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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양계의 행성에 다다른 우주선들

 

달표면에 접근하고 있는 아폴로 11호의 착륙선.


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어떻게 그곳에 날아 가야할까. 아마도 지구나 달 또는 다른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지 않고 정지해 있다면 행성으로의 비행은 아주 간단할 것이다. 지구에서 탐험하고 싶은 행성을 향해 똑바로 우주로켓을 발사해 탐사선을 보내면 된다. 그러나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은 모두가 공전하고 있어서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다다랐던 여행법은 그래도 손쉬운 편에 속한다. 달까지 비행하는데 3일 걸린다고 하면 달과 탐사선이 만날 장소로부터 달이 3일 정도 움직일 수 있는 거리만큼 뒤에 있을 때 탐사선을 만날 곳으로 발사하면 3일 후에는 탐사선과 달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태양을 돌고있는 지구에서 역시 태양을 도는 다른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은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방법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서 자동차로 목적지를 찾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지도라면 행성의 방문에서도 각 행성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론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해 각 행성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지구에서 다른 행성으로 비행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비행궤도와 비행시작시간을 계산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행성탐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행성탐험의 현실이다.


마젤란 우주선이 찍은 금성의 표면.


최소 에너지로 행성에 가는 호먼 궤도


토성의 띠를 지나 타이탄으로 향해가는 카시니 우주선상상도.


행성탐험에 관한 비행방법과 그 궤도의 계산에 대한 아이디어는 1925년 독일의 월터 호먼 박사가 ‘천체 도달의 가능성’이라는 논문에서 제시했다. 호먼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궤도와 탐험하려고 하는 행성의 공전궤도를 타원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비행궤도를 만들어 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호먼 궤도’라고 한다. 이 새로운 타원 비행궤도는 행성의 공전에너지를 이용해 우주선을 최소의 에너지로 다른 행성에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 에너지 궤도’라고도 불린다. 그러면 인간이 늘 가보고 싶어하는 화성에 호먼 궤도를 따라 가보자.

행성의 궤도는 원래 모두 타원이지만 문제를 간단히 하기 위해서 행성들의 궤도가 각각 지름이 다른 원 궤도로 가정하자. 지구의 궤도와 화성의 궤도가 같은 평면상에 있다고 가정할 때, 지구에서 화성으로 우주선이 출발할 때의 지구의 위치와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할 때에 놓이게 되는 화성의 위치는 태양을 중심으로 서로 180°떨어져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 호먼 궤도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타원 궤도의 근지점이 지구의 궤도와 만나고, 원지점이 화성의 궤도와 만나는 것이다. 이 궤도를 비행하려면 지구의 궤도에서 탈출한 뒤 우주선이 화성을 향해 달릴 때의 속도가 초속 32.73km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우주선을 지구의 공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발사하면 초속 32.73km의 속도 안에 지구의 공전속도인 초속 29.78km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우주선은 지구의 공전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초속 2.95km의 속도만 주면 초속 32.73km의 속도로 화성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케플러의 제2법칙, 즉 ‘행성이 운동하면서 행성과 태양을 잇는 직선이 동일시간에 만드는 면적은 일정하다’에서 나타난 것처럼 근지점에서는 속도가 빨라지고 원지점에서는 느려지게 된다. 지구 근처에서 우주선의 속도가 32.73km이므로 화성에 접근할 때는 21.5km 가량 된다. 또한 그때까지 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백60일 정도이다. 그러므로 호먼 궤도를 이용한 화성으로의 여행은 다음과 같이 설계할 수 있다.

① 지구에서 출발한 우주선은 2백60일 후에야 화성과 만날 수 있다.
② 우주선이 지구를 출발할 때 지구의 위치는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할 때에 화성 위치의 1백80°후방에 있어야 한다.
③ 우주선이 지구를 출발할 때 화성의 위치는 0.523°(화성이 하루에 태양을 회전하는 중심각)×260=135.98°(약 136°)만큼 만날 지점의 뒤에 있어야 한다.
④ 우주선 발사 때 지구에 대한 화성의 상대 위치는 180°- 136°= 44°만큼 앞에 있어야 한다.
⑤ 우주선이 화성에 가는 동안 지구가 이동한 각도는 260(일) × 0.987°= 256.62°가 된다. 여기서 0.987°는 지구가 하루에 이동한 각도이다.
⑥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했을 때 화성과 지구의 상대적인 위치는 256.62°- 180°= 76.62°만큼 지구가 화성의 앞에 있다.

화성이나 행성탐사에서 꼭 위의 예와 같은 호먼 궤도를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탐사선을 발사할 시기와 비행시간을 꼭 2백60일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행성탐사는 호먼 궤도를 기본으로 해서 비행궤도를 만들고 그 길을 따라 비행을 시켜왔다.
 

연료소모가 많은 역추진 로켓 대신 충돌하듯이 화성표면에 착륙한 패스파인더호 모형.


금성과 화성, 가까운 곳부터

행성 탐사선의 첫 발사는 1960년 10월 10일 러시아에서 발사한 화성이라는 뜻의 마르스였으나 실패했다. 임무수행에 성공한 첫 행성 탐사선은 1961년 8월 27일 미국에서 금성으로 발사한 마리너 2호였다. 마리너 2호는 1962년 12월 14일에 금성으로부터 3만5천km 떨어진 곳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1964년 11월 28일 발사된 마리너 4호는 2백28일 동안 5억3천만km를 비행해 1965년 7월 15일에는 화성으로부터 최저 9천7백78.8km 떨어져 지나가며 22장의 근접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주었다. 이 사진은 인류가 만든 탐사선을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에 보내 찍은 첫 번째 것이었다. 이로써 처음으로 화성의 표면이 달과 같이 많은 분화구로 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은 1969년에 들어서도 2월 24일과 3월 27일 각각 마리너 6호와 7호를 발사해 같은 해 7월 31일에는 마리너 6호가 화성의 적도 부근으로, 8월 5일에는 마리너 7호가 화성의 남극 상공으로 지나가며 남극의 극관 사진 등 모두 2백1장에 달하는 사진을 지구로 보내와 화성의 연구에 많은 공헌을 했다. 15년만에 돌아온 1971년의 화성 대접근을 맞아 미국과 러시아는 네 개의 화성 무인 탐사선을 발사했다. 1971년 5월 30일 발사된 마리너 9호는 1백69일 동안 여행한 끝에 11월 14일 오전 9시 2분 화성으로부터 2만2천1백32.3km의 거리에 도착해 추력 1백50kg짜리 역추진 로켓을 15분 동안 분사해 원지점 1만1천7백km, 근지점 1천3백50km의 화성 타원 궤도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인류가 다른 행성에 처음으로 만든 ‘인공 달’이 됐다. 마리너 9호는 화성 전체 표면의 70%를 6천장의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보내주었다. 특히 마리너 9호는 화성이 갖고 있는 두 개의 위성 중 하나인 포보스의 사진을 찍는데도 성공했다. 지구에서 보면 하나의 점으로만 보였던 포보스 표면의 윤곽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주었다.

1975년 8월 20일과 9월 9일 미국의 바이킹 1호와 2호가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발사됐다. 지구를 출발한지 3백4일과 3백33일 만인 1976년 6월 19일과 8월 7일에 각각 화성의 궤도에 도착한 바이킹 1호와 2호는 궤도 모선에서 화성착륙선이 분리돼 처음으로 화성표면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들은 1980년 8월 7일과 7월 24일까지 4천5백장 이상의 사진과 화성 표면의 온도, 대기의 밀도, 바람 속도 측정 및 화성 토양 분석 등 수많은 과학적인 실험을 전개해 중요한 결과를 지구로 보내주었다.

값싸게 좋게 빠르게

1980년대 이후 미국은 우주개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값싸게, 좋게, 빠르게’(the cheaper, the better, the faster)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첫번째 우주선이 패스파인더이다. 패스파인더가 짧은 기간 동안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패스파인더는 화성궤도진입 후 선회하지 않고 곧장 대기권에 진입했고, 착륙에는 역추진 로켓 대신 에어백을 사용했다. 결국 패스파인더는 착륙시도에서 착륙까지 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방법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방법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발사된 화성 착륙선 중 마지막에 속도조절이 잘못돼 착륙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는데 패스파인더는 이러한 위험에 빠질 걱정이 없었다. 패스파인더의 화성 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점 중 하나는 6개의 바퀴가 달린 ‘소저너’라는 소형 탐사차가 종횡무진 화성을 누비면서 탐사활동을 펼친 것이다. 행성에 이동식 탐사선을 보낸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1997년 10월 7일 착륙선의 신호가 끊어질 때까지 패스파인더는 1만6천장의 사진과 토양분석자료, 대기관측자료를 지구로 보내오는 성과를 올렸다.

패스파인더의 성공적인 화성탐사이후 미국은 최근 두번의 큰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첫번째는 작년 9월 23일 화성의 궤도를 돌며 물존재 가능성을 확인할 목적을 띤 화성기후위성의 실종이고 둘째는 작년 12월 3일 화성의 남극에 착륙해 물을 확인하고 각종 소리를 들려줄 목적의 화성남극착륙선의 실종사건이다. 미국은 최근 값싼 탐사선을 화성에 많이 보내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실패를 많이 하면 값싼 탐사선이 비지떡이라는 우리 속담이 우주탐사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그랜드투어, 한번에 여러 행성을

미국은 1963년 외행성으로 탐사선을 보내는 그랜드투어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1백75년만에 한번씩 생기는 외행성의 배열을 이용해 여러 개의 외행성을 탐험하기 위해 수립된 것이다. 태양계에는 9개의 큰 행성과 수많은 소행성, 혜성, 유성 등이 있다. 이 중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궤도를 도는 행성을 내행성, 그리고 밖에 있는 궤도를 도는 행성을 외행성이라 한다. 천문학자들은 1976년과 1980년대 사이에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화성의 바깥쪽에 있는 5개의 외행성, 즉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비스듬한 일직선상에 놓인다는 것을 알게됐고 이때에 탐사선을 발사한다면 하나의 탐사선으로 여러 개의 외행성을 탐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외행성의 배치는 이상적이었으나 해왕성까지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서는 문제가 있었다. 우주선을 가속시켜 빠른 속도를 얻지 못한다면 천왕성이나 해왕성까지 가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고 이들을 관측할 수 있는 때를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의 하나의 해결책이 바로 비행의 중간에 목성의 큰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속도를 크게 가속시키면서 또한 비행방향도 바꾸어주는 것이었다. 나사는 우선 본격적인 대탐험에 앞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를 발사해 목성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의 비행속도를 가속하고 비행방향을 바꾸는 시험을 시도했다. 1972년 3월 3일 발사돼 초속 14.39km로 지구를 떠난 파이어니어 10호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수많은 소행성대를 무사히 통과한 후 1973년 12월 3일 목성에서 13만km떨어진 지점을 초속 36.66km로 통과했다. 목성을 통과하면서 비행속도가 가속돼 지구를 출발할 때보다 2.55배나 빨라진 것이다. 파이어니어 10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외계로 나간 첫 탐사선이 됐다.

태양계의 끝을 향해


보이저 2호가 찍은 해왕성의 구름.


1973년 4월 5일 발사된 파이어니어 11호는 소행성대를 무사히 지난 후 추력기를 작동해 탐사선의 비행속도를 초속 64m 빠르게 하고 비행방향도 좀 더 목성으로부터 가까이 통과하도록 조정했다. 1974년 12월 2일 목성으로부터 4만3천km 떨어져 초속 48km의 엄청난 속도로 통과한 후, 1979년 9월 1일에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토성을 탐사한 후 독수리자리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의 비행에서 자신을 얻은 미국의 과학자들은 목성의 중력을 이용한 탐사선의 비행속도 가속과 비행방향을 바꾸는 방법인 ‘스윙바이’(swingby) 방법을 이용 해왕성까지 탐사하는 대탐험을 시작했다.

1977년 9월 5일 발사된 보이저 1호는 5백46일 만인 1979년 3월 5일 목성을, 1천1백63일 만인 1980년 11월 12일 토성을 탐사한 후 태양계 밖으로 빠져나갔다. 1977년 8월 20일 발사된 보이저 2호는 6백90일 만인 1979년 7월 9일 목성을, 그리고 목성을 지난 지 7백71일 후인 1981년 8월 22일에는 토성을 지나갔다. 그리고 지구를 출발한지 3천77일 후인 1986년 1월 24일에는 천왕성을, 지구를 출발한지 12년 후인 1989년 8월 25일에는 해왕성을 탐사하고 우주로 들어가 버렸다.

호먼 궤도를 이용해서 행성탐사를 할 때 행성까지 걸리는 비행시간은 수성 1백5일, 금성 1백46일, 화성 2백60일, 목성 9백97일, 토성 2천2백14일(약6년), 천왕성 5천8백70일(약16년), 해왕성 1만1천2백4일(약30년)이다. 그러나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스윙바이 비행방법을 적용한 보이저 2호의 비행시간과 비교해보면 비행시간이 무척 많이 단축됐음을 알 수 있다.

파이어니어와 보이저 탐사선은 화성 밖의 외행성에 대한 수많은 자료를 우리에게 보내주고, 인간의 손길을 태양계 끝에까지 전해주었다. 21세기에는 명왕성을 비롯한 태양계 내의 모든 행성을 탐사하고 그보다 먼 우주로 인간의 숨결이 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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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채연석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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