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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과 차가움의 유혹, 아이스크림은 연중 어느 때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하지만 여름이면 그 유혹이 더욱 강해진다는데···.


아이스크림


한여름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더위도 달래주고 달콤함도 선물하는 아이스크림. 일찍이 맛을 본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했다. 이것은 현재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꽤 길다. 흔히 아이스크림을 서양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그 기원을 따지면 동양음식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고대 중국인들이 기원전 3천년 경부터 눈 또는 얼음에 꿀과 과일 주스를 섞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팥빙수 사촌 정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에 비해 서양에서는 기원전 4세기 경 알렉산더 대왕이 눈에 꿀과 과일, 그리고 우유를 섞어 먹었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이 전세계적으로 퍼지게 된 것도 13세기말에 마르코폴로가 중국의 북경지방에서 즐겨먹던 얼린 우유의 제조 방법을 이탈리아에 전해줌으로써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아이스크림의 형태는 1851년 우유상인이었던 제이콥 푸셀이 미국 메릴랜드주의 볼티모어에 아이스크림 공장을 세우면서부터 이뤄진 것이다.

아이스크림 되는 길

차가운 음료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아이스크림이지만 사실 아이스크림이란 이름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유지방분이 6% 이상, 우유에서 지방을 뺀 고형분(무지고형분)이 10% 이상 되는 것만 아이스크림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같지만 유지방이나 무지고형분 함량이 적은 것은 아이스밀크나 샤베트로 분류되고, 유지방을 넣지 않은 것은 비유지방 아이스크림으로 나눠진다. 작년 한해 히트상품이었던 '월드콘'은 아이스크림으로, '거북이'는 아이스밀크로, '색색 돼지바'는 샤베트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아이스크림 역사는 아이스케키에서 시작한다. 한국전쟁 이후 개인이 소규모 가내공장에서 설탕이나 팥앙금을 얼려 만들었는데 당시의 사람들은 이를 얼음과자인 아이스케키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한 설탕 얼음물이지만 그 열풍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 영화도 잠깐. 1962년 현재 롯데삼강의 전신인 삼강산업이 이른바 ‘하드’라고 불리는 빙과류를 대량 생산하고 1970년대 불멸의 히트를 기록한 부라보콘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입맛은 부드러움으로 길들여졌다. 따라서 지금도 아이스크림 하면 부드러움을 그 첫째 조건으로 꼽는다.


아이스밀크 거북이


부드러움을 위하여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얼음과는 왜 다를까. 영하 20℃ 이하의 온도에서도 숟가락으로 뜰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스크림의 독특한 풍미를 결정하는 것은 크림이나 버터에서 얻을 수 있는 유지방과 탈지분유에서 얻는 무지고형분이다. 2μ(1μ=${10}^{-6}$m) 이하의 크기를 갖는 유지방은 입안에서 쉽게 녹기 때문에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을 주면서 크림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을 갖도록 한다. 대체로 무지고형분은 공기중에서도 아이스크림이 일정한 형태를 갖도록 해준다.

아이스크림의 단맛을 제공하는 설탕, 과당, 유당은 아이스크림 혼합용액의 어는점을 낮춘다. 이는 얼지않은 물이 아이스크림 내에 존재하도록 해 쉽게 떠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이유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안정제는 수분과 결합해 젤을 형성하기 때문에 쉽게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준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또 너무 쉽게 녹지 말아야하는 어려운 주문을 지방과 안정제는 잘 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안정제가 없으면 얼음결정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 대신에 거친맛이 만들어진다. 흔히 녹았다가 다시 얼린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아이스크림에 고운 모래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는 아이스크림 내부의 얼음 결정이 자랐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의 얼음 결정은 영하 25℃ 이상에서는 서서히 자란다. 아이스크림 보관 온도가 대개 영하 20℃ 이하인 까닭이다. 안정제들은 이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말이다.

아이스크림 재료에는 난황도 등장한다. 여기서 난황은 유화제로 서로 섞이지 않는 친수성과 소수성의 아이스크림 재료들을 연결시켜 부드러운 조직을 갖도록 한다. 한마디로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은 모든 재료가 이뤄낸 작품이다. 1g의 아이스크림에는 1.5×${10}^{12}$개의 지방 입자, 8×${10}^{6}$개의 얼음결정, 8×${10}^{6}$개의 공기 입자가 들어있다. 즉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입자들이 서로 어우러져 차갑고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공기 반 아이스크림 반

재료에 포함되기는 어렵지만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1등 공신은 사실 공기다. 이용현박사(롯데삼강 상품개발실장)에 따르면 우유, 크림, 분유, 설탕 등을 섞어 얼릴 때 조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공기를 주입한다. 이 때 들어가는 공기의 양에 따라 아이스크림은 부드러움, 아니면 진한 맛의 길을 택한다는 것이다.

만약 아이스크림에 공기가 없다면 딱딱한 우유덩어리를 깨서 먹어야 할 것이다. 보통의 아이스크림에는 아이스크림 재료 부피의 80-100%의 공기를 집어넣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먹는 1L의 아이스크림에는 500mL의 공기가 들어있다는 얘기. 아이스크림이 부피에 비해 가벼운 것도 공기의 몫이다. 근래 등장한 유지방 15% 이상의 고급 아이스크림이 진한 맛을 내는 이유 중 하나도 공기의 함량이 20-30%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또 놀이 공원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약간 거친 맛을 내는 것은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주입되는 공기의 양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료들이 충분히 섞이도록하는 숙성과정이 없는 것도 한 요인이다.

월드콘은 밥 반공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람들은 시원하다고 느낀다. 목욕을 하는 것처럼 기화열을 이용하는 형태도 아닌데 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을까. 원리는 같다. 목욕을 하면 물이 피부 분자들의 열에너지를 빼앗듯이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식도와 위를 지나면서 내장기관의 열에너지를 빼앗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원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찬음식을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김영호(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교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은 찬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이 찬음식을 먹고 설사를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을 달콤하고 부드러운 만큼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로 느낀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은 영양가가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도 한다. 유지방이 8%인 아이스크림은 1백g당 1백80kcal의 열량을 낸다. 여기에 초콜릿이나 과자가 들어가면 열량은 더 첨가된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류에 들어가는 ‘월드콘’은 2백63kcal, 샤베트류인 ‘색색돼지바’는 1백80kcal, 아이스밀크류인 ‘메로나’는 1백27kcal의 열량을 낸다. 밥한공기가 약 4백kcal 이므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겐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음식이라도 충분한 식사 후에 먹는다면 과잉열량 섭취가 되므로 살이 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우유로 만들어 영양가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식품위생연구원의 정해랑박사는 “아이스크림에 들어가있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은 아주 적은 양이므로 아이스크림을 영양식품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고 지적한다. 아이스크림은 기호식품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달콤함과 부드러움, 시원함을 선사하는 아이스크림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날씨가 영업부장

아이스크림을 제일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개인당 연간 22L를 소비하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약 8.5L정도. 더운 나라일수록 아이스크림 소비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유럽의 경우 따뜻한 그리스나 스페인보다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아이스키립 소비가 더 많다. 그 이유는 남쪽 나라들은 과일이 풍부하기 때문에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이 설자리가 그만큼 좁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이렇게 예상을 빗나가는 것은 아이스크림 판매량에서도 벌어진다. 날씨가 무조건 덥다고 아이스크림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크림은 25-30℃사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 이 온도에서는 눈금 하나가 그야말로 돈이다. 1℃에 따라 수억원씩 판매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를 넘어서면 오히려 아이스크림 시장은 시들해진다. 이땐 사람들이 얼음이 많이 섞인 빙과류나 음료를 더 선호한다. 또 기온이 높아도 가을 날씨처럼 대기가 건조하고 일교차가 크면 아이스크림 소비량은 뚝 떨어진다. 더우면서 흐린 날, 즉 후덥지근한 날일수록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흔히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는 날씨가 영업부장, 하느님이 영업상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그만큼 날씨가 중요하다는 얘기. 90년들어 가장 무더웠던 94년 모든 사람들은 그 해를 잊고 싶겠지만 빙과업계 만큼은 예외다. 그 해는 전년에 비해 무려 28%의 판매 신장률을 올렸다. 보통 빙과류의 연간 판매 신장률은 전녀대비 평균 7-8% 정도이기 때문에 이해에는 평년의 4배 이상 신장한 셈이다. 그에 비해 98년은 빙과업계에서는 '운수 사나운 해'로 기록될만 했다. 4월의 이른 더위로 공장을 100%가동하고 비축물량을 늘렸지만 6-8월의 기온이 예년에 비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빙과업계에서는 날씨 예측이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다. 1년 중 5-8월에 1년 장사의 70%를 완료시켜야하는 빙과업계는 날씨를 잘못 예측하면 재고 비용과 평당 5-6만원 이상의 비싼 냉동창고 비용만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따라서 빙과업계 마케팅팀은 기상청의 단기, 장기 일기예보는 물론 웨더 마케팅을 하는 업체에서 구입한 날씨 정보, 그리고 매일의 날씨 패턴을 분석해 과거와 비교하면서 현재의 날씨를 예측한다. 오늘도 빙과업체 사람들은 수은주를 바라보며 조금만 더 올라가라고 하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너무 덥지않기를 바란다. 내일의 날씨는 누구 편일까.

1999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사진

    동아일보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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