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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뇌 담긴 이동전화기 완성


전체 통신 시스템의 얼개를 컴퓨터로 설계하는 연구원.


“삐리리리~ 삐리리리~” 여기저기서 핸드폰이 울리고 있다. 이어진 전화선도 없는 이동전화가 어떻게 울릴 수 있을까. 웬만큼 아는 사람이면 ‘전파가 안테나로 들어와서 전화기가 울리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내 목소리는 어떻게 전파로 보내지며, 상대의 핸드폰은 어떤 원리로 신호가 그에게 보내진 신호임을 알까. 기지국에서는 수백 수천 명에게 동시에 전파를 보낸다. 그러면 그 많은 신호 중에서 핸드폰은 어떻게 특정 신호가 자기 번호로 걸려온 것인지를 구별해낼까. 안테나로 들어온 신호는 전파일 뿐인데, 어떻게 이것이 목소리로 들릴까. 또 휴대폰으로 인터넷도 할 수 있다는데, 그림 데이터는 어떤 원리로 휴대폰에 전해지는 것일까.

알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그러나 이 모든 의문은 한마디로 해결된다. 핸드폰 속에 내장된 ‘반도체 칩’이 이 모든 일을 해준다. 그리고 그 칩을 만드는 것은 수많은 통신전문가들의 몫이다. 성균관대 전기전자 및 컴퓨터 공학부 최형진 교수와 통신시스템 연구실의 연구원들 또한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손으로 반도체 칩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그 칩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알고리듬을 개발해내는 일을 한다. 어떻게 하면 목소리를 전파로 만들고, 다시 전파를 목소리로 만들까. 수많은 전화가 동시에 통화돼야 하는데, 어떻게 신호들을 분리해서 걸려온 전화만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혼신 없이 선명한 음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을 온갖 기술을 동원하고, 안되면 신기술을 만들어서라도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단지 핸드폰 같은 무선 통신만이 아니다. 유선으로 연결된 전화, 전화선을 타고 흐르는 인터넷 정보, 위성을 이용한 위성통신, 방송 등등. 그야말로 거리가 떨어진 두 통신자 사이에 정보가 교환되는 모든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통신이 가능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인 통신이 될 것인가를 밤낮 없이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기술만이 희망이다

핸드폰 안에 내장된 손톱 만한 반도체 칩을 자국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미국의 퀼컴사는 기술을 알려주지 않은 채 각구에서 사용하는 이동전화기 하나하나에서 엄청난 로열티를 챙긴다. 손톱 만한 반도체가 태산 만한 부를 안겨주는 것이다. 기술이 돈인 시대, 통신분야에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문율이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 이미 2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동전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화기의 두뇌인 반도체 칩만은 로열티를 주고 사와야 했다. 껍데기만 우리 것이고 알맹이는 남의 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됐다. 최근 통신시스템 연구실과 국내의 많은 연구소들이 합심해서 삼성전자에서 생산키로 한 이동전화용 핵심 칩 설계를 완성해낸 것이다. 이제 남의 머리를 빌려쓰지 않고 우리의 두뇌가 담긴 이동전화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최형진 교수와 연구원들이 기쁨에 젖기도 잠시, 또다시 위성통신, 모뎀이론, 디지털복변조방식 개선 등 다변하는 통신기술분야의 첨단기술을 연마하고 개발하는 일에 매달리 수밖에 없다. 세계의 통신업계는 무섭게 기술수준을 높여가고, 자고 나면 어제의 기술은 녹슬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얼마 안가 위성통신을 위주로 한 차세대 통신시스템인 IMT-2000이 실용화될 예정이다. 이 분야는 최교수팀이 사력을 다해 매달릴 분야이다. 우리나라 통신기술이 세계 수준으로 완전히 진입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9일에 끝난 위성통신과 방송 우주산업 전시회 및 세미나에서는 각국의 기술수준과 연구방향들을 알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최교수팀은 이 전시회에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그리 크지 않으며,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최교수 연구실의 연구원들은 취직걱정을 하지 않는다. 연구실 문을 나서자마자 삼성, 엘지, 한솔, 데이콤, 한국통신 등 우리나라 굴지의 통신회사가 이들의 입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컴퓨터와 머리만으로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 “컴퓨터와 머리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자원 없는 우리에게 가장 효율적인 일 아닌가요?” 암호문 같은 알고리듬을 프린터에서 빼내며 돌아보는 연구원의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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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전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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