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옷으로 덮어 보고 바지를 약간 아래로 내려보기도 하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이상 감춰지지 않는 똥배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원망 이전에 우리가 해야할 것은 똥배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 이것이 똥배와의 전쟁을 위한 출발점이다.
요즘 남모르는 고민덩어리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고민의 정체는 바로 똥배. 똥배 하면 여자들의 고민거리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허리 아랫부분으로 늘어지는 똥배는 남자들에게도 심각한 골칫거리다. 우선 외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똥배는 치명타에 가깝다. 옷을 입었을 때 옷의 선이 아름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똥배가 건강의 빨간 신호등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똥배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또 예전의 몸매를 그리워하며 똥배를 빼려고 특정한 운동을 하거나 굶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똥배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이제 똥배의 정체는 무엇이고, 남자와 여자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왜 건강의 적신호인지 살펴보자.
1. 배도 종류가 있다, 문제는 내장 지방
주변에 배가 나온 사람들을 보자. 언뜻 보기에는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사람마다 배가 나온 원인은 모두 다르다. 배가 나오는 것은 복부의 피하지방과 장 사이에 존재하는 내장지방 때문이다. 따라서 모두 비슷하게 배가 나온 것 같아도 어떤 사람은 주로 피하지방에 의한 배이고, 어떤 사람은 내장지방 때문에 나온 배이다. 또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반반인 경우도 있다.
피하지방은 피부 바로 밑에 축적되는 지방을 말한다. 피하지방이 많으면 옷맵시는 좋지 않겠지만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만의 정도가 심하면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동시에 증가하므로 문제가 된다.
그러나 내장지방은 그 자체가 건강의 적신호이다. 우선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지방에 의해 장들이 눌려 짜부러들면서 내장의 활동에 지장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는 온갖 성인병의 원인인 내장지방 해악의 전초전에 불과하다. 이렇게 내장지방 때문에 배가 나오는 것을 의학적인 용어로는 복부비만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똥배가 단순한 피하지방인지 병적인 복부비만에 속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정확한 방법은 병원에서 컴퓨터 단층 촬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허리둘레와 엉덩이 둘레를 재는 것이다. 허리둘레/엉덩이 둘레가 여자는 0.85이상, 남자는 0.95 이상일 때 똥배는 복부비만으로 불려진다.
2. 남자와 여자 어떻게 다른가
똥배에 대한 고민은 여성들의 몫으로 비춰지지만 사실 고민을 해야할 사람은 남성들이다. 왜냐하면 남성들의 똥배가 복부비만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이 평생 복부비만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여성의 똥배도 폐경기 이후에는 급격하게 복부비만쪽으로 달려간다.
남아도는 열량이 체지방으로 바뀌어 체내에 저장될 때, 여성호르몬은 피하지방으로의 저장을 촉진하는 반면에 남성호르몬은 내장지방으로의 저장을 촉진한다. 따라서 남자의 경우에는 잉여 지방이 주로 배안의 내장 사이사이에 위치한다. 상당수의 남자가 얼굴은 정상인데 배만 나온 체형을 하고 있는 이유다.
그에 비해 여성은 폐경 이전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잉여 지방이 주로 엉덩이와 허벅지, 아랫배, 유방 등에 피하지방의 형태로 축적된다. 다른 부위에 비해 유달리 배가 나왔다거나 허벅지가 굵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지만 호르몬 때문에 특정 부위로 지방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보호효과가 사라지면서 여성들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잉여 지방이 주로 내장으로 몰려간다. 여성들이 폐경이 되면서 팔, 다리가 가늘어지고 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밥을 먹거나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 것 같을 때 똥배가 더 나온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우는 문제가 똥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근에 있다. 사람의 위와 장은 매우 탄력적이어서 음식물이 들어가거나 가스가 차면 쉽게 늘어난다. 이것을 복근이 눌러줘야하는데 운동을 안하면 자연스럽게 복근이 약해져 내장기관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지 못한다. 흔히 출산후에 똥배가 더 나오게 됐다고 말하는 것도 실제로 살이 찐 효과에 복근이 약해진 것이 더해진 결과다.
3. 만병의 근원, 당뇨병에서 암까지
복부 비만은 그 자체가 엄연히 하나의 질병이다. 우리 주위에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으로 병원에 다니며 치료받는 분들이 많지만 그러한 증상으로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뇌졸중, 동맥경화, 협심증 등의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는다. 이러한 논리로 보자면 복부 비만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보다도 훨씬 더 다양하고 심각한 합병증들을 유발하므로 더욱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복부 비만이 있는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의 수치가 상승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고지혈증이라고 부르는데, 고지혈증은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 동맥경화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문제다. 또 복부 비만이 있으면 간에서 포도당 생산이 증가하고, 식사량이 많아지므로 혈당이 높아진다. 즉 당뇨병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복부 비만으로 인해 인슐린이 말초기관에 미치는 효과가 떨어지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남아도는 열량이 간에 중성지방의 형태로 축적되기 때문에 지방간의 증상도 나타난다. 또 대장암, 췌장암, 담낭암 같은 악성종양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경우 질병 치료를 위해 복부비만치료가 우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복부비만이 만병의 근원인 동시에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된 상식, 윗몸일으키기 사우나도 별무효과
많은 사람들은 똥배를 없애기 위한 운동으로 윗몸일으키기를 꼽는다. 똥배의 지방을 빼기 위해서는 배를 이용한 운동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윗몸일으키기를 비롯한 근육 운동은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매우 미약하다.
윗몸일으키기는 복근을 강화시키는 운동이다. 따라서 내장 지방을 어느 정도 눌러주기 때문에 약간은 배를 들어가게 할 수 있다. 즉 복근이 약해 배가 나오는 경우에는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배를 열심히 주무르면 지방이 분해된다고도 말하는데 이것도 조금만 생각하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리적으로 배를 주무른다고 내장지방이 분해될리는 만무하다. 마찬가지로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에서 기계가 운동을 시키는 것이나 벨트로 배를 진동시키는 방법도 똥배를 감소시키는데는 효과가 없다.
뱃살을 빼기 위해 열심히 사우나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한참동안 사우나를 하고 나오면 체중이 어느 정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는 지방이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몸의 수분이 빠져서일 뿐이다. 사우나 후에 식사를 하거나 물을 마시면 바로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간다. 즉 사우나는 똥배를 치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체중 조절을 목적으로 사우나를 하는 사람들은 한번에 1시간 이상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피부 노화를 촉진하고 몸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똥배를 줄이기 위한 운동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다리 근육이나 허리 근육과 같이 큰 근육을 사용해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특히 이런 운동들은 지방 분해 효과가 뛰어나므로 내장 지방을 줄이는데 효과가 크다.
그리고 장 속의 찌꺼기를 없애야 똥배가 사라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관장을 하기도 한다. 인체의 장 기능은 정상적인 식사에 잘 적응돼 있다. 따라서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관장을 하거나 장세척을 하면, 장 기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져 만성적인 소화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건강상의 위험은 차치하더라도 관장이나 장세척이 복부 비만을 치료하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5. 주의! 굶어도 살찔 수 있다
똥배를 줄이는 데는 왕도가 없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적절한 식이요법만이 유일한 기대다. 하지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복부비만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과 체중을 줄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이 정상 체중까지 빼지 않더라도 현재의 체중보다 10-15% 정도만 감소해도 비만과 관련된 질환은 현저히 호전된다.
일반적으로 복부비만과의 마지막 전쟁을 지방제거술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내장지방에 의한 똥배에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피하지방은 몰라도 내장지방은 수술로 제거할 수 없다. 똥배를 줄이는 기본 원칙은 ‘열량 섭취를 줄이고 열량 소모는 늘린다’이다. 이를 위해 1주일에 4-5회, 1일 1-2시간의 운동을 권한다. 운동을 하면 운동을 하는 동안 열량이 소모되는 효과 이외에도 기초대사율을 높여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지방이 소모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초대사율은 인체가 생명을 유지해나가는데 꼭 필요한 열량을 말하는데, 보통 하루 권장 열량의 60-70% 정도에 해당된다. 이 말은 나머지 열량은 체내 지방으로 축적된다는 얘기다.
식사요법의 기본 원칙은 평소 식사량보다는 줄이되 기초대사율보다는 더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적게 먹을 경우 지방뿐 아니라 근육이 분해돼 에너지로 이용되므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따라서 복부비만인 사람의 바람직한 식사량은 체격에 따라 다르지만, 비슷한 키의 보통 사람이 먹는 양의 60-70% 정도를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된 식사요법 중 하나가 살을 빼기 위해 식사를 거르는 것이다. 식사를 거르면 기초대사율이 떨어져 체내 지방 축적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즉 적게 먹고도 살이 찌는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세끼를 꼭 챙겨먹고, 다만 매끼의 식사량을 줄이고 고열량 식품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