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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T를 개발한 노벨상 수상자가 몰랐던 것

20세기에 들어와 인류는 농산물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병충해방지에 힘을 기울였고, 이에 따라 수많은 농약이 개발됐다. 1930년대와 40년대에는 비소와 납 계열의 살충제가 광범위하게 살포됐는데, 농작물과 토양에 다량의 독성물질이 남아 토양의 생산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인체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

그러다가 1940년대를 거치면서 농작물과 인체에 피해를 덜 주는 새로운 살충제가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우리도 잘 아는 유기염소제인 DDT 라는 살충제였다.

DDT는 스위스의 화학자인 뮐러가 1939년 개발하고, 1941년 스위스에 엄습한 콜로라도 감자 딱정벌레를 성공적으로 퇴치하면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열대지방에서는 많은 전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질병을 옮기는 곤충들을 박멸할 때 DDT가 아주 효과적인 살충제로 사용됐다.

더구나 DDT가 사용된 초기에는 인간에는 어떠한 피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뒤에는 지중해 지역에 만연한 말라리아 모기를 박멸하는데 널리 사용됐고, 실제로 말라리아 질병의 발생은 현저하게 감소했다.

이런 공로로 뮐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물론 뮐러는 DDT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전에 깨닫지 못했다.

그는 ‘이상적인’ 살충제의 기준으로, 우선 곤충에게는 매우 강하고 빠른 독성 작용을 보이지만 식물과 온혈 동물에게는 거의 독성이 없고, 냄새가 없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며, 값이 싸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놓친 것이 있다. 이 기준에는 생명체 내에서 이 화학 물질이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 들어 있지 않았다.

뮐러는 DDT의 독성이 짧은 시간 내에 발휘되지 않는다는 점만 본 것이다. 하지만 DDT는 오랫 동안 몸 속에서 축적된 후 치명적으로 작용했으며, 이 때문에 위험물질로 낙인찍혀 사용이 중지됐다. 만일 뮐러의 개발 기준에 이런 점이 미리 포함됐다면 DDT가 아닌 다른 물질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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