아마추어용 망원경으로는 사진처럼 멋진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삼렬성운 M20은 석호성운인 M8로부터 북북서쪽으로 대략 1.5˚되는 곳에 있다.

오리온을 죽인 전갈자리

안타레스는 남쪽 하늘에서 붉은 색으로 빛나는 밝은 1등성이다. 이 별과 그 주위의 별들은 마치 바다 속 깊이 던져 넣은 낚시 바늘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냥꾼 오리온은 무척 오만해 “세상의 모든 동물을 죽일 수 있다”고 떠들며 다녔다. 이 말은 들은 여신 헤라는 전갈을 풀어 건방진 오리온을 죽이게 했다. 그후 전갈은 오리온을 죽인 공로로 하늘의 별자리가 됐다. 오리온은 지금도 전갈이 두려운지 전갈이 서쪽 하늘에 질 무렵에야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한다.

전갈자리에서 망원경으로 볼 만한 것은 M6과 M7이다. M6은 나비처럼 생겼다고 해서 나비성단(Butterfly Cluster)으로 불린다. 나비성단은 전갈의 꼬리 부분인 람다(λ)별에서 북쪽으로 5°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7등급 이하의 별이 50개 정도 모여 있는 매우 밝고 큰 산개성단이다. 날씨가 좋으면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중심 부분에 밝은 별이 평행사변형 모양으로 길게 모여 있다. 이 성단에서 가장 밝은 별은 붉은 색을 띤 BM별로 이 별은 최고 6등급까지 변하는 변광성이다.

M7은 전갈자리 람다별에서 북동쪽으로 4°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산개성단으로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성단의 안쪽은 십자형을 이루며 그 바깥쪽은 원형으로 별들이 둘러처져 있다. 망원경으로 관측할 때는 저배율로 봐야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크다.

십자가 모양의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엡실론별^2개의 이중성이 함께 모여있어 '쌍쌍별'로 불린다.


‘여름철의 대삼각형’ 에 속하는 데네브 주위를 보면 마치 커다란 십자가가 은하수 속에 묻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북십자성’이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십자가 끝을 백조(혹은 고니)의 머리로, 그리고 가장 밝은 별을 백조의 꼬리(데네브)로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면 마치 은하수 위로 커다란 백조가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백조의 부리에 해당하는 별은 베타(β)별인 알비레오(Albireo)다. 이 별은 밤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중별(같이 모여 있는 두 개의 별)로 알려져 있다. 맨눈으로 두별을 구별할 수 없지만 쌍안경으로 보면 금빛의 밝은 별과 푸른 빛을 띤 작은 별이 나란히 붙어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백조자리는 독수리자리와 마찬가지로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가 변한 모습이라고 한다. 제우스는 스파르타의 왕비인 레다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제우스는 질투가 심한 아내 헤라에게 들킬 것을 염려해서 그녀를 만나러 갈 때면 언제나 백조의 모습으로 땅에 내려 왔고 그 모습이 바로 하늘의 백조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북아메리카 성운’ NGC 7000은 매우 아름답다. 데네브에서 동쪽으로 3°정도 거리에 있는 발광성운으로 그 모양이 마치 북아메리카 대륙처럼 생겼다. 하늘 상태가 좋다면 쌍안경으로도 희미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윤곽을 명확히 보기 위해서는 광각렌즈를 이용해서 1백-1백50mm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이 좋다.

‘목마인형’ 같은 거문고자리

직녀별 아래에는 직녀별보다 약간 어두운 별들이 작은 삼각형과 평행사변형의 모습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별들은 거문고자리의 별들로 마치 아기가 타고 노는 작은 목마를 생각나게 한다. 필자는 이 별자리를 외울 때 아주 먼 옛날 아기 직녀가 은하수 강변에서 모래 장난도 하고 조개도 줍고, 그리고 이 목마를 타고 놀았다고 상상했다. 직녀별은 바로 목마의 귀에 붙은 손잡이에 해당한다. 손잡이가 반질반질 빛나는 걸 보면 아기가 목마 타기를 무척 즐겼다고 상상된다.

망원경으로 볼만한 천체로 먼저 엡실론(ε)별이 있다. 직녀별과 삼각형을 이루는 별 중 왼쪽 것으로 무척 유명한 4중성이다. 이 별은 1779년 허셜에 의해서 ‘쌍쌍(double-double)별’이란 별명이 붙여졌다. 쌍안경으로 보면 5등급의 하얀 별이 남북으로 2백7″의 각거리을 두고 나란히 놓여 있으며, 1백mm 이상의 망원경으로 보면 둘 다 이중성임을 알 수 있다. 삼각형이 붙은 평행사변형의 반대쪽 변에 있는 고리성운 M57 역시 볼 만하다.

우산처럼 생긴 독수리자리

직녀별 남쪽에 있는 견우별 주위를 자세히 보면 마치 우산 모양으로 별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이 별자리를 비오는 날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둑을 거닐 때 함께 썼던 우산으로 상상하고 기억했다.

그러나 이 모습을 잘 보면 마치 어떤 날짐승이 날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옛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독수리로 생각했다. 독수리자리는 미소년 가니메데를 납치하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신들을 위해 물과 술을 나르던 ‘청춘의 여신’ 헤베가 발목을 삐자 제우스는 그 일을 대신시키기 위해 가니메데를 납치했다고 한다.

독수리자리 에타(η)별은 ‘원철 스타’로 불리는 변광성이다. 한국인 최초의 천문학박사인 이원철씨가 쓴 박사학위 논문에서 주인공이 됐던 별이다. 에타별은 독수리자리 왼쪽 우산살의 중간에 있으며 가장 밝은 케페이드 변광성의 하나로 7.2일 가량을 주기로 그 밝기가 3.7등급에서 4.5등급까지 변한다. 견우의 동쪽에 있는 3.7등급의 베타(β)별과 비교해 보면 쉽게 밝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독수리자리는 자오선을 지나는 9월 초가 가장 좋은 관측 시기다.
 

199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태형 대표

🎓️ 진로 추천

  • 천문학
  • 물리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