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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이동통신 IMT-2000

원격의료·인터넷·화상전화 OK!

2001년 첫 아침에는 휴대폰으로 고향에 있는 친척들과 화상전화를 할지 모른다. 빠르면 2001년 상용될 것으로 보이는 IMT-2000 덕분이다. 길을 걸으며 인터넷을 즐길 수 있고, 전세계 어디서나 단말기 하나면 통화가 가능한 IMT-2000에 대해 알아보자.


1999년 5월 서울 COEX에서 열린 IMT-2000 시연회.


버스 안에서 어떤 여자가 휴대폰으로 친구와 수다를 떤다. “얘, 너 성형했지.” “아니라니깐, 원래 내가 카메라 좀 받잖아.” “난 말야, 이거 잘못 산 것 같아. 영 화면발이 서지 않아.” 여자는 휴대폰을 들여다 보면서 다시 말한다. “얘, 이 헤어스타일은 어떻니, 글쎄 명동엘 갔더니 커트만 하는데 한장 달라는 거 있지.” “괜찮은데. 한장 값 한다 얘.”

2001년 새아침 거리는 온통 이런 수다로 요란하다. 그동안 말로만 떠들던 화상전화를 휴대폰으로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휴대폰은 음성통화를 하는데서 조금 발전해 디지털 데이터를 전달하는 수준. 그런데 불과 2년 후인 2001년이 되면 화상전화가 가능한 초고속 이동통신시대가 된다. 게다가 휴대폰으로 인터넷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다. 최근 황금알로 떠오르고 있는 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이 실현됐을 때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IMT-2000은 2GHz 이상의 주파수를 이용해 손바닥만한 휴대용 단말기로 영상전화나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주파수는 8백MHz이고, PCS는 1.8GHz. 주파수가 높기 때문에 IMT-2000의 음질은 그만큼 좋아진다.

IMT-2000의 가장 큰 특징은 단말기 하나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서나 통신할 수 있다는 것. 국가마다 표준이 달라 다른 나라에 가면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지금의 휴대폰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이런 틈새시장을 노리고 한때 이리듐과 같은 국제이동통신이 등장했지만 값이 너무 비싸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전세계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래됐다. 국제통신연합(ITU)은 이동통신이 활성화되기 훨씬 전인 1978년부터 세계가 하나의 표준에 의해 통신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FPLMT(Future Public Land Mobile Telecommunication System). 그런데 이름이 워낙 어려워 최근에는 IMT-2000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국제이동통신(IMT)이란 뜻에다가 주파수대역(2000MHz는 2GHz와 같음)과 도입시기(2000년)에 들어있는 ‘2000’이란 수를 조합해 만든 용어다.

IMT-2000의 특징은 크게 3가지. 우선 국제적으로 유선, 무선, 위성 등의 통신을 단일한 표준을 통일하는 것. 그런데 가장 어려운 점이 이것이다. 현재 미국은 동기방식(전송할 때 클럭을 맞춰주는 것)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를 표준으로 채택하려고 추진 중이고, 일본은 유럽연합(EU)과 힘을 합쳐 비동기방식 CDMA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그 결과에 따라 국부(國富)가 크게 달라질 게 뻔하다.

한국통신의 전망에 따르면, IMT-2000은 2세대 이동통신(현재의 디지털 이동통신)이 포화상태에 이른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해 2005년 가입자가 1억5천만명(우리나라는 약 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비와 단말기 등 기기시장은 연간 6백억달러 규모. 미국과 일본이 각각 자기 방식을 표준으로 정하려고 사생결단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가 승리할지, 한판승부의 결과는 올해 안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IMT-2000의 두번째 특징은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다는 것. 휴대폰을 들고 움직이지 않고 통화할 때의 최대 전송속도는 2Mbps. 이 정도면 화상전화, 원격의료,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까지 모두 가능하다. 이러한 서비스를 위한 제반기술은 모두 개발돼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LG정보통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서비스의 시연회를 가졌다.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엠펙4 방식으로 압축한 뒤 자체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와 기지국을 통해 전송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원격의료, 화상회의, 주문형비디오(VOD)가 가능함을 뜻한다.

한편 일본은 차세대이동통신 개발의 선두주자답게 다양한 단말기를 선보였다. 단말기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자신의 얼굴을 보이며 화상전화를 할 수 있는 게 주요 특징. 모양은 지금의 휴대폰, 시계, 볼펜, 화장품 케이스, 카드, 팝톱 컴퓨터 등 다양했다.

현재 세계 정보통신시장은 이동통신과 인터넷이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무서운 속도로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인터넷은 휴대가 불편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덩치 큰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인터넷 쇼핑을 하고 정보를 교환한다는 것은 애초 무리다. 그런데 IMT-2000이 등장하면서 길거리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됐다. IMT-2000의 세 번째 특징은 바로 이동통신과 인터넷을 통합한데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 10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텔레콤 99’에서 차세대 이동통신에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윈도CE(휴대용 정보단말기용 운영체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빌 게이츠다운 발빠른 포석이다. 또한 그는 컴퓨터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스팅거’라는 새로운 무선 인터넷 검색엔진을 개발해 세계 표준으로 삼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대해 국내 SK, 한국통신프리텔 등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애니웹’을, LG정보통신이 ‘WAP’를 개발해 이동통신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통신의 차세대 이동통신 휴대전화 시연회.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전파를 이용해 통신하는 방법은 크게 주파수 분할(아날로그방식),
시간 분할(TDMA방식), 그리고 코드 분할(CDMA 방식) 등이 있다. CDMA는 TDMA와 같은 디지털방식으로, 동일한 부호로 된 정보만 골라 원래의 신호를 재생한다. 따라서 같은 시간을 여러명이 이용할 수 없는 TDMA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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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동아일보 조사연구팀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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