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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M인터넷

휴대폰으로 즐기는 정보 항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상.모바일 인터넷이 꿈꾸는 세계이다.

휴대폰을 이용해 음성 이메일을 보내는 CF의 한장면.

광고 얘기 하나. 버스를 타고 있던 남학생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든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한다. 이 때 들리는 나레이션 “오늘 영화를 봤는데, 뉴욕이 나왔어. 뉴욕에 있는 니가 너무 생각나서 지금 이메일을 쓰고 있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한 이동통신업체의 무선 인터넷 광고다.

광고 얘기 둘. 수많은 변형 버전을 탄생시킨 ‘잘자, 내 꿈꿔‘ 커플이 이번에는 그네를 타고 있다.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여자 친구가 인터넷으로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이메일로 보내는 장면이 보인다. 다시 현재.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말하고, 남자 친구는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한 후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한다. 일반 텍스트 전자 우편을 음성으로 바꾸어 휴대폰에서 들을 수 있게 한다는 또 다른 이동통신업체의 무선 인터넷 광고다.

인터넷 업계의 키워드가 e에서 m으로 바뀌고 있다. 이와 함께 무선 인터넷 혹은 M커머스(M-Commerce)라는 말이 인터넷 업계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전자(electro-nic)라는 뜻을 가진 e자를 기업들이 즐겨 사용한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이제는 e보다 m을 내세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M은 Mobile, 즉 움직임을 뜻하는 핵심 키워드다. 인터넷이 이미 생활과 산업의 필수 인프라가 된 지금,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모바일 인터넷의 초점이다. 무선 인터넷, 와이어리스(Wireless) 인터넷이라는 말이 접속방법에 중점을 둔 용어라면 엠커머스는 무선 인터넷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중점을 둔 말이다. 어떤 사람은 엠커머스보다 엠비즈니스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업체들은 단순한 이동전화서비스 회사에서 벗어나 모바일 인터넷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회사 이름에 M자를 넣기도 하고, 무선, 혹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광고 홍보비를 쏟는 등 변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비단 이동통신업체 뿐인가? 유선통신업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자 나름대로 사업을 준비하는 한편, 무선 인터넷 관련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나름대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흔히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를 전쟁이라고 표현하는데, 최근의 이런 움직임은 전쟁이라는 표현보다도 생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올 한해 시장 잠재력 1천만명
 

차안에서 휴대폰을 이용,정보를 찾고 있는 가족.


도대체 무선 혹은 모바일 인터넷이란 무엇일까? (그림 1)을 보면 사실 개념은 그렇게 복잡할 것이 없다. 무선 인터넷 전용의 별도 인터넷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하나의 망에 접속하는 또다른 연결 방법일 뿐이다. 기존 접속 방법이 유선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무선 인터넷은 말 그대로 무선으로 연결하는 셈이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무선 인터넷 단말기는 화면을 표시하는 창이 작아 표현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일반 PC에서 볼 수 있는 웹 화면과는 다른 형태의 화면을 개발해야 한다. 화면이 작은 탓도 있지만 유선보다는 무선 이용 요금이 더 비싼 탓에 데이터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점도 필수 요소다.
그렇다면 왜 통신 업계는 물론 인터넷 업계가 모두 무선, 혹은 모바일 인터넷에 이렇게 열광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인 2천4백만명이다. 전 국민의 절반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를 손에 들고 다니는 셈이다. 최근의 인터넷 열기를 감안한다면 이들 중 절반만 인터넷을 사용해도 무려 1천2백만명이라는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지난 3월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인터넷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 인구는 1천1백30만명. 지난 5년 동안 확보한 인터넷 이용자보다 더 많은 이용자가 숨어 있는 엄청난 시장이다.

더욱이 인터넷이 사회의 인프라로 자리잡으면서 인터넷에 대한 욕구는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 결국 모바일 인터넷은 냉혹한 시장 원리와 산업의 발달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동통신 가입 인구가 당장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현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휴대폰이 별도의 인터넷 접속기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급되는 대부분의 신제품 휴대폰에는 인터넷 접속기능이 갖춰져 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의 절대 수요층인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비약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올 한해동안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가 대략 1천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림1)다양한 인터넷 사용방식^일반적인 인터넷 사용은 유선으로 이루어지는데 점차 무선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이 증가되는 추세이다.


WAP과 IMT2000
 

휴대폰 단말기는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이 커다란 화두가 되면서 WAP과 IMT2000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이동통신이라 불리는 IMT2000은 2000년 12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나름대로 짝을 지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IMT2000은 기존 PCS나 셀룰러폰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보다 훨씬 높은 고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며, 초당 384KB에서 2MB까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통신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기존의 음성은 물론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그대로 전송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꿈의 이동통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월드컵에 맞춰 2002년 5월 본격 서비스될 예정이다. 정확한 선정 지침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관 부서인 정보통신부에서는 3-4개 정도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현재 SK텔레콤, 한국통신, LG·데이콤 등 3개 회사가 중심이 되어 사업권을 받아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흔히 왑이라고 부르는 WAP는 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의 약자로 1997년 노키아, 에릭슨, 모토롤라 등이 주도해 결성한 WAP 포럼에서 주창한 모바일 인터넷 통신 규약이다. 현재의 인터넷 컨텐츠를 무선 단말기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로 개발되었으며 현재 2백여개의 회원사가 참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 등이 이 포럼의 회원이다.

왑의 특징은 CDMA, GSM 등 다양한 무선 프로토콜과 다양한 단말기, 다양한 통신기술을 지원한다는 것. 기존의 HTTP와 HTML을 이용하거나 확장할 수 있으므로 유연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는 011, 017, 019가 이 기술을 지원해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왑은 휴대폰을 기존의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통신 약속이다. (그림 1)에서는 휴대폰과 인터넷이 바로 연결돼 있지만 사실 이 사이에 왑이 있어 기존의 인터넷 데이터를 무선 단말기에 전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IMT2000은 단말기부터 기지국까지 모두 새로운 장비가 나오는게 필요한데 반해 왑은 기존의 이동통신 망을 활용해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반면 왑의 단점은 아직까지 그래픽 요소를 처리할 수 있는 규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웹 화면을 그대로 불러올 수 없어 왑용으로 별도의 화면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현재 초보적인 그래픽 파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있고 조만간 적용될 예정이기는 하지만 PC로 볼 수 있는 것처럼 화려한 그래픽 화면은 왑에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왑과 IMT2000이 경쟁 상대처럼 비춰졌는데, 실제로는 전혀 아니다. 왑은 프로토콜 차원이고, IMT2000은 전체적인 통신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왑이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다면 IMT2000에서도 왑을 프로토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M 인터넷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단말기.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 열심히 두들기는 이른바 N세대를 쉽게 볼 수 있다.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기보다는 퀴즈를 풀거나 게임을 즐기고,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이 이용하는 형태를 모바일 인터넷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동통신 기기를 사용하므로 모바일은 맞지만, 인터넷이 아닌 각 이동통신회사 전용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하이텔이나 천리안같이 한정된 내용만 이용가능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가 LG텔레콤의 이지채널이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휴대폰의 액정으로 지정한 분야의 정보가 제목만 날라온다. 이 제목을 보고 관심이 있으면 휴대폰의 통화버튼을 눌러 이지채널에 접속한다. 원하는 메뉴를 여러 단계에 걸쳐 계속 선택해 들어가면 된다.

사실 이러한 텍스트 전용서비스가 등장한지는 벌써 오래됐으며 이것은 인터넷과 별 연관이 없다. 진정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란 이동통신회사의 영역에 구분없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 1)에서 설명한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문제는 휴대폰 단말기가 기존의 웹정보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결국 텍스트와 단순한 이미지 형태로 웹사이트를 새로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로 각 업체의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모바일 인터넷 기능이 지원되는 단말기를 사용해야 한다. 011, 017, 019에서는 흔히 WAP폰이라고 하는 전화기가 필요하고 016, 018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Mobile Explore라는 기능을 내장한 전화기가 필요하다. 최근 각 업체가 모바일 인터넷 기능을 강조하면서 이들 제품을 무료로, 혹은 저렴한 가격에 배포하고 있으므로 구매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엔터테인먼트가 중심

앞에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광고 2편을 예로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광고에서 소개한 두가지 작업은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현실의 일이다. 모바일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단말기가 등장하게 되면, 지금 컴퓨터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처럼 아무 불편없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모바일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다름 아닌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모바일 인터넷의 가장 큰 수요층으로 예상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에 이르는 이른바 N세대 연령층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컨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채팅은 물론, 게임, 음악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통신회사는 물론 컨텐츠 개발 업체들은 10-20대를 겨냥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컨텐츠를 적극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발전할 전망이며 기술 발전과 단말기 성능에 따라 동영상을 제공하는 형태로 변모할 것이다.

문제는 단말기다. 어떤 형태의 단말기가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결국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따라 단말기 형태가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 정보용 단말기, 영화 감상용 단말기, 음성 통신용 단말기, 게임 전용 단말기, 채팅 전용 단말기, 정보 검색용 단말기 등 서비스와 정보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단말기가 등장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모바일 인터넷은 지금의 컴퓨터 인터넷보다 훨씬 더 강력한 인터넷 도구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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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형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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