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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나 수명 늘려준 남두육성

고대의 견우성은 독수리자리에 없다

밤하늘에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날을 기록한다는 별자리가 있다.바로 남두육성과 북두칠성이다. 중국에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남두육성이 한 청년의 수명을 80세나 늘려주었다고 하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에는 북쪽에 북두칠성과 짝을 이루는 남두육성이 남쪽에 그려져 있다. 밤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도대체 남두육성은 밤하늘의 어떤 별들을 말할까.

남두육성은 서양의 궁수자리를 구성하는 별들로 이뤄져 있다. 궁수자리는 은하수의 중심 방향에 있는 별자리로 유명하다. 여름철 하늘을 수놓는 은하수의 남쪽 끄트머리 근방에서 찾을 수 있는 별자리인데, 백조자리 데네브와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를 잇는 선을 두배 늘려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찾을 수 있다. 6월에는 자정 전후에 남쪽하늘에서 보인다. 올해는 근처에 밝은 화성이 위치하기 때문에 비교적 찾기 쉽다.

이제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에 얽힌 재미난 옛이야기 한토막을 들어보자.

탄생일을 기록하는 붉은 도포의 신선

중국 위나라에 관로라는 점성술의 대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남양현이란 시골 동네를 여행하는 중이었는데, 밭 한가운데서 일하고 있는 안초라는 청년을 만났다. 그런데 안초의 관상을 보아하니 머지않아 죽을 운명이었다. 관로는 “아아, 안타까운 일이다. 이 잘 생긴 소년이 고작 스무살까지밖에 살 수 없다니!”라고 중얼거렸다.

소년의 부친은 이 소식을 듣고 관로에게 찾아와 아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관로는 안초를 불러 말했다.

“집에 돌아가서 청주 한통과, 말린 육포를 준비해, 묘(卯)일에 자네 밭의 남쪽 끝 뽕나무 아래로 가게. 거기서 두사람의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을테니, 그 옆에 술을 따르고 육포를 놓아두면, 두사람이 술을 마시고 육포를 먹을 것이네. 그들이 잔을 비우면 술을 따르고 이렇게 해서 술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게. 만약 그들이 무어라고 말을 하더라도 아무 말하지 말고, 그저 머리 숙여 인사만 하면 되네. 그러면 그들이 자네를 구해줄 걸세.”

안초는 관로가 일러준 날짜에 그 뽕나무 아래에 가봤다. 그랬더니 과연 노인 두사람이 바둑에 몰두하고 있었다. 북쪽에 앉은 노인은 검은 도포를, 남쪽에 앉은 노인은 붉은 도포를 입고 있었는데, 이들의 풍모가 신선 같았다. 안초는 관로가 시킨 대로 그들 앞에 술과 안주를 가만히 놓아두었다. 두 신선은 바둑에 푹 빠져 무의식중에 술과 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술이 몇순배 돌자 신선들은 기분좋게 취하게 됐다.

그때 북쪽에 앉아 있던 검은 도포를 입은 신선이 안초를 보고 꾸짖듯 말했다.
“이런 데서 뭘 하는 게야. 저리 가거라!”
그러나 안초는 머리를 조아려 인사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붉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방금 우리가 이 청년이 가져온 술과 안주를 먹었으니, 그렇게 박대하지 말게.”
그러자 검은 도포를 입은 노인은 “그럼 저 소년의 수명을 늘려 주자는 말인가? 이 소년의 수명은 태어나서부터 정해져 있네. 자네 명부에 적혀 있는 탄생일과 내 명부에 적혀 있는 죽는 날을 우리 맘대로 고친다면, 이 세상의 질서는 금방 어지러워질 것이 아닌가?”라고 응수했다.
“그렇긴 하네만, 이미 저 친구에게 실컷 얻어먹은 우리가 아닌가? 그것도 빚은 빚이니 우리 어떤 방법을 강구해보자구.”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의 끈질긴 설득에 검은 옷 입은 신선은 하는 수 없이 “그 친구 참 끈질기기도 허이. 그래 여기 수명부가 있으니 자네 요량대로 해보게”라고 말하며 승낙하고 말았다.
붉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검은 도포 신선에게 수명부를 건네 받아 소년의 이름을 찾아봤다. 수명부에는 소년의 수명은 19(十九)세에 불과한 것으로 돼 있었다.

붉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붓을 들어 열십(十)자에 한획을 더해 아홉구(九)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소년의 수명은 아흔 아홉(九九)살이 됐다.

안초가 돌아와 관로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니, 관로는 “북쪽에 앉은 검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북두칠성이고, 남쪽에 앉은 붉은 도포를 입은 신선은 남두육성일세.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하고, 남두육성은 삶을 관장하지. 인간이 어머니의 뱃속에 깃들면, 남두육성은 탄생일을 기록하고, 북두육성은 사망일을 기록하는 거야”라고 말하고는 멀리 떠나갔다.
 

탄생일을 기록하는 붉은 도포의 신선


두우지간의 ‘두’는 북두칠성 아니다

사실 남두육성은 상당히 유명한 별자리였다. 중국 북송의 유명한 시인 소식은 1082년 음력 7월 16일에 적벽을 돌아보고 그 유명한 적벽부를 남겼다.

보름 다음 날이니 아주 둥그런 달이 동쪽하늘에 떠올랐을 것이다. 적벽부에 그 장면이 묘사돼 있으니, “달이 동쪽 산 위로 떠올라서, 남두육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네”(月出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라고 읊었던 것이다.

어떤 번역을 보면 ‘두우지간’(斗牛之間)을 ‘북두칠성과 견우성 사이’라고 잘못 번역한 예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두(斗)는 바로 남두육성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고대 문헌, 예컨대 고소설이나 수필 같은 데도 ‘두우지간’이라는 말은 수없이 나온다.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옛별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약간 어설프게 번역해 놓는 일이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 있어 쉽게 깨달을 수 있는 것만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두우지간’에서 우(牛)는 견우성이라는 별이다. 견우성은 직녀성과 짝이 되는 별인데, 요새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직녀성은 서양의 거문고자리 으뜸별인 베가이고, 견우성은 독수리자리 으뜸별인 알타이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고대의 견우별은 알타이르가 아니라 염소자리 알게디라는 별이었다.

여기서 소식의 의식세계가 우리의 의식세계와 다를 수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오늘 우리의 인식처럼 견우성이 알타이르라면 어떨까. 하늘에서 남두육성과 견우성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므로 소식은 달의 위치를 엉성하게 대충 말한 것이 된다.

그러나 견우성이 알게디임을 알게 되면, 소식은 달의 위치를 매우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두육성과 알게디는 아주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옛별자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면 그 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사실을 만날 수 있다. 필자는 가끔 우리 옛별자리가 고대문명으로 들어가는 타임머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된 까닭은 아마도 고대인의 가슴속에 하늘의 영롱한 세계가 준 인상이 현대인이 받는 인상보다 훨씬 강렬했기 때문일것이다.


두우지간의‘두’는 북두칠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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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안상현
  • 사진

    박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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