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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수려한 산에 쓰레기가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하나 둘 버린 것들이 흉물스러운 쓰레기동산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국 어딜 가나 깨끗한 산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쓰레기란 함부로 버려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다만 바위틈, 나무밑에 미처 치우지 못한 한두개의 소주병, 담배갑 등이 옛 상처를 되새겨줄 뿐이다. 이처럼 일반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면 안되는데, 하물며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야 말할 나위도 없다.


방사선에 노출된 옷도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부르며 특별히 관리한다.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입는 작업복, 덧신, 걸레, 휴지까지도 포함된다. 또 원자력발전소에서 생기는 폐수와 기체도 방사성폐기물로 관리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크게 방사선의 세기가 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방사선의 세기가 작은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나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로에서 타고 남은 핵연료를 말하며, 이는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처리를 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사고파는 경우도 많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핵연료에서 나오는 방사선(중성자)의 영향을 받아 방사능을 띠게 된 기체·액체·고체의 물질들을 말한다. 따라서 이를 처리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일본 도카이무라에 있는 핵연료처리 시설.


기체 방사성 폐기물은 대체로 반감기가 매우 짧다. 따라서 밀폐된 탱크에 모아놓으면 한두달 뒤 방사선이 거의 없어진다. 그후 고성능 필터로 남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방사선감시기로 검사한 다음 무해하다고 판단되면 대기로 방출하게 된다.

액체 방사성 폐기물들은 액체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탱크에 모은다. 비교적 깨끗한 물은 여과기로 방사성 물질을 거른 다음 배수구로 방출한다. 다른 것들은 증발장치로 끓인 다음 깨끗한 수증기는 냉각시켜 배수구로 방출하고, 찌꺼기는 시멘트로 고체화한 후 철제 드럼에 넣어 보관한다. 마지막으로 작업복이나 덧신같은 고체 방사성 폐기물은 압축해 부피를 줄인 다음 철제 드럼에 넣어 봉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에서 생기는 중·저준위의 방사성폐기물은 매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폐기물을 버릴 곳이 없다는데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땅을 파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한 후 폐기물 드럼을 넣고 덮거나(‘천층처분’이라고 함), 수십m 이상 땅속, 산속이나 해저의 동굴을 이용해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심층처분’이라고 함) 방법으로 처분해야 한다.

프랑스의 라망쉬 처분장, 영국의 드릭 처분장, 미국의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들은 천층처분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독일은 콘라드에 있는 폐철광에 심층처분장을 건설하고 있다. 스웨덴은 포스마크라는 곳에 해저동굴을 만들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심층처분 방식을 이용해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려고 계획 중이나 아직까지 처분장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1994년 정부는 굴업도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로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한국자원연구소의 조사 결과 굴업도에는 활성단층이 지나고 있어 부지선정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결국 정부의 성급한 부지선정과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건설을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원자력발전소 안에 쌓아두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1997년 대만이 북한에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건설하려고 했던 것처럼 다른 나라에 방사성 폐기물을 떠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신중하게 부지를 선정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는 지혜를 모을 때다.

한편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기에 앞서 그 양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환경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방사성 폐기물을 좀더 안전하게 봉하는 유리화 기술과, 방사성 폐기물의 반감기를 줄이는 플라스마 처리 기술 등 세계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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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한국원자력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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