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쉬운 상호는 사업 성공의 열쇠이듯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 네임은 인터넷 상에서의 성패를 좌우한다.먼저 차지한 사람이 임자인 주인 없는 이름들.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패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이름전쟁'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최근 어느 중국인이 광복절인 1945년 8월 15일을 의미하는 19450815를 인터넷 주소로 등록하고 이를 경매에 붙이려 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 중국인은 이 날이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의미가 있는 날이라는데 착안해서 어떤 형태로든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한 일본 업체가 이를 사겠다고 덤볐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 네티즌이 항의의 표시로 중국정부수립일인 1949년 10월 1일, 19491001과 관련된 도메인 3종을 등록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기 쉬운 인터넷 주소, 도메인 네임
인터넷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 네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무언가 하려면 반드시 웹 사이트가 있어야 하며 웹 사이트의 주소인 도메인 네임은 가상 공간에서 회사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도메인 네임은 인터넷 웹 사이트를 구분하는 주소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웹 서버 컴퓨터를 포함해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들은 저마다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는데, 이를 IP 어드레스라고 부른다. IP 어드레스는 대개 210.96.214.85 같은 식으로 구성되는데, 이 숫자들은 아무렇게나 부여된 것이 아니고, 주민등록번호처럼 저마다 의미가 있다. 예컨대 맨 앞의 숫자는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의 고유 번호이고, 가운데 번호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회사의 번호, 맨 끝 번호는 각 컴퓨터의 번호이다.
그런데 사실 번호로 인터넷 사이트를 외우기는 쉽지 않다. 만일 인터넷 주소가 번호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기 위해 복잡한 숫자를 외워야만 한다. 예를 들어 인터파크라는 회사의 IP 번호가 123.123. 123.1이라고 가정했을 때 인터파크에 접속하는 사람은 123.123.123.1이라는 번호를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전화 번호를 외워야만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여기에 이름을 부여하면 인터파크라는 회사로 들어가기 위해서 interpark를 입력하면 된다. 전화 번호와 비교하면, 전화를 걸 때 번호를 외울 필요 없이 전화 걸 사람의 이름을 누르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일 전화가 이렇게 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번호 대신 인터넷 웹 사이트에 부여된 이름, 이것이 도메인 네임이다.
중복될 수 없는 도메인 네임의 운명
도메인 네임은 대개 www.interpark.com처럼 3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아는 것처럼 맨 뒤쪽의 com은 원래 company의 약자로 이 이름이 상업적인 기업의 도메인임을 의미하는데, 워낙 많은 기업들이 com 도메인을 사용하다보니 모든 인터넷 주소에는 마치 com이 기본적으로 붙는 것처럼 여겨지게 됐다. 중간의 interpark는 고유 명사로 기업의 이름이나 사이트의 특성을 나타내는 이름인데, 처음 도메인 네임을 신청할 때는 이 두 가지 부분만 결정하면 된다. 맨 앞의 www는 world wide web의 약자로 프로토콜이나 특정한 서버를 가리키는데, 뒷 부분의 도메인을 소유한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예컨대 interpark.com이라는 도메인을 소유하고 있다면 맨 앞에 붙는 명칭은 자기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인터넷이 전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도메인 네임이 중복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나 사람 이름은 동명이인이 존재할 수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동명이인이 존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도메인 네임을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터넷 주소가 얼마에 팔렸네, 인터넷 주소를 먼저 선점한 이른바 스쿼터가 수백만 달러의 돈을 벌었네, 도메인 네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법정소송을 벌였네 하는 얘기들은 결국 도메인 네임이 동명이인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단점유자 스쿼터
도메인 네임을 미리 선점하고 이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을 흔히 스쿼터(Squarter)라고 부른다. ‘무단 점유자’로 번역할 수 있는 스쿼터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데, 첫째는 유명한 기업들의 도메인을 미리 확보해 파는 진짜 무단 점유자이고, 둘째는 특정한 기업 명칭이 아닌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쉬운 주소를 등록한 후 이를 경매 등에 붙여 판매하는 부류이다.
도메인 점유 경쟁이 시작된 1996년 - 1997년에는 주로 첫번째 부류의 점유자들이 판을 쳤는데, 그 때 스쿼터들이 내세운 주장은 ‘인터넷 도메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서’ 먼저 선점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도메인을 점유한 기업의 규모가 워낙 크고, 상표에 대한 인지도가 너무 강해 초기에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스쿼터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도메인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도메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스쿼터들이 요구하는 금액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도메인에 대한 소송도 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 도메인의 상표권을 우선 인정해주는 판결이 계속 등장하고는 있어 잘하면 도메인을 되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메인을 등록한 사람이 같은 이름의 기업을 운영하거나, 운영하는 척만 하고 있어도 소유권을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메인 네임으로 인한 소송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도메인을 아예 바꾸기도
심마니라는 검색 엔진이 있다. 원래는 아래아한글을 만든 한글과컴퓨터에서 개발한 인터넷 검색 엔진인데, 한글과컴퓨터사가 한참 어려울 때 데이콤으로 팔린 회사이다. 국내에서는 꽤 인지도가 높은 검색 사이트다.
원래 이 사이트 이름은 www.simmany.net이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www.simmany.com 도메인을 등록하고, 온갖 검색 사이트의 기능을 모아 이른바 메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심마니라는 사이트를 연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주소로 www.simmany.com을 입력한다는 것. 결국 심마니는 www.simmany.com 도메인을 확보하는 대신 아예 사이트 이름을 www.simmani.com으로 바꿔 버렸다. 처음 도메인을 정하고 이를 홍보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 해 주는 예다.
기업 인수 전 도메인 확보부터
초기에는 이미 존재하는 기업의 도메인을 확보하고 이를 판매하는 것이 이들 스쿼터들의 주 목적이있는데, 기업들의 M&A, 이른바 인수합병이 일반화되면서 인수합병설이 나도는 기업의 이름을 조합한 새로운 도메인을 확보하는 경쟁도 치열해졌다. 세계적인 석유 화학 기업인 exxon과 mobil이 합병할 것으로 알려지자 수많은 스쿼터들이 exxonmobil.com이라는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는데 한국인 문상혁 씨가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문씨는 두번째 신청자보다 8초 앞서 도메인 등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가 비일비재하자 최근 합병을 선언한 아메리카온라인과 타임워너는 합병을 성사시킨 뒤 가장 먼저 양 사 이름이 들어간 인터넷 주소를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아메리카온라인은 인터넷 전문 업체답게 합병을 발표하기 전날 americaonlinetimewarner.net이라는 긴 이름에서부터 timeaol.com에 이르기까지 양 사의 이름으로 조합할 수 있는 21개 이상의 인터넷 주소를 미리 등록해 스쿼터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물론 양 사의 도메인은 하나만 사용하겠지만, 비슷한 이름의 다른 사이트가 등장할 경우 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조치했다는 것이 양 사의 입장이었다.
한 단어 도메인을 잡아라
사실, 첫번째 무단 점유자보다 소송에 휘말릴 위험도 없고,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두 번째 부류가 돈벌이에는 훨씬 더 좋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 사이트를 위한 www.
shopping.com, 뉴스 사이트를 의미하는 www.news.com 등은 도메인 이름만 들어도 그 사이트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오래 전 얘기. 이미 대부분의 영어 단어들은 도메인 네임으로 등록되어 있어 더 이상 여유 단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co.kr 도메인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예로 shopping.co.kr은 인터넷 롯데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홍기획이, news.co.kr은 중앙일보가 소유하고 있다.
가장 최근 소식 하나. 2000년 1월 초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선 새해 벽두부터year2000.com이라는 도메인 네임이 무려 1천만 달러에 팔렸다. 기존 기록은 business.
com이 세운 7백50만 달러. 환율을 1천2백원으로 가정해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대략 1백2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인 셈이다. 때문에 경매가 끝난 직후 세계 언론은 이를 빼놓지 않고 보도하는 민첩성을 보였다.
문제는 이 응찰이 결국은 장난이었다는 것. 이베이 대변인은 1천만 달러를 응찰했던 사람과 연락이 되지 않고, 과거 전력에도 문제가 있으며 두번째 응찰자도 허위 응찰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유효한 응찰 금액은 2백10만 달러. 비록 최고 응찰이 사기극이었다고 하지만 유효 응찰액도 우리 돈으로 약 25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ifree.com’ 이라는 도메인을 닉스라는 회사가 3억에 샀으며, ‘eyedoctor.pe.kr’ 라는 개인 도메인이 안과의사인 함창훈 씨에게 1천만원에 팔렸다. 또한 지난 1월20일 인터넷업체 두루넷은 인터넷 도메인 Korea.com을 재미교포로부터 5백만달러(약 55억원)에 사들였다. 이렇게 고액으로 도메인 네임을 사들이는 사람들은 사람들이 잘 찾아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아직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제3국의 인터넷 도메인과 잘 알려진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명사 등을 활용한 도메인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Kimchi.com, bonjours.com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도메인 네임을 회사 이름으로
이렇게 도메인 네임의 중요성이 커지자, 아예 도메인 네임을 회사 이름으로 쓰는 경우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동아일보의 인터넷 전문 회사인 마이다스동아일보. 이 회사는 최근 이름을 동아닷컴(donga.com)으로 바꾸고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국민일보 스포츠투데이의 인터넷 회사인 스투닷컴(stoo.com), 한국경제신문의 인터넷 회사인 한경닷컴, 한솔PCS가 이름을 바꾼 한솔엠닷컴(hansolm.com) 등이 도메인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사용한 예다.
어쩌다보니 언론사와 대기업만 예를 들었는데, 벤처 기업을 중심으로 닷컴 명칭을 쓰는 곳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 벤처 기업을 언급할 때 ‘닷컴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인터넷 비즈니스가 21세기를 이끌어갈 비즈니스로 인정받으면서 도메인 네임은 더 이상 액세서리가 아닌 기업의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회사 이름을 멋있게 지어 놓았다고 해도, 그 이름에 걸맞는 도메인을 확보하지 않으면 인터넷 홍보에는 일단 실패한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도메인 이름을 먼저 확보한 후 그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쓰는, 웃지 못할 일까지도 일어나고 있는 추세다. 도메인 네임은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자신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은 물론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성공을 가름하는 중요한 깃발이기 때문이다.
도메인 네임 신청하기
내가 쓰고 싶은 도메인을 다른 사람이 먼저 쓰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도메인 등록을 관장하는 세계 각 국의 기관들은 whois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도메인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com, org, net 등으로 끝나는 세계 공통 도메인(원래는 미국 도메인인 셈이지만)은 인터닉(www.internic.net)에서 확인하면 된다. 인터닉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whois 라는 메뉴를 찾아 마우스로 클릭하면 검색 창이 나오는데 여기에 자신이 만들고 싶은 도메인 이름을 넣으면 된다. 도메인 이름을 넣을 때는 맨 앞 부분을 생략해야 한다. www.hyungdeok.com이라는 이름을 갖고 싶다면 hyungdeok.com만 입력하면 된다는 뜻이다.
매치되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오면, 사용할 수 있는 도메인이다. 이미 등록된 도메인의 경우 소유자 이름도 같이 나오는데, 대개는 등록 대행 업체 이름이 많다. 자기 도메인 네임을 신규등록 할 때는 70달러, 2년후 매년 유지비가 35달러이다.
co.kr처럼 지역별 도메인의 경우 그 도메인을 관장하는 국가의 기관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나라 도메인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www.nic.or.kr)에서 주관하며 마찬가지로 whois 기능을 찾아 클릭한 후 등록하고 싶은 이름을 찾아보면 된다.
신규 신청한 도메인이 .kr도메인이름 등록약관에 등록제한 요건에 해당되지 않고, 신청한 도메인에 대해 이의제기가 없으면 신청서가 접수된 7일 이내 등록확인 메일을 받게 되며, 확인메일을 받은 후 바로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다.
도메인이 등록됐으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해야만 한다. 인터넷상에 연결된 컴퓨터는 숫자로 된 주소, 즉 IP주소를 갖고 있다. 이제 IP주소와 도메인이름을 변환하기 위해 네임서버가 필요하다.
네임서버란 등록한 도메인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컴퓨터로서, 도메인이름을 인터넷 상의 주소(IP주소)로 변환시켜 원하는 컴퓨터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만약 네임서버가 없다면, 등록된 도메인 이름일지라도 사용할 수 없다.
직접 네임서버를 운영하거나 위탁 운영해 주는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받아도 된다. 등록 후 3개월 이내에 네임서버를 지정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도메인 이름은 삭제된다. 인터넷 표준에 의하면 도메인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2개 이상의 네임서버를 등록하도록 돼 있다.
도메인 네임 속의 약자들
한국에 있는 도메인 네임에서 흔히 ac. go.or등의 약자를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대체로 기관이나 단체를 나타낸다. 때문에 도메인 네임을 통해 그 도메인을 사용하는 단체의 특징을 파악할 수도 있다.
■ac: 전문대학 이상의 대학/대학원 (Academic Institutions)
■co: 기업/기업부설연구소 (Companies)
■go: 중앙정부기관 (Central Government Organizations)
■or: 비영리기관/단체 (Nonprofit Organizations)
■re: 정부 출연연구소 (Research Organizations)
■ne: 네트워크 관리 기관 (Network Management Organiz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