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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0월 4일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호를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우주에 올라간 인공위성은 7000개 정도다. 이중 절반은 대기권에 돌입해 불타버렸고 남은 절반 중 현재 작동하는 건 10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하릴 없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이 무려 2000대가 넘는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이들은 꽤나 골칫거리다. 인공위성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궤도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새 인공 위성을 올리려면 헌 인공위성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못 쓰는 인공위성은 자리만 차지하는 게 아니다. 수명이 다 하거나 고장 나 지상의 통제에서 벗어난 위성은 잠재적인 폭탄이 된다. 고도 1000km 아래에 있는 인공위성은 대기의 저항을 받아 속도가 서서히 느려진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구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점점 지구와 가까워지다가 추락한다. 대기의 밀도가 높은 고도 300~400km에 있는 인공위성은 보통 1년 안에 추락하고, 700~800km에 있는 인공위성은 40~60년 정도 걸린다.

보통 지구에 추락하는 인공위성은 대부분 고도 70~80km에서 산산이 부서지며 마찰열에 불탄다. 저궤도위성은 대부분 무게가 1t 이하로 거의 전체가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지고 지상에 파편이 떨어지지 않는다. 파편이 떨어져 사람이나 시설에 위협을 가하는 건 대형 인공위성이 추락 할 때다. 지난 9월 24일 추락한 미국의 초고층대기관측위성(UARS)은 무게가 5.9t, 10월 23일 추락한 독일의 뢴트겐 위성은 2.4t으로 과학자들은 파편이 지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행히 둘은 각각 태평양과 인도양에 떨어져 아무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우주에서 생긴다. 멀쩡한 인공위성이 못 쓰는 인공위성과 부딪혀 파괴될 수 있다. 단순히 인공위성 하나가 부서지는 게 걱정거리가 아니다. 수천 개의 우주쓰레기가 생기는 게 훨씬 걱정스럽다. 드넓은 우주에서 조그만 인공위성이 부딪칠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2009년에 미국의 이리듐33호와 러시아의 코스모스2251호가 부딪치는 ‘우주 교통사고’가 났다.

초속 수 km로 움직이는 우주쓰레기는 다른 인공위성을 파괴할 수 있다. 그러면 더 많은 우주쓰레기가 생긴다. 더 늘어난 우주쓰레기는 또다시…. 이처럼 연쇄반응이 일어나면 지구 주위의 궤도는 쓰레기로 넘쳐날 것이다. 이렇게 우주 쓰레기가 지구를 둘러싸 로켓 발사를 비롯한 우주 개발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이를 제안한 과학자 도날드 케슬러의 이름을 따 ‘케슬러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찾아가는 위성 정비 서비스

다 쓴 인공위성 문제가 커지자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인공위성이 궤도에 25년 이상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 ‘25년 규칙’을 만들기도 했다.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 할 때쯤 추력기를 이용해 25년이 지나기 전에 대기권에 진입해 소멸할 수 있는 궤도로 옮겨놓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강제 규약이 아니라서 다른 나라에서 지키지 않아도 별 도리가 없다.

우리나라도 아직 인공위성에 대한 뒤처리 규정이 없다. 아직 우리나라 위성은 추락한 적이 없지만 현재 아리랑위 성1호가 임무를 마치고 통제 불능 상태다. 항공우주연구원 비행역학제어팀의 김해동 박사는 “시뮬레이션 결과 아리랑위성1호는 40여 년 뒤에 대기권으로 돌입할 예정이지만 무게가 1t을 넘지 않아 파편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과거 미국이 우주왕복선을 운용하고 있을 때는 우주인이 직접 올라가 문제가 생긴 인공위성을 정비하거나 회수한 사례가 있다. 1992년에는 목표 궤도에 들어가지 못한 통신 위성 인텔샛6에 추력기를 달아 궤도에 진입시켰고, 허블망원경이 여러 차례에 걸쳐 수리를 받은 사실은 유명하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끝난 지금은 무인 정비위성을 쏘아올려 못 쓰게 된 인공위성을 수리하거나 재활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07년 3월부터 7월까지 미국 국방첨단연구기획청(DARPA)과 NASA는 ‘오비탈 익스프레스’라는 임무를 마쳤다. 정비위성인 ‘아스트로(ASTRO)’로 재활용 가능한 차세대 인공위성 ‘넥스트샛(NEXTSat)’에 도킹한 뒤 연료를 공급하고 로봇팔로 전지를 교체하는 실험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의 날개. 여기저기 손상을 입은 모습이 보인다. 우주쓰레기가 내열타일에 손상을 입히면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이 위험에 처한다.]

현재 캐나다의 항공우주기업인 MDA는 2015년을 목표로 무인 정비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DARPA도 비슷한 시기에 수명을 다 한 인공위성에서 부품을 떼어내 재활용하는 ‘피닉스 프로그램(Phoenix Program)’을 시연할 계획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런 무인 정비위성이 먼저 찾아가 서비스(?)를 베풀어줄 인공위성은 어떤 녀석들일까. 첫 손님은 적도 상공 3만 6000km인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다. 지구에서 봤을 때 인공위성이 한 지점에 머무를 수 있어 통신이나 방송위성을 운용하기에 유리한 궤도다.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서로 전파간섭을 일으키지 않도록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지궤도에 올라갈 수 있는 인공위성의 수는 한정돼 있다. 수명을 늘리거나, 고쳐 쓰거나, 혹은 다른 곳으로 옮겨 자리를 비워줘야할 필요성이 가장 크다.

한 궤도에 머물면서 여러 대의 인공위성을 손 볼 수 있다는 점도 정지궤도위성을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이유다. 정비위성 한 대가 더 많은 인공위성을 담당할수록 더욱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로켓을 발사해 정비위성에 연료와 장비를 보급해 준다면 오랫동안 머물며 작업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정지궤도위성은 속도가 초속 3km 정도로 초속 7~8km인 저궤도위성보다 느려 기술적으로도 더 쉽다”고 설명했다.

수술도 장례식도 OK!

2006년 11월 네덜란드 노르트바이크에서 열린 ‘아스트라 2006 워크샵’에서 유럽우주국(ESA)과 아스트리움 새털라이트, 더치 스페이스 등은 무인 정비위성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발표했다. 그중 연료 보급은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다. 화학연료를 추진체로 쓰는 인공위성은 연료가 떨어지면 자세를 바꿀 수 없다. 태양전지가 있어도 태양을 향하도록 움직이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이런 인공위성에 정기적으로 연료를 보급하면 다른 장비가 망가질 때까지 쓸 수 있다.

‘이사 서비스’도 가능하다. 어떤 이유로 원래 궤도에서 벗어났거나 처음 발사할 때 목표 궤도에 들어가지 못한 인공위성을 로봇팔로 붙잡아 제대로 된 위치에 데려다 주는 것이다. 아예 못 쓰게 된 인공위성을 다른 인공위성과 충돌하지 않도록 안전한 궤도로 옮겨주기도 한다. 공간 여유가 빡빡한 정지궤도에 있는 위성은 보통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마지막 남은 추진체로 고도를 200km 위로 올려 그 자리를 벗어난다. 이 궤도를 ‘우주 무덤’이라고 한다. 고장난 정지궤도위성은 무덤으로 가지 못하는데, 정비위성이 도와줄 수 있다. 장례식까지 꼼꼼히 치러주는 셈이다.

인공위성을 수리하는 데서 더 나아가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오래된 장비를 최신 장비로 교체해 새 인공위성처럼 만든다면 자연히 수명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안테나를 교체해 관할하는 영역을 넓히거나 수신기나 발신기의 주파수 대역을 조정하는 식이다.

한편, DARPA의 피닉스 프로그램은 우주무덤에 가 있는 인공위성의 안테나를 재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위험한 우주 쓰레기로 내버려 두느니 쓸 만한 부품을 떼어 다시 쓰는게 낫다는 것이다.

먼저 무인 정비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려보낸다. 그리고 나노위성을 따로 쏘아올린다. 나노위성은 다른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덤으로 끼워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정비위성은 나노위성을 붙잡은 뒤 우주무덤에 있는 인공위성을 찾아간다. 나노위성을 재활용할 안테나에 설치한 뒤 안테나를 떼어 내 목표 위치에 가져다 놓는다.
 
[DARPA의 피닉스 프로그램에서는 무인 정비위성이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에 다가가 로봇팔로 안테나를 떼어 내 재활용한다.]

우주 개발에 필수적인 재활용

정비위성이 궤도에서 활약하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2010년 NASA가 발간한 ‘궤도상 정비위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위성은 우선 목표 위성의 위치를 확인하고 근접비행 또는 도킹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현재 원격 조종 기술로 가능하다. 조정 범위를 벗어났을 때 자동으로 도킹하는 기술도 ‘오비탈 익스프레스’를 통해 검증했다.

원격으로 로봇팔을 조종해 부품을 교체하거나 조이고 자르는 동작도 현재 쓰고 있는 기술이다. 다만 현재 올라가있는 인공위성이 대부분 부품 교체나 재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로 만들었다는 게 문제다. 이는 로봇팔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인공위성을 정비하는 데 쓸 특수 도구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NASA는 보고서에서 “무인 정비위성을 만드는 데는 특별히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며, 현존 기술과 도구를 종합해 더욱 정교하게 다듬으면 된다”고 끝을 맺었다. 김해동 박사도 “연료를 보급하거나 부품을 교체하고 궤도를 조정해주는 정도는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정비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헌 인공위성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작아야 한다. 여기에 정비위성 자체에서 얻을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같은 성과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일본의 SF만화 ‘플라네테스’에는 지구 궤도의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임무를 맡은 우주인이 나온다. 다른 우주인에게 청소부라고 멸시받기도 하지만 자기가 우주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우주 개발이 어려워진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지금처럼 인공위성을 방치한다면 언제 이들이 위험한 우주 쓰레기가 돼 우리의 우주 진출을 방해할지 모른다. 인공위성 재활용은 자원 절약이나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미래의 우주 개발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일이다.


['오비탈 익스프레스' 임무를 묘사한 그림. 무인 정비위성이 목표 위성과 도킹해 연료를 주입하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임무를 완수해 인공위성 정비와 재활용 기술의 가능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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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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