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디지털 가정으로의 초대

일터, 쇼핑, 교육 모든 활동의 중심지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먹고,쉬고,잠자는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러나 앞으로 10년 후에는 지금보다 훨씬 똑똑한 디지털 가전기기가 개발돼 가정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결혼을 앞둔 28세의 박씨. 요즘 그녀는 신혼살림 장만으로 이런 저런 고민이 많다. “어디가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을까. 어디서 정보를 구할 수 있을까. 그래 인터넷에 가면 있을 거야. 그리고 요즘 돌아다니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여러 물건을 살 수 있다는데…. 우선 PC를 한대 사서 인터넷 쇼핑으로 신혼살림을 장만해볼까.”

그런데 만약 박씨가 돈이 모자라 냉장고와 PC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떨까. PC를 선택하지 않으면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해 살림 장만이 훨씬 어려워져 그녀에게 불편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녀는 냉장고를 선택할 것이다. 당장은 가정생활에 보다 편리함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후 박씨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 주저 없이 냉장고를 선택할 것이다. 미래형 냉장고 한대로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도 찾고 쇼핑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형 냉장고는 안에 어떤 내용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어볼 필요가 없어진다. 냉장고에 음식물의 바코드를 읽는 장치가 있어서, 어떤 것들이 있는지 각각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를 문에 붙어있는 모니터를 통해 확인이 가능해진다. 내용물 확인 후 곧바로 모니터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물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주문품이 집까지 배달된다.

꿈같은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앞으로는 가전기기가 디지털화돼 PC처럼 똑똑한 기능을 가지게 된다. 이뿐 아니라 가전기기가 유선 또는 무선으로 네트워크화돼 이를 통한 데이터통신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사용자는 가전기기로 PC보다 쉽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먼 곳에 있는 PC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도 있다. 이런 가전을 인터넷 정보가전(Internet Appliance) 또는 간단히 정보가전이라고 말한다.

가전기기로 인터넷을

현재 정보가전의 선두주자는 디지털 TV다. 디지털 TV는 리모콘 조작만으로도 쉽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 사용자가 원하는 방송과 인터넷 컨텐츠, 커뮤니케이션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접할 수 있다. 가령 보고싶은 영화가 있다고 하자. 비디오 가게나 영화관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TV로 인터넷을 통해 그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다가 멋진 남자 주인공에 대해 알고 싶다면 화면 한구석의 창을 통해 검색해볼 수 있고, 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혹은 여자 주인공이 입은 옷이 마음에 든다면 TV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또한 TV로 다른 가전기기들을 원격 조정할 수 있다. TV를 보다가 춥다면 실내온도조절 장치가 있는 곳으로 갈 필요 없이 TV 모니터에서 간단한 조작으로 방의 온도를 높일 수 있다. 기기들간에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TV뿐 아니라 가전제품들이 이와 같은 정보가전으로 발전된다.

그렇다면 정보가전은 미래 가정 생활에 어떤 변화를 줄까. 우선 가정 안과 밖의 경계를 사라지게 할 전망이다. 미래에는 집 밖에서 들어가기 전 미리 집 안 온도를 적정하게 하기 위해 냉·난방 기기를 조종할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집을 비워도 안심할 수 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정보망에 연결된 기기로 집 안에 설치된 디지털 비디오를 작동시켜 구석구석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집안에 침입자가 있을 때 곧바로 자신의 휴대용 단말기로 연락이 오고 가까운 파출소에 통보되는 원격보안시스템이 가동된다. 이 모든 일은 회사에서의 PC 또는 휴대용 정보가전으로 실현이 가능하다. 집안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바깥에서 해결되는 것이다.

백화점, 영화관이 되는 가정
 

재택근무방-21세기 일터^컴퓨터,프린터,화상 전화기와 같은 정보기기가 구비된다.네트워크를 통해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여가와 일을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가정은 단순히 쉬는 장소가 아닌 일터다.


반대로 바깥에서 이뤄지던 일들이 집 안에서 해결된다.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레코드 가게에 가 CD를 사는 일이 굳이 필요치 않다.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백화점 쇼핑도 갈 필요가 없다. 정보가전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가정은 영화관, 레코드가게, 백화점이 된다. 미래 디지털 가정은 병원이 되기도 한다. 가정용 디지털 의료기기가 보급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수시로 건강을 확인해볼 수 있고 원격 진료도 받을 수 있다. 가령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혈당량을 재기 위해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언제든지 디지털 의료기기가 검진해 의사에게 자동으로 그 내용을 이메일로 통보한다.

이 모든 것보다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가정이 단순히 쉬는 장소가 아닌 일터로 변한다는 점이다. 오늘도 많은 직장인들은 출퇴근을 위해 장시간을 길에서 낭비한다. 어떤 이는 출퇴근 시간으로 4시간을 소모한다. 당연히 사람을 지치게 해 일의 능률을 떨어뜨린다. 또한 현대의 출퇴근 개념은 아침잠이 많건 저녁잠이 많건 간에 모든 이를 똑같은 시간에 맞춰 일하게 한다. 각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재택근무자가 늘어가는 추세지만 일부 업종과 업무에 한정돼 있다. 만일 미래 가정의 디지털화와 네트워크화가 보편화되면 대부분 업종의 일이 가정에서 충분히 소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여가시간과 업무시간을 보다 능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보가전의 성공은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다양한 서비스에 달려 있다.


거실에 앉아 가사 처리!

가정 내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현재 거실에 있는 이가 방안 조명을 끄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직접 방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가전의 위치에 관계없이 집 안 어디서든 조종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침대 옆의 단말기를 통해 주방에 있는 전기밥솥을 작동시킬 수 있다. 주방에 장착된 LCD모니터 또는 인터넷 냉장고의 스크린을 통해 주식거래, 홈쇼핑, 뉴스 등을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방은 단순히 음식과 관련된 곳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그 의미가 확장될 것이다. 화장실에는 전자책이나 모니터가 설치돼 그 날의 뉴스와 날씨를 접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처럼 미래에는 가정 내 가전기기가 네트워크화돼, 가정 내 어느 위치에 있든지 한 곳에서 냉·난방, 조명의 제어와 기타 가전기기들의 조종이 가능해진다. 집안에서 고유한 영역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전시된 미래 주방의 모습.음식의 조리 시간과 방법을 자동으로 설정하는 전자레인지.문을 열지 않고도 안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필요한 물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인터넷냉장고가 곧 개발될 예정이다.


쉽고 편리한 사용환경

이런 똑똑한 기능을 가지는 정보가전이 개발되고 가정에 보급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먼저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정보가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하늘도 날고 물 위에서도 나가는 자동차가 만들어졌다고 하자. 그러나 이를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고 불편하다면 얼마나 팔릴까. 마찬가지로 정보가전도 여러 기능이 있다고 해도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다면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보가전에는 사용자와 친근한 운영체계와 프로그램들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정보가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여러 회사와 연구소가 참여중이다. 미국의 디지털 TV 표준화를 추진하는 한 그룹(ATSC의 DASE분과)은 디지털 TV용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또한 소니, 필립스, 톰슨 등 8개의 세계 유명 가전업체들이 가전기기용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HAVi)을 구성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최근 디지털 TV용 실시간 운영체계(Qplus)를 개발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외 정보가전 소프트웨어 분야는 다른 가전제품보다는 디지털 TV 중심의 개발에 치중돼 있다.


미래 거실의 모습.고화질,고선명의 디지털 TV로 엄마와 딸이 영화를 보고 있다.TV는 물론 오디오,비디오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의 제품으로 바뀐다.


PC는 정보가전에 밀려나는가

자, 이제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정보가전이 개발돼 시장에 출시됐다고 하자. 그렇다면 곧바로 사람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그 답은 ‘No’다. 현재 월드와이드웹이 막강하게 발전한 데는 무엇보다도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가전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교육, 오락, 쇼핑, VOD(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제공되는 영상물이나 시청자료 서비스), MOD(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제공되는 음악 서비스)를 비롯한 새로운 서비스들이 확충돼야 진정으로 정보가전이 일상생활에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꿈같은 기능을 자랑할 정보가전이 활성화되면 PC는 사라질까. 인터넷투자 관련정보를 제공하는 Chase H&Q 인터넷 미디어 연구그룹에 따르면, 시간이 흐를수록 PC와 대비해 정보가전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인터넷에 접속하는데 정보가전이 PC를 대신할 수 있지만, PC는 나름대로 여전히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PC는 인터넷 접속 외에도 문서작성, 그래픽 작업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기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미래에 업무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데 PC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셈이다.


가정의 디지털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보편화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정보가전의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장담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정보가전이 생활에 많은 편리와 변화를 제공한다는 점은 틀림없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는 가정이 경제 활동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방에 설치되는 모니터의 잠재력이 가장 크며, 현재 일부가정에서 이뤄지는 원격교육, 재택근무, 원격진료가 미래에는 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가정에 진정한 디지털 혁명을 불러올 정보가전을 한껏 기대해보자.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0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현정
  • 사진

    김녕만 기자
  • 박미용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전자공학
  • 소프트웨어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