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서 물질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여준 잉크실험의 발문과 사진이 원래 의도한 교육과정의 목표와 동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6학년 1학기의 분자와 분자운동 단원 중에 물 속에서 물질의 퍼짐을 탐구하는 내용이 있다. 내용의 시작은 '투명한 병에 물을 붓고 깔때기를 끼운 다음, 스포이트로 잉크를 2-3방울 떨어뜨린다. 잉크는 물 속에서 어떻게 되는가? 그 까닭은 무엇인가?'로 시작하며 파란 잉크를 깔때기를 통해 떨어뜨리는 사진이 함께 나온다.
이 실험의 주요 목적은 물을 흔들거나 저어주지 않았는데도 잉크가 물 속에서 퍼져 나가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이 현상을 분자운동과 관련시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잉크를 물 위에서 떨어뜨리면 잉크는 아래로 떨어지는 큰 흐름 속에서 물 전체로 서서히 골고루 퍼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발문과 사진처럼 실험을 했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실제로 실험을 해보면 2시간이 지나도 물 속에서 잉크가 퍼져나가는 것을 관찰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잉크가 물 전체로 퍼져 나간다기 보다는 물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학교현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지도할까. 참고로 교사용 지도서에는 아지랑이처럼 퍼져 나간다고 쓰여있다.
당연히 퍼져 나갈 것이라고 생각해 "곧 전체로 퍼진다"고 설명한다면 과학이 지향하는 탐구력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을까. 자기가 관찰한 것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지식에 근거해 실험을 한담녀 이는 시간의 낭비일 뿐이다.
실험에서 섣부른 결론은 금물
물론 오랜 시간을 두고 관찰하면 잉크는 정말 물 전체로 퍼진다. 그러나 이것이 교과서가 의도한 것이었을까. 정말 교과서의 의도가 잉크는 밀도가 커서 밀도가 작은 물 아래로 가라앉고, 오랜 시간을 두었을 때 잉크가 물 속으로 골고루 퍼져 나간다는 것으로부터 물 또는 잉크분자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추리하도록 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교과서의 후반부에서는 잉크 대신 색소를 물 위에 떨어뜨리는 실험이 제시돼 있다. 이 실험은 깔때기를 사용하지 않고 바로 물 위에서 떨어뜨린다. 여러 가지 물 속에서 퍼질 수 있는 물질을 이용함으로써 물 속에서 물질의 퍼짐을 일반화하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따라서 교과서에 깔때기를 이용한 발문과 사진은 본 수업의 목적에 도달하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깔때기를 사용해 잉크나 색소를 떨어뜨리는 실험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밀도와 확산이라는 개념을 복합적으로 관련시킬 때 유용하다. 또 단순히 물위에 잉크를 떨어뜨렸을 때 관찰할 수 있는 퍼짐이라는 개념에 갈등을 일으키기 위한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본 수업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