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청기, 실내용 대화도청기, 야외용 고성능 마이크 등은 이미 알려진 고전적인 도청기에 속한다. 멀리서 입모양 만으로 대화를 구성해내는가 하면, 유리창의 진동을 음파로 재생해내는 레이저 도청장치까지 오늘날 우리의 사생활은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도청의 원리를 알고 나면 우리의 사생활을 지킬 방도가 선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보면 기상천외한 기능을 갖춘 수많은 도청장치와 감시장치들이 나온다. 구두 밑창, 만년필, 양복 안주머니, 손목시계, 반지, 혁대, 집안의 화재 경보장치, 텔레비전 스피커 등 장비를 숨길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도청장치와 전파발신장치를 달아 위성을 통해 24시간 감시하고 목소리를 녹음하며 감시카메라로 촬영한다.
지금 이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대화를 엿듣고 통화를 녹음해 비밀을 빼내는 일 정도는 우리주변에서도 무시로 벌어지고 있다. 폰 뱅킹을 하는 전화를 도청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빼내 돈을 인출해가고, 상대 회사의 회의 내용을 엿듣고 입찰 가격을 미리 빼내는가 하면, 남녀간의 은밀한 대화를 도청해서 폭로하겠다고 금품을 요구하는 범죄 등 도청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범죄행위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녹음기에서 도청기로
국회에서는 연일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감청 문제가 제기되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사실 국가기관에 의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사적인 도청이다. 도청이란 말 그대로 남의 목소리를 모르게 엿듣는 것이다. 물론 불법적인 행위로 적발되면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감청은 국가기관이 합법적인 허가를 받고 대화를 엿듣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이나 경찰 등에서 간첩혐의자나 범죄 혐의자의 통화를 엿듣는 것이 이에 속한다.
도청과 감청은 기계적인 원리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도청을 대화도청과 통화도청으로 나눈다. 대화도청은 공기중을 떠다니는 음성을 도청하는 것이고, 통화도청은 도선이나 전파를 타고 가는 음성신호를 도청하는 것이다. 대화도청의 가장 초보적인 형태는 녹음이다. 소형 녹음기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설치해서 녹음했다가 후에 이를 재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녹음기를 설치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대화 공간에 접근해야 하고, 녹음 시간도 2시간 이상을 넘기가 힘들다. 도청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테이프를 갈아주기 위해 녹음기에 자주 접근해야 하므로 노출될 염려가 많다는 약점이 있다.
때문에 등장한 것이 도청기를 이용한 원격도청이다. 보안전문업체 스파이존의 강현수 부장은 “도청기는 한마디로 무선마이크와 같아 원리는 매우 초보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음성을 받은 마이크는 음성신호를 전파신호로 만들어 스피커에 보내주면 스피커는 이를 다시 음성신호로 바꾸어 확대해준다. 마찬가지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에 설치된 도청기는 말소리를 전파신호로 바꾸어 거리가 떨어져 있는 재생기에 보내주면 재생기가 이를 소리로 바꾸어 들려주는 것이다.
유리창에 레이저를 쏜다
도청기의 성능은 얼마나 미세한 소리까지 도청할 수 있는가와 재생기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질 수 있는가에 좌우된다. 그러나 보안전문가들은 최근 극소형 초고성능 도청기들이 매스컴에 오르내릴 정도로 “이제 도청기에서 성능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만년필 뚜껑이나 반지 안에 숨기는 도청기를 비롯, 전원 콘센트에 내장된 내장형 도청기, 컵 받침과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도청기 등은 도청기가 설치돼 있을 것이라는 의심마저도 불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제품들이다. 미국과 옛소련의 첩보대결을 그린 007영화에나 나오는 장비들이 우리 주변에 벌써 침투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정교한 도청장비들도 도청기를 설치하기 위해 한번은 도청장소에 접근해야한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많은 경우 보안을 철저히 해서 외부인의 접근을 원천봉쇄하면 도청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접근하지 않고 멀리서도 목소리를 엿듣는 첨단 도청기는 이런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 바로 레이저 도청이다.
빌딩의 어느 사무실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접근할 수는 없는 상황, 레이저를 이용해 맞은 편 빌딩에서 회의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 원리는 회의실 유리창이 목소리로 인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레이저를 쏘아 감지해내는 것이다. 유리창에 레이저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파를 통해 음파를 검출해내고 이것을 음성으로 변환해내면 된다. 레이저 장비의 값이 워낙 비싸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용된 예가 없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비디오로 대화장면만을 녹화해서 이를 토대로 입 모양을 분석해 대화를 구성해내는 방법도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상대의 입 모양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구화법과 같은 원리다.
때문에 은밀한 대화는 실외로 나와 나눈다. 이 경우에는 대화자가 움직이면서 말을 하기 때문에 고정된 도청기를 설치할 수 없고 대화자의 입 모양을 비디오로 찍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또한 고성능 마이크를 이용, 원거리에서 미세하게 전달되는 음파를 증폭해내는 방법으로 도청할 수 있다. 첩보영화 등에서 접시모양의 파라볼릭 안테나와 장비를 들고 이곳저곳으로 돌리면서 소리가 나는 곳을 잡은 다음 이를 계속 추적해서 도청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주변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지우고 음성만을 증폭해서 대화를 구성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고성능 마이크를 사용하면 약 1백-2백m 거리에서 말하는 음파를 직접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비슷한 원리로 고성능 보청기를 이용, 옆방에서 대화하는 희미한 소리를 도청기를 설치하지 않고 손쉽게 엿들을 수도 있다.
병렬과 직렬의 차이
전문가들은 통화 도청의 경우에도 도청을 피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의 전화를 도청하는 방법은 가정에서 전화기를 병렬해서 쓰는 것과 원리가 똑같다. 전화선의 말단부에서 선을 따서 다른 전화기에 병렬연결 하면 수화기로 대화내용을 모두 들을 수 있다. 전화기를 통해 직접 듣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 도선 중간에 도청기를 달면 대화도청과 마찬가지로 재생기를 통해서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 그러나 병렬연결을 하면 통화의 질이 떨어지고 잡음이 많아져 도청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통화품질을 거의 떨어뜨리지 않고 도청할 수 있는 정교한 제품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정보기관에서 행하는 감청의 경우에는 감청되고 있다는 증거가 전혀 남지 않는데, 이는 병렬 연결이 아닌 직렬연결로 생각할 수 있다. 가정에서 나온 지선들은 전화국에 모여 교환기를 거처 타지역의 교환기로 가서 그곳의 가정으로 들어간다. 감청은 선로의 중간에 감청기를 설치해 통화를 엿들은 다음, 다시 선로를 통해 보내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감청할 때는 전후에서 통화품질이 떨어지면 전화국의 기기가 다시 신호를 정상으로 복원시켜준다. 때문에 국가기관이 감청하는 경우 도청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도청기나 다름없어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선전화기는 “아예 도청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경고한다. 무선전화기의 제품 설명서에는 대부분 ‘이 장비는 보안성이 없으며...’하는 설명이 들어있는데, 이것은 무선전화기의 통화내용이 너무나 쉽게 도청되기 때문이다. 초기에 나온 무선전화기가 혼신이 잦고 잡음이 많아 불편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웃집에서 동시에 무선전화기를 걸면 주파수가 공유돼 서로 신호가 섞여버렸던 것처럼 무선전화기의 전파는 사방으로 퍼져 이웃의 전화기에도 닿고, 도청기에도 쉽게 닿을 수가 있는 것이다.
요즈음에는 9백MHz대의 주파수를 쓰는 무선전화기가 쓰이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전파가 멀리 가고 투과력이 강해 아파트 고층에서 지상의 놀이터까지도 통화가 가능하다. 그러니 아파트 부근에 도청기를 설치하면 힘들이지 않고 도청할 수 있다.
이동전화도 안전하지 못해
전화도청이 이렇게 쉽기 때문에 근래 “보안을 위해서는 이동전화기 뿐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동전화는 디지털 전화이기 때문에 도청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그러나 보안전문가들은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한다. 스파이존 강현수 부장에 따르면, 현재의 이동전화는 단말기에서 기지국까지만 무선 디지털 신호일 뿐 기지국 사이의 통신은 선로를 타고 가며, 신호 또한 아날로그로 전송되는 구간이 있어 이를 이용하면 도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이동전화에서 가정전화, 가정전화에서 이동전화로 통화할 경우 결국은 선로를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이동전화라도 기지국간을 연결하는 선로에 도청장치를 연결하면 얼마든지 도청할 수 있고 가정전화로 통하는 선로에 도청기를 설치하면 간단히 도청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동전화간에 이루어지는 통화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이동전화는 CDMA방식을 사용하므로 전파신호가 암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전화가 동시에 통화되는 경우 기지국에서는 여러 이용자의 신호들에 코드를 붙여 표시를 하고 이를 한꺼번에 섞어 연속적으로 보낸다. 결국 코드를 알지 못하면 0과1이 연속되는 디지털 신호라는 것만을 알 뿐, 어디서 어디까지가 무슨 신호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단말기는 이 연속된 신호 중에서 코드를 확인해서 자신에게 맞는 신호만을 분리해 빼낸다. 이동전화는 전화기마다 고유한 헥사코드가 부여돼 있는데, 이것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디지털 신호에서 자신의 신호를 찾는 암호와 같은 것이다.
헥사코드 복제하면 부분도청 가능
때문에 특정 전화기의 헥사코드를 알아내면 똑같은 전화기가 2개가 되는 셈이라 도청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문제는 이동전화가 셀 방식으로 기지국을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2개의 전화기는 같은 셀 내에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복제된 이동전화로 도청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더욱 복잡하다. 2개의 전화기가 각각 다른 셀에 있을 때 처음에는 동시에 신호음이 울린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먼저 플립을 열면 전화국에서는 이곳으로만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에 나머지 한쪽에는 통화가 들리지 않아 도청할 수 없다. 2개의 이동전화가 같은 셀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호는 동시에 울리지만 한 전화기의 플립을 먼저 열면 다른 전화기는 통화가 되지 않는다. 결국 이동전화의 헥사코드를 알았다고 할지라도 도청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 전화기가 같은 셀에 있고 플립을 동시에 열 때는 상황이 다르다. 최근 들어 이동전화기의 도청문제가 제기되자 직접 실험을 실시한 SK텔레콤의 이영희 차장에 따르면, “헥사코드가 복제된 전화기로 거의 동시에 플립을 여는 경우 10회에 1-2회 정도는 도청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두 전화기의 플립이 얼마나 동시에 열리느냐이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플립을 동시에 열더라도 도청자는 이동전화기로 들어오는 소리만 들을 수 있을 뿐 나가는 소리는 듣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효율성 때문에 헥사코드가 복제된 이동전화는 실 가입자 몰래 도둑통화 하는데 주로 쓰일 뿐 도청용으로 쓰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기지국과 이동전화 사이의 코드화된 전파신호 전체를 풀어내 완전하게 도청할 수 있는 장비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무선방송기술연구소 이혁재 소장에 따르면, 이러한 장치는 개발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사적으로 개발하지 못할 뿐,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해 국가안보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적극 막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 안보에 필요한 기술을 등한히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창과 방패의 싸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도청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청을 피하고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스파이존의 강현수 부장은 도청기의 성질을 역이용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온 도청방지 기술과 기기들을 보면 도청하고자 하는 사람과 이를 막고자 하는 사람간의 기술 대결이다.
도청방지기를 작동시키면 도청기가 설치된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다. 도청기는 가청주파수를 벗어나서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음파도 아주 민감하게 감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때문에 도청기에는 들리지만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나 저주파를 강하게 발생시켜 주면, 도청기의 마이크에 이상한 잡음만 크게 들리면서 실제 대화하는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 첩보영화에서 대화 도중 도청방지기의 스위치를 누르면 도청하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끼이익~’ 하는 잡음에 놀라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방지기에서 나오는 강한 방해파가 도청기에 잡혀 소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 비화기라는 것도 사용된다. 이는 이동전화의 디지털 신호코드와 마찬가지로 전파신호를 암호화하는 것이다. 전화기나 무전기에 비화기를 부착해서 음성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만들고 여기에 암호를 붙인다. 그리고 암호화된 정보의 순서를 뒤섞어 송출하면 이를 도청한다고 하더라도 암호 때문에 원래대로 복원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받는 측에서는 똑같은 비화기를 달아 미리 약속된 암호를 풀어 재생하면 원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신호를 암호화하는 기술이 간첩행위이나 범죄활동에 쓰이게 되면 국가기관에서도 이를 풀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우리나라에서 비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꼬리 잡히는 도청기
이미 설치된 도청기가 있다면 이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도청을 막는 핵심적 방법이다. 요즘 보안전문업체들이 주로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은밀하게 설치된 도청장치를 찾아낼 때는 도청기가 남기는 흔적, 즉 미세한 도청전파를 탐색한다. 모든 도청기는 전기전자 장치이므로 필연적으로 전파를 발생시킨다. 멀리 있는 재생기에 도청전파를 발생시키는 도청기는 물론이고, 녹음만 하는 녹음기형 도청기도 작동 도중 음성을 전자기 신호로 바꾸는 과정에서 내부 전류의 흐름으로 인해 전파가 발생한다. 때문에 보안전문가들은 아주 낮은 주파수부터 높은 주파수까지 광대역의 주파수를 추적할 수 있는 수신기로 실내를 검색하면서 도청기가 내는 미세한 전파를 검출해 도청기를 찾아낸다.
문제는 대부분의 도청기들이 도청이 이루어지는 때에만 도청전파를 낸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도청기에 특히 민감한 신호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도청기가 작동하도록 하고, 이 전파를 잡은 다음에 이를 더 크게 발생시켜 도청기를 찾아낸다. 마치 노래방에서 스피커와 마이크가 간섭을 일으켜 ‘끼이잉~’ 하는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도청 전파
도청기술과 방지기술을 보노라면 비밀을 빼내려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이 서로 속고 속이는 스파이 영화 같다. 더 작고 은밀하고 고성능의 기기를 만드는 사람과 이들을 찾나내고 무력화시키려는 사람들의 대결이다. 그러나 이런 싸움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안전문가들은 서울 시내를 다니면서 검출기의 스위치를 올리면, 도청전파가 심심찮게 잡힌다고 한다. 그만큼 빌딩의 사무실 어딘가에서 은밀하게 엿듣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체나 관공서 못지 않게 개인의 은밀한 생활에 대한 도청들도 상당히 심각하게 퍼져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부름 센터나 흥신소에는 특정인의 대화를 도청해달라는 요청이 빈번하고, 청계천 전자상가에서는 아예 드러내 놓고 불법도청장치를 파는 곳도 있다.
옛 말에 ‘열 포졸이 한 도둑 못 잡는다’고 했다. 어차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청하려는 사람을 완전히 막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사회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가는 도청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안기술과 기기들을 계속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은밀하고 폐쇄된 생활로부터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활로 열린사회를 만들어 가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